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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차(老茶)는 오래된 차에 붙이는 존칭인데 숙차는?

녹차와 청차는 만든 그 해, 보이차는 오래 두고 마셔도 좋지만

by 김정관

보이차를 주로 마시는 제 차 생활에서 요즘 즐겨 마시는 차는 생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보이차에 입문하면서 숙차를 십 년 정도 마시고 나니 자연스레 생차를 마시게 되더군요.

십 년을 숙차만 하루에 3리터 이상 마시다 보니 공부라고 할 건 아니지만 알아지는 게 있습디다.

지금도 빠지지 않고 아침 식전차로 숙차를 마시는데 손이 가는 차가 있고 망설이게 되는 차가 있네요.


보이차는 꾸준하게 마시며 집중해서 마셔야만 다가오는 게 있고 그만큼 내가 마실 차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내가 마실 차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 보이차 생활의 난제인 차 구입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보이차 생활이 오래될수록 마실 만한 차가 많아야 되는데 손이 가지 않는 차만 방에 가득 차 있지 않습니까?

숙차는 많이 가져도 누구에게나 나눔 하기에 좋지만 손이 가지 않는 생차는 남 주기도 망설여집니다.


사실 숙차는 대익 7572가 가장 무난하지만 고급 모료를 쓴 프리미엄 숙차에도 관심을 가져도 좋겠습니다.

숙차는 악퇴발효 과정에서 쇄청모차의 차성이 많이 옅어지면서 찻잎 고유의 특성을 음미하기 어렵게 됩니다.

숙차가 개발되는 배경이 찻잎 성분 중 폴리페놀의 쓰고 떫은맛을 줄이는 차로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4등급 어린 모료로 만드는 대익 7542도 쓰고 떫은맛이 많은데 7등급의 7572의 모료는 말할 것이 없겠지요.


생차를 고수차로 마시면 신차를 마셔도 좋고 세월을 담아 수십 년에 걸쳐 변하는 향미를 즐길 수 있습니다.

숙차는 발효 기술이 좋아져서 만드는 그 해부터 마셔도 좋고 3년이나 5년이 지나면 발효취가 사라집니다.

아침 식전차로 숙차를 마시면서 아내에게 머그컵으로 한 잔 건네는데 오래된 숙차는 사양하더군요.

저도 숙차를 오래 마시면서 제가 선택하는 차는 십 년 정도가 좋고 오래된 숙차는 손이 가지 않습니다.


20210904_214606.jpg 이제는 전설이 된 호자급 보이차 송빙호 카피 포장지를 쓴 오래된 숙차, 이 숙차는 노차의 의미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소재가 된다


오래 묵힌 차를 두고 존칭을 써서 노차(老茶)라고 부르는데 보이차는 30년 정도부터 붙이고 있지요.

백차, 흑차도 오래된 차를 노차라고 쓰고 간혹 청차에도 노차라고 붙이지만 많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숙차도 노숙차라고 비싼 값에 판매되는 걸 보는데 제 입맛에는 십 년 이상된 숙차는 맞지 않더군요.

저는 숙미라고 하는 발효취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십 년 정도 된 숙차를 가장 좋아합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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