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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해를 달마다 만나는 차벗(茶友)

사십 대에 만나서 칠순을 바라보는 귀한 벗들

by 김정관

요즘 세태가 그렇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만나는 사람이 자꾸 줄어듭니다.

환갑이 지나니 일에서도 활동력이 떨어지고 세상사에 흥미도 없어지니 그렇게 됩니다.

관심사가 밖으로 향하던 게 자신을 지키는데 쓰기에도 버거워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한 달 내내 오는 전화도 없고 걸지도 않고 지나게 되니 스마트폰을 전화기라 해도 될까요?


제게는 매달 한 차례 갑장 넷이 보이차를 마시는 모임이 있습니다.

네 명 중에 셋은 다우(茶友)로 지낸 지 거의 이십 년이 되는 오랜 벗이지요.

학연이나 지연도 없는데 남녀가 친구로 이십 년을 달마다 한 번씩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따로 저녁을 먹는 날도 있지만 거의 찻자리만 가지고 헤어지니 건조한 만남인가요?


다우들은 동갑내기에 차를 좋아한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직업도 다르고 사는 곳도 다릅니다.

사실은 몇 명이 더 있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모임에 나오지 않아 넷이서 만나고 있지요.

경자생이니 곧 칠순이 되니 타고난 건강은 소진되고 지병을 걱정해야 할 나이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스무 해를 달마다 만나면서 카톡으로 매일 안부를 주고받으니 소중한 벗이지요.



보이차는 맛있는 차가 아니라 맛이 깊은 차라서 오래 마셔야 향미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습니다.

보이차는 값이 비싸다고 꼭 좋은 게 아니라 내 입에 맞아야 자주 마시게 됩니다.

어제도 지난달처럼 찻자리를 가졌는데 마치는 시간이 저녁밥때였는데도 귀가를 서둘렀답니다.

재미라고는 아예 없는 데도 매달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갑장 다회는 참 희한한 모임이지요?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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