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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밖에 없는 차를 마지막으로 우리듯이

아무리 차를 많이 가지고 있어도 한 번 우리는 양은 5g 내외

by 김정관

법정 스님의 수필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스님이 쓰고 있었던 만년필이 너무 마음에 들어 같은 종류로 한 자루를 더 구입했습니다.

두 자루가 되니 애틋한 마음이 사라져서 새로 구입한 만년필을 다른 스님에게 선물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 만년필에 다시 정이 생기더랍니다.


저도 보이차를 적잖은 양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소장하고 있는 차를 일일이 다 기억하지 못해서 가끔 마시지 않은 차를 챙겨봅니다.

그러다가 잊고 있었던 차를 마시고 그 향미에 놀라게 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차가 딱 한 편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면 아쉽거나 안타까운 마음까지 생깁니다.


보이차를 마신 지 이십여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습니다.

멋모르고 구입했었던 차가 세월만큼 변했고 제 입맛도 변했지요.

제가 가지고 있는 차가 다 제 입맛에 맞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차도 변하고 제 입맛도 변하니 다시 어느 차를 마시며 만족할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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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지금 마시는 차는 5g 정도입니다.

하루에 몇 차례 차를 마신다고 해도 그때마다 필요한 양은 정해져 있습니다.

딱 한 편 밖에 없는 차를 우리려고 하면 애틋한 마음이 들어 향미도 다르게 다가오지요.

지금 마실 차를 정해서 한 번 우릴 양만 남아 다시는 마실 수 없듯이 우려 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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