수령 1300년 백앵산 본산 야생차를 마시며 수채화의 격조를 느끼다
백앵산 얼가즈 야생차를 맛보라며 보내준 다우가 이번에는 본산 야생차를 보내왔다. 백앵산 고차원에는 여러 종류의 야생차 계보가 있는데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얼가즈에 관한 내용이 가장 많았다. 본산(本山)이라는 말의 비중을 보면 백앵산 야생 차나무의 원조격이 될 것 같은데 자료를 찾기 어려운 건 왜일까? 다우가 보낸 본산 야생차를 마셔보기 전에 찾아낸 정보를 먼저 공부해 보았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바에 따르면, 백앵산 고다원의 형성은 위(魏), 진(晉), 남북조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민간전승에 따르면, 큰 차나무의 씨앗이 자라나 싹을 틔우고 퍼져 나가면서 점차 일정 규모의 야생 차 숲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백앵산 다원이 실제로 현재의 규모에 도달한 것은 당송 시대, 즉 윈난성 남조대리국 시대였습니다. 다원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은 주로 승려들이었습니다.
남조대리국 시대에는 윈난성, 특히 대리국 시대에 불교가 성행했습니다. 윈난성은 중원과 남아시아를 잇는 교통의 요지에 위치하여 남실크로드를 통한 중원 문화의 유입과 인도 불교문화의 영향으로 대리국은 명실상부한 "기묘하고 향기로운 고대 국가"가 되었습니다.
백앵산은 남방 실크로드라고도 불리는 차마고도(茶馬古道) 왼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백앵산 기슭에는 란창강을 건너는 유명한 고대 나룻배인 선저우 나루가 있습니다. 편리하면서도 한적한 위치 덕분에 이곳은 불교 신도들이 수행을 위해 찾는 인기 있는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중요한 불교 사찰인 대합사는 남조 시대에 이미 백앵산에 존재했습니다. 이후 500년 동안 대합사를 비롯한 여러 사찰들이 번성했지만, 여전히 신도들을 끌어모았습니다.
백앵산의 독특한 지리적 위치 덕분에 귀의와 수행을 추구하는 승려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승려들이 불교를 배우고 설법을 하는 동안, 윈난성 최초의 불교 차 문화가 이곳에서 번성했습니다. 명나라의 위대한 여행가 서하객(徐霞客)은 선저우 나루를 타고 백앵산에 도착하여 토종 차를 맛보고 "태화차(太花茶)"라고 불렀습니다.
오늘날, 세월의 흐름 속에서 대합사는 역사의 먼지 속으로 사라졌지만, 백앵산의 수천 그루의 고차수는 여전히 아침 이슬을 마시고 저녁 햇살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승려들이 심은 차나무도 야생의 모습을 되찾아 더욱 푸르고 싱그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오늘날 전 세계 전문가와 학자들, 그리고 국가, 성, 시의 지도자들이 백앵산을 자주 방문하여 고차수 다원의 경이로움에 감탄을 금치 못합니다.
백앵산 고차원에는 1,000 에이커 규모의 다원 안에 36개의 자연 마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차수는 마을 안팎으로, 그리고 들판 곳곳에 자라고 있습니다. 산과 평야는 거대하고 풍성한 고차수로 뒤덮여 있습니다. 다양하고 규모가 크며 오랜 세월 재배되어 온 고차수 품종들은 야생 차에서 재배 차에 이르기까지 차의 진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곳은 차 재배의 역사를 보여주는 동시에 차의 기원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차의 기원과 진화를 연구하는 자연 실험실 역할을 합니다.
- 출처: Time to Make a Cup of Tea 편집자: Xiaomei
본산차는 이곳에서는 인기가 없어서 예전에는 마셔본 적이 없어요. 어렸을 때 찻잎을 따다가 실수로 찻잎을 씹었는데, 어른들이 뱉지 않으면 어지러울 거라고 하셨어요. 아마 가장 특이한 차종일 텐데, 지금도 진한 본산차를 마시면 어지러움이 나요.
역사를 통틀어 본산차 가격은 맹구황차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둘 다 최저가였습니다.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기를, 가업담당제 시절에는 모두가 그것을 싫어했다고 합니다. 당시에는 모두가 맹구차와 백아자차밭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했다고 합니다. 2005년이 되어서야 본산흑까마귀가 화봉으로 바뀌면서 가격이 급등하여 당시 최고였던 맹구대엽차, 허칭차, 백아자차를 제치고 우리 백앵산 지역에서 가장 비싼 차가 되었습니다. 오늘날까지도 본산차는 우리 차산에서 가장 비싼 차입니다.
