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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Aug 30. 2024

집 나간 아이디어도 돌아오게 하는 법

글쓰기 주제

스친다. 걷다가도 머리를 스치고 마음을 스친다. 뭐가? 아이디어가. 그럴 때 수첩과 종이가 있다면 당장 적어 놓을 텐데 하필이면 이럴 때 빈손이다. 핸드폰마저 집에 두고 왔다. 


별똥별이 떨어지듯 슈~웅하며 빛나고 빠르게 스칠 때도 있고, 길 가던 사람이 내 옆을 휙~ 스치면서 남긴 향수 냄새 때문에 뜻하지 않게 떠오르는 스침도 있다. 뭐든 아이디어는 적어 두면 쓸모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여의치 않을 때 나중으로 미루다 다시는 찾지 못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우연히 같은 아이디어가 두 번 스치는 경우, 이건  신의 선물에 가깝다. 그래도 적지 않는다면, 아니 적을 필기도구가 없다면? 이럴 때 필사적으로 앞 단어 하나를 구구단을 외듯 중얼중얼 대며 집으로 돌아가 아이디어 노트에 적어 놓고 한숨 돌린다. 버스가 떠나기 바로 직전 필사적으로 달려가 승차하듯.


본격적으로 글쓰기를 하기로 결심하면서 낚시꾼이 낚싯대와 낚싯바늘과 떡밥, 아이스박스, 미끼, 필요한 도구들을 신중히 고르듯 나도 도구들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찾아간 문구점에서 노트, 수첩, 메모지, 잘 써지는 펜, 포스트잇을 샀다. 서툰 목수가 연장탓하듯 그런 탓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으로.


고기를 잡으려고 낚싯대를 드리웠는데 한 참 기다려도 낚싯대가 움직이지 않았을 때의 조급함, 이런 상황이 아침 6시마다 펼쳐진다. 컴퓨터도 열고, 필기도구도 옆에 있다. 그런데 글 쓸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 뭐부터 써야 돼? 뭘 써야 돼?


하루종일 글감 하나도 발견하지 못하고 풀이 죽은 채 잠들려고 불을 껐는데 문득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해 둔 메모가 없어서 고심고심하지 말고 그냥 그거 자체로 글을 써봐. 메모로 2행시를 지어보면 어때?'


평소 같으면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이걸 써야지 했겠지만 한 번 집 나간 아이디어는 여간해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뼈 아픈 경험들이 있기에 벌떡 일어났다.


글쓰기 한다고 했으면 해야지.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어? 실행하는 자가, 끝까지 하는 자가 살아남는 자라는 거 알잖아. 시계를 보니 12시가 넘어 새벽 1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책상 위 스탠드를 켜고, 새 노트 하나를 꺼내 펼쳤다. 여기에 메모에 관해 떠오르는 걸 적어 보자. 노트도 비어 있고 머리도 비어 있었는데 쓰다 보니 한 페이지를 넘기고 두 번째 페이지, 세 번째 페이지로 넘어가고 있었다. 메모로 시작한 2행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아이디어를 물어온 것이다. 


쓰다 보니 메모 안에 과거의 기억도 현재의 고민도 담겨 있다. 그러다 우연히 집 나간 아이디어도 만난다. "맞아! 바로 이거야. 그때 떠 올랐던 아이디어!"


아이디어는 아이디어끼리 놀기를 좋아한다. 끼리끼리, 유유상종이란 말이 있듯이. 이래서 아이디어 노트가 중요한 거구나!라는 것도. 아이디어 노트를 사이즈별로 여러 권 만들었다. 내 책상 위에 큰 거 한 권, 가방에 넣고 다니는 작은 거 한 권, 핸드폰만 한 메모지는 침대 옆에, 식탁 위에도 한 권. 이렇게 아이디어 노트를 여기저기 놓고 보니 바퀴벌레가 나오면 다 잡아 죽일 기세로 놓았던 바퀴벌레 끈끈이 트랩 같기도 하다. 뭐면 어때. 아이디어가 어딘가에서 솟아 나오면 다 잡아 노트로 잡아넣을 테야! 


집 나간 아이디어도 돌아오게 하는 법? 아주 간단하다. 먼저 집을 만들어 줘야 한다. 집이 있어야 돌아올 길이 생긴다. 집은 아이디어 노트다. 다음엔 밥을 줘야 한다. 밥은 메모다. 뭐든 적는 것이다. 그다음엔 친구를 초대하는 것이다. 끼리끼리 놀 수 있도록.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가출을 막는 것이다. 그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필요할 때 땔감으로 쓸 수 있으니 두 말하면 잔소리다.


한 밤중에 써둔 메모에 대한 2행시를 몇 가지 적어본다.

메모가 뭐야? 메모로 뭘 써? 메모가 왜 중요해? 


메: 메모해서 뭐해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모: 모든 것을 메모한 사람은 인생 끝이 다르다.


메: 메아리처럼 울리는 내 안의 목소리를

모: 모으고 모아 진정한 내가 되는 길.


메: 메모는 꽃이다.

모: 모든 영양분을 흡수해 나를 꽃피운다.


메: 메모리가 살아서

모: 모르고 지나친 감정의 스위치를 켠다. 


언젠가 '메모의 힘'에 관한 책을 출판한다면 그때 써야 하니 우선 저장 중이다. 아이디어 노트에 넣어둔 메모가 잘 발효되기를 기도하며.



글쓰기 주제를 어떻게 모을까? 

우선 아이디어 노트를 만들고

스치는 생각이 있으면 뭐든 적고

거기서 꺼낸 소재로 시작~!


그래도 글쓰기 주제가 없다면?

오늘 먹고 싶은 음식으로

오늘 하고 싶은 놀이로

오늘 만나고 싶은 친구로 시작~!


쓰다 보면 쓰게 되는 것이 글쓰기니까, 우선 스타트~!


#글쓰기

#글쓰기주제

#글쓰기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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