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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외로움은 밀어내고 그리움을 부르니

그냥 막연하게 누군가 곁에 있었으면

by 김정관

집에서 혼자 사는 일인 가구가 전체 가구 수의 35%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누구나 두려워하고 혼자 살게 되면 이겨내어야 하는 외로움은 익숙해지기 어렵다고 합니다.

군중 속의 고독이라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어왔지만 이제는 가족과 살아도 외롭다고 합니다.

아파트는 벽 하나를 두고 모여 살지만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지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스마트폰에는 적잖은 전화번호가 저장되어 있어도 전화벨은 울리지 않습니다.

하루가 아니라 한 주나 한 달에 전화 통화를 몇 번이나 하는지 돌아보면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전화번호의 주인이 아는 사람들이지만 한 해가 지나도 전화 한 통 나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어쩌다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도 전화번호를 누르다가 안부 말고는 이을 말이 없어 그만둘지 모릅니다.


나는.. 사실 외로웠다.

내 육신 곁에 사람들이 많았으나..

내 영혼 곁에 있는 사람들은 없었으므로...


이외수 시, 그리움 중


보이차는 혼자 마셔도 좋지만 함께 마시면 더 좋은 게 찻자리에는 대화가 함께 하기 때문입니다.

커피는 딱 한 잔으로 각자 마시면 그만이라서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와는 무관할 수 있지요.

보이차는 차주전자에 차를 넣으면 열 번을 넘어 스무 번도 우려내 마시게 됩니다.

그러니 보이차로 찻자리를 가지면 우리고 또 우리면서 대화도 오랫동안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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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를 마실 때면 매번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니 사람을 그리워하게 하는 묘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보이차를 오래 마시다 보니 차 몇 편에는 지난 시간에 그 누구와 함께 마셨던 특별한 사연이 깃들어 있답니다.

또 만나지도 못한 사이지만 온라인 다담을 나누며 정을 쌓은 다우가 보내준 차는 향미가 다르게 다가옵니다.

이렇게 마실 차를 정하며 떠오르는 사람이 있으니 찻물이 끓기 전에 벌써 혼자가 아니니 외로움은 없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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