제 맹구차나무는 건차 1근을 만드는 데 신선한 잎 4근이 필요한 반면, 본산차는 건차 1근을 만드는 데 5~6근이 필요합니다. 건차는 가늘고 줄기가 약간 자홍색을 띠는 평범한 차입니다. 이는 장인의 솜씨 때문이 아니라, 푸른 싹도 마찬가지입니다.
본산차는 맹곡차나 흑조자차만큼 강렬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쓴맛과 떫은맛이 덜하고, 향도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한 차 애호가가 흑조를 남성적인 기운이 짙다고 표현했듯이, 본산차는 부드럽고 우아하며 천상의 품격을 지녀야 합니다.
본산차는 제 다우들이 제게 가장 많이 물어보는 차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본산차에 매료되죠. 아마 대부분은 본산에 대해 수없이 들어봤지만 직접 본 적은 없을 거예요. 저에게 본산은 그 은은한 맛이나 그것을 마시면 불로불사를 얻는다는 신화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본산의 역사, 수천 년에 걸친 그 역사를 떠올리게 합니다. 본산을 마실 때면 시간이 멈춘 듯, 수천 년 전 우리 조상들이 구름에 가려진 이 땅에서 어떻게 고생했는지 떠오릅니다.
-출처: Yuelin Teahouse 편집자: Xiaomei
백앵산과 고다원, 야생차에 대해 정보를 검색해서 백앵산 본산 야생차를 알아보고 다우가 보내온 수령 1300년 2018년 산 본산 야생차를 우려 보았다. 본산차의 포장지를 벗기니 병면이 드러났다. 본산차의 병면은 재배차와 다르게 야생차 특유의 흑갈색인데 만든 지 7년이 지나서 그런지 뚜렷한 향기는 없었다. 2025년 얼가즈는 병면에서 진한 향이 차에 대한 기대를 한껏 가지게 했었다.
정보 검색에서 백앵산 야생차 중에 얼가즈가 대부분이었고 본산은 겨우 한 편을 찾을 수 있었다. 얼가즈는 차향이 화려하고 맛 또한 쓰고 떫지 않고 단맛이 풍부했다. 반면에 본산차는 향은 덜하지만 전체적인 향미가 부드럽고 우아하며 천상의 품격이라 할만하다고 합니다. 과연 다우가 보내온 본산차가 그런 향미를 보여줄지 궁금합니다.
80cc 자사호에 건차 4g을 넣고 우려 봅니다. 그런데 향과 맛이 뚜렷하지 않아서 아주 천천히 입안에 머금다가 삼켰습니다. 입 안에서 감지할 수 있는 단맛과 향은 은근할 뿐 딱히 호감을 느낄만한 느낌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걸리는 느낌 없이 목 넘김이 좋고 아래로 내려가는 몸의 기운이 좋다. 밋밋하다거나 싱겁다는 느낌이 아니라 은근하고 편안한 향미가 햅쌀로 지어 맛있는 밥맛이라고 하면 어떨까 싶다.
그렇지만 이 정도의 차맛으로는 내가 소장하고 싶은 차는 아니고 더구나 다른 사람에게 권하지 않을 것 같다. 그런데 다우가 보내온 이 차는 수령 1300년 고차수 단주차인데 이런 맛인 건 내 미각의 한계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밤차로 다시 마셔보기로 하고 퇴근길에 차를 챙겨 넣었다. 집에서 우리면 다르게 음미할 수 있을까? 집에서는 찻물을 약수터에서 길어온 물이고 차호와 찻잔도 사무실에서 쓰는 것과 다르니 차이가 있을지도 모른다.
밤 8시 사위는 고요하고 오직 차 마시는데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차맛을 잘 내주는 100cc 수평호에 건차 4g을 넣어 우렸다. 어... 이렇게 향미가 다를 수가... 스위트하고 시트러스 한 단맛이 은근하고 은근한 야생향이 입 안에 그득하다. 전체적인 향미가 은근하며 우아하고 상큼하며 달콤해서 매료되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얼가즈가 풀컬러의 유화라면 본산차는 사무실 정수기 물로 우렸을 때는 농담으로 그린 수묵화, 약수터 물은 수채화 같다고 비유하면 될 것 같다. 우리집 뒷산 약수터 물은 경도가 삼다수 물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물 차이가 차맛을 이렇게 다르게 낼 줄 몰랐다. 백앵산 본산차는 부드럽고 우아하며 천상의 품격을 지닌다고 하는데 이 말에 동의할 수 있을 것 같다.
백앵산 야생차, 1200년 수령 얼가즈와 2000년 수령 얼가즈에 1300년 수령 본산차까지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준 다우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한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