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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관 Dec 13. 2021

삶의 쓴맛을 차를 마시며 받아들인다

차는 그 맛의 바탕은 쓰지만 단맛만으로는 제대로 음미할 수 없다


차를 마시면서도 차가 주는 정서를 닮아가는 게 어렵습니다.

차를 닮아가는 정서가 무엇인지 생각해봅니다.

맛도 향도 끓는 물이 시키는 대로 자신을 드러내는 그 정서를....


피를 말리고 살을 말려 더 이상 말릴 수 없게 된 모습의 차,

건드리면 부스러질듯한 상태라야 온전한 차가 되지요.

불에 덖고 손에 비벼져서 땡볕에 말려진 몸의 차는 생채기 그 자체입니다.


그렇게 차라는 모습이 되어서 펄펄 끓인 물을 기다립니다.

적당히 데운 물이면 안 되고 펄펄 끓여야만 그 물에서 차는 속엣것을 내놓습니다.

그만하면 쓴맛, 떫은맛만 낼 것인데 단맛까지 내니 그 앞에서 그저 고마울 뿐이지요.


혹독한 시련을 겪고 우리 앞에 있는 차를 마시면서 단맛만 찾는 우리는 참 이기적이지요.

그렇게 볶이고 쪄지고 거기다가 비비기까지 당해서 나오는 차를 마시면서

쓴 맛과 떫은맛이 많은 차보다 단맛이 좋은 차만 찾지요.


그렇지만 차맛에 매료되는 시기는 쓴 맛을 받아들이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알고 보면 차는 그 기본에서 쓴맛이 향미의 차이를 결정짓지요.

다른 맛과 향이 쓴맛과 어떻게 어우러지는가에 따라 차의 특성이 나타난다고 봅니다.


차의 바탕이 되는 쓴맛을 받아들이고 다른 향과 맛을 잘 음미하는 것이 차를 음미하는 순서일 것입니다.

숨어있는 쓴맛과 드러나는 단맛의 어우러지는 조화를 느껴보는 것,

삶의 바탕에 깔리는 건 고통, 번뇌, 갈등이지만 그것을 극복한 이는 멋과 향기를 드러내지요.


그래서 차의 진정한 맛을 아는 이는 삶의 깊이도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차가 주는 정서가 이러하다고 생각하는데 차를 마시는 다른 분들도 공감해줄까요?

오늘도 차를 마시며 설익은 정서를 차의 향미에 섞어 봅니다.




무 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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