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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태호’ 2022년 백앵산 단주 경춘(景椿) 시음기

'호태호(好太號)' 생차 일곱 종류 중 첫 번째 차

by 김정관

‘호태호(好太號)’ 생차 7종 시음기를 이어서 써보려고 합니다. 제가 시음기가 올리고 나서 같은 차를 마신 차연구소 댓글 다담 다우들의 시음 평으로 다담을 나누는 온라인 다회를 시도해 봅니다. 여러 사람이 쓴 시음기를 읽지만 내가 마셔보지 않은 차라서 내용에 공감하기가 어렵지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같은 차를 마시면서 각자 느끼는 개인적인 시음 평을 진솔하게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로 마셔볼 차는 2022년 산 백앵산 단주 ‘경춘(景椿)’입니다. 우선 차를 우리기 전에 차이름을 보면서 차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지 싶습니다. 이 차 이름에서 세 가지를 살필 수 있겠네요. 차산지인 백앵산과 차나무의 수령으로 단주(單株), 그리고 차를 만든 분이 지은 차 이름 경춘(景椿)입니다.



백앵산은 중국 윈난성 린창시 윈현 만완진(云县 漫湾镇)에 위치해 있는데 윈난성 차산지의 최북단입니다. 세계 차나무의 발상지는 윈난성이며, 윈난 차나무의 발상지는 란창강 중류입니다. 백앵산은 란창강 중류에 위치하며 차나무 발상지의 중심 지역에 속합니다. 백앵산 다원의 총면적은 5만 6천4 무(畜)이며, 12종, 야생, 재배, 전이성 고대 차나무 200만 그루가 자라고 있습니다.



백앵산은 본산차, 얼가즈(二嘎子) 차, 맹고대엽차, 허칭차, 본산대엽백봉차, 백봉차, 흑차, 두미차, 홍봉차, 유엽차, 등즈차 등 지금까지 발견된 차나무 품종 중 가장 다양한 품종을 보유한 고차원입니다. 수형은 교목형, 소교목형, 관목형으로 나뉩니다. 잎의 크기는 특대엽, 대엽, 중엽, 소엽 등 모든 종류의 차나무를 포괄하며 차나무 품종도 매우 다양합니다. 그중 수령 100년 이상의 고차수 차나무가 1만 그루가 넘습니다. 세계 차나무 유전자은행이자 차나무 기원과 진화의 살아있는 화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 출처 : 沧江明珠云县



단주(單株)차는 고다원의 수령이 300년 이상 된 차나무 한 그루에서 잎을 따서 만듭니다. 고수차는 수령 100년 이상 된 차나무의 찻잎으로 만들지만 여러 그루의 찻잎이지요. 그렇지만 단주차는 한 그루에서 찻잎을 따서 만들고 수령이 300년 이상이어서 고수차보다 모차의 가격이 높습니다. 소수차, 대수차, 고수차, 단주차의 순서대로 찻값이 높아지지요.


이제 차 이름인 경춘(景椿)에 대해 생각을 해봅니다. 景은 환하게 밝다는 뜻이 있고 椿은 신령스러운 나무라고 새기니 산지의 차나무 중에 돋보이는 신령스러운 나무의 찻잎으로 만든 차라고 읽어봅니다. 경춘은 벌써 이름에서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데 차맛은 어떨지 기대가 되네요.



호태호 차는 주로 200g 소병으로 제품이 나오고 긴압도를 보면 석모로 눌러서 병차를 만들었나 봅니다. 전차는 대부분 기계로 눌러서 만들어 나오니 해괴하는 게 너무 어렵습니다. 차칼 쓰는데 조심하지 않으면 큰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석모 긴압으로 만든 차는 해괴하기에 편해서 좋지요. 또 200g 소병은 찻값에 부담이 적어서 구입하기가 좋지요.


이제 경춘을 우려 봅니다. 100cc 자사호 석표에 건차 4g을 넣었습니다. 생차는 혼자 마시는 경우가 많아서 차호나 개완을 용량이 적은 100cc 정도를 쓰게 됩니다. 보이차는 열 번 가까이 우리게 되므로 용량이 큰 차호를 쓰면 배가 불러서 부담이 되지요. 100cc로 열 번을 우리면 1리터를 마시게 되니 한 가지 차로도 다 마시는 게 양이 많습니다.



백앵산 차는 쓰고 떫은맛이 적어서 무난하게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떫은맛이 적은 건 좋지만 쓴맛이 적으면 혀에 닿는 향미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오미를 받아들이는 정도가 달라서 쓴맛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은 맹해 차구의 차를 좋아하고, 저처럼 쓴맛에 민감하면 임창 차구의 차를 선호하지요.



경춘은 쓰고 떫은맛이 부담스럽지 않아서 제 입맛에는 잘 맞습니다. 보이차의 단맛을 흔히 밀향(蜜香)이라고 쓰는데 꿀맛 같은 달콤한 향이지요. 그런데 담백한 향미에 밀향은 도드라지지 않습니다. 햅쌀로 지은 밥에서 나는 들큼한 미향(米香)이나 찐쌀을 오래 씹으면 입 안에 남는 단맛 같습니다. 탕감이 묵직해서 입에 담기는 농밀함은 계속 잔 수를 더하게 됩니다.



찻물을 입에 머금으니 침이 솟아나는 게 목 넘김에서 후운(喉韻)이 편안하게 느껴지네요. 찻물을 넘기고 나서 입맛을 다시니 단침이 입 안에 고입니다. 후운에서 밀향이 올라오면 좋은데 차향이 덜한 게 아쉽습니다. 담백한 쓴맛이 지속되니 단침이 계속 나와서 입안이 청량해집니다.



차를 마시는 내내 몸의 기운이 아래로 모이는 느낌입니다. 단전에 기운이 모인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과할지는 모르지만 몸이 편안해집니다. 흔히 차기라는 말에는 공감대를 얻는 게 어렵지만 열감이 대단해서 손발이 후끈해져 오는 걸 느낍니다. 경춘은 몸 반응에서 차 이름의 값어치를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경춘은 달고 쓴맛으로 뚜렷한 맛이나 밀향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햅쌀로 가마솥으로 지은 맛있는 밥맛을 좋아한다면 경춘을 즐겨 마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차를 맛이나 향으로 호불호를 가르면 보이차는 청차나 홍차를 넘을 수 없겠지요. 보이차가 모든 차의 원종(原種)이라고 하면 가공되지 않은 원래의 차맛은 지미무미(至味無味)의 은근하고 담백하지 않았을까요?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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