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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는 모으면 돈 되는 차가 아니라 마셔서 좋은 차

보이차의 투자 가치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데

by 김정관

이따금 모아둔 차를 뒤지기도 하는데 잊고 있었던 차를 찾을 때도 있으니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 든답니다.

보이차 생활을 한 지 십 년 이상되면 목록을 만들어두지 않으면 어떤 차가 있는지 모를 만큼 쟁여져 있습니다.

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은 저만큼 많은 차가 있으면서 또 구입하니 보이차는 중독성이 있다고 할지 모릅니다.

보이차는 마실수록 더 좋은 차, 좀 더 다른 향미가 궁금해지니 마시는 양보다 구입하는 게 더 많아집니다.


보이차를 마신 지 십 년 정도면 어림잡아 소장 양은 백 편은 족히 넘을 텐데 왜 더 구입하려고 하는 걸까요?

그 이유 중에 가장 비중이 있는 건 보이차가 비싸지 않다는 데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이게 덫이기도 합니다.

보이차의 특징을 두고 월진월향(越盡越香)이라는 말을 쓰는데 오래 둘수록 가치가 오른다는 의미지요.

그런데 이 말이 덫이라고 하는 건 병아리를 키우면서 독수리가 될 것이라는 바람과 같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0년 이전에는 보이차가 가격이 저렴했는데 고수차도 대지병배차와 찻값이 별반 차이가 없었답니다.

제가 보이차에 입문해서 멋모르던 때 선배들의 권유로 생차를 구입했었는데 그 차들이 거의 고수차였습니다.

숙차만 마시던 십 년 동안 생차는 거의 관심도 없으면서 구입했는데 지금은 보물이 되었습니다.

고수차가 2010년 이후에 보이차 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첫물차는 찻값이 천정부지로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숙차를 마시며 만족한 차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보이차를 구입하는데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숙차는 현대 보이차로 부르는 의미가 발효 기법이 해마다 개선되고 있으며 고급 모료를 쓰기 때문이지요.

제가 요즘 구입하는 보이차는 거의 프리미엄급 숙차인데 노차 못지않은 풍미라서 해마다 기대가 됩니다.

첫물 고수차 생차라고 해도 5년은 지나야 쇄청미가 옅어지니 저는 제 소장차에서 보물 찾기를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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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시는 차에 관심을 두고 그만큼만 가져도 된다는 절제력을 가져야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보이차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분도 적지 않은데 내 개인의 입장으로는 환금성이 보장되기 어렵다고 봅니다.

'보이차는 시간과 함께 하는 인생차'라고 하는 건 나이 든 노인이 다 존경받을 수 없는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보이차는 혼자 마셔도 좋고 가족이나 주변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차 생활의 의미를 두면 좋겠습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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