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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과 보이차가 닮은 점

많이 가지면서 시작했지만 내 것이 아닌 게 더 많다

by 김정관

깨달음을 얻은 스승에게 제자가 질문을 했습니다.

"도를 깨닫고 나면 어떻게 됩니까?"

"자세히 보게 되느니라."


오늘도 아침 첫 차로 숙차를 마셨고 오전에는 녹차, 오후에는 홍차나 청차, 밤차는 생차를 마실 것입니다.

2006년부터 보이차를 마시기 시작해서 이어지는 차 생활이 19년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보이차는 마시면 마실수록 차맛을 탐하며 즐기는 게 아니라 삼시세끼 밥 먹듯이 다반사로 마시게 되더군요.

식탐이 병을 부르듯 차맛에 탐닉해도 일상이 고단하게 되는데 의외로 보이차는 탐심을 부르는 차입니다.


거의 20년 가까이 보이차를 매일 3리터 이상 마셔오면서 차 생활을 일기 쓰듯 글로 옮기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차맛을 제대로 모르고 차 마시는 자체가 좋다 보니 받아들이지 못하는 차가 없었습니다.

십 년 정도 꾸준하게 차를 마시다 보니 지금은 마실 차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달라졌다고 할 수 있지요.

하루에 몇 번 찻물을 끓이는데 그때마다 내가 마실 차가 가까이 있으니 욕심을 낼 차가 없게 되었습니다.


수석을 취미로 하는 분께 들은 이야기인데 초보일 때는 탐석에 나서면 배낭 가득 담아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돌을 알아갈수록 들고 오는 양이 줄다가 나중에는 집에 있는 돌을 다시 밖으로 들어낸다 하더군요.

보이차도 차를 계속 구입하게 될 때는 초보 시절인데 얼마가지 않아 작은 방 하나를 가득 채우고 맙니다.

내가 마실 차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 보이차에 대한 탐심을 끊는 게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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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차 생활은 숙차와 생차를 구분하는 일부터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가지고 있는 차의 진면목을 알게 됩니다.

보이차를 오래 마시면서 알게 된 그만큼 가지고 있는 차가 다 내가 마실 차가 아니라는 걸 볼 수 있게 됩니다.

보이차에 대한 탐심은 내가 마실 차에 대한 게 아니라 오래 두면 가치가 올라간다는 재물욕일지 모릅니다.

수석에 대해 말해 주었던 지인의 교훈을 미처 알아듣지 못하고 수백 편을 가지게 된 어리석음을 어찌할까요?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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