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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Aug 27. 2023

남편 몰래 글쓰기로 부업해요.

글쓰기 부업

행운은 다가가는 자에게 손을 내민다.


글쓰기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막연히 도전해보고 싶었다. 처음에는 블로그를 시작했다. 속도는 더디고 수입은 아직 그리 많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수익이 쌓여가 감사하다. 하나 더, 브런치작가로 데뷔하고 얼마 안 있어 글을 기고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이럴 수가, 진짜네."


브런치 작가가 되면 여기저기서 연락이 온다더니 첫 번째 러브콜을 받았다. 부탁을 해온 온라인 매거진 담당자와 여러 차례 메일로 협의를 해 한 달에 두 번 글을 쓰고 원고료를 받기로 했다. 글을 쓰게 된 것도 기쁘지만 괜찮은 사람을 만난 것 같아 괜히 기분이 들떴다. 이것이 브런치를 시작하고 얻은 첫 번째 행운이다.


행운의 사전적 의미는 그냥 좋은 운수, 행복한 운수를 뜻하지만 서양에서는 고대부터 성공을 위한 중요한 덕목의 하나로 행운을 여겨왔다. 그건 사전에서 정의하는 단순한 의미를 뛰어넘는 또 다른 세계와의 만남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예를 들면 금수저도 이길 수 있는 초월적인 능력 비슷 꾸리미 한 것. 


로마의 신성으로 알려진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는 어원적으로 '행운 luck' 또는 '기회'라는 뜻이다. 이 단어는 그리스어 '티케, 튀케(tuche, tyche)', 즉 기회라는 뜻에서 유래한다. 서양 속담 중에 '행운의 여신에겐 앞머리만 있고 뒷머리가 없다'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이 말은 행운의 여신은 앞머리가 무성한데 이것은 사람들이 행운의 여신을 보았을 때 쉽게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고, 행운의 여신이 지나가버리면 아무리 아쉬워하고 잡으려 해도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운의 여신,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찾아온다는 것은 정설. 그래서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면 노력하고 준비하는 습관을 키우며 살아왔다. 불가능할 것 같지만 그래도 그것에 대한 좋은 생각, 긍정적인 사고로 몰입해 무엇인가를 열심히 하면 행운이라고 느낄만한 일들이 일어나곤 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이다. 행운은 다가가는 자에게 손을 내밀고 앞머리도 잡을 수 있게 기회를 준다고 믿으니까.



남편 몰래 글쓰기로 돈을 버는 맛은?


꿀맛이다. 나의 본업은 프리랜서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요즘은 글쓰기로 부업을 하고 있다. 남편은 나의 본업만 알고 부업은 모른다. 주중에 일을 하면 당연히 본업을 하는 줄 아는데 주말에 일찍 일어나 건넛방에서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쓰고 있으면 궁금해한다.


"뭐 해? 주말인데 쉬지 그래."

"그냥 메일 체크하고 정리할 일이 있어서 그래." 


남편은 내가 글쓰기로 돈을 벌고 있는지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다. 글쓰기를 하기 전에는 막연한 의심이 들었다. 블로그가 정말 돈이 될까, 작가도 아닌데 브런치에서 수익이 생길까,라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해보면 안다. 꾸준히 노력하는 자를 행운의 여신이 찾아와 준다고 믿는 사람에게 일어나는 기적들이 있다. 이 기적은 꿀맛보다 다디달다. 


글쓰기로 단순히 돈을 벌 수 있어서 좋은 것은 아니다. 글쓰기에는 좋은 에너지 파장이 있다. 첫 번째는 좋은 생각 훈련을 하게 되고, 좋은 책들을 읽게 되고, 생각의 뿌리가 깊어지고, 불안과 우울한 감정들이 멀어지면서 심심한 행복감이 느껴진다. 찐한 감정의 높은 파도도 잔잔하게 만들어 주고, 지하 깊은 곳을 파는 우울한 감정들도 수그러들게 한다. 


글쓰기는 내가 가장 존재하고 싶은 '내 모습' 그대로 머물게 해 주어 좋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처럼 복잡한 주파수가 흐르지 않는 맑은 머리, 순수한 마음을 만들어 준다. 


어린 시절, 이불을 다락문과 방문 사이에 끼워 나만의 작은 아지트를 만들어 그곳에서 행복감을 느꼈듯이 글쓰기가 바로 마음속 작은 아지트처럼 오래 머물고 싶은 그런 곳이 되었다. 



행운의 여신이 되어주리라.


글쓰기 부업으로 돈을 차곡차곡 모아 언젠가 남편과 아들을 놀라게 해 주고 싶다. 그야말로 눈이 동그랗게 되어 '행운의 여신'을 만난듯한 표정이 상상된다. 바삐 살아온 지난날들 속에, 고맙다고, 수고했다고 제대로 전하지 못한 말 대신 행운의 여신이 되어 고마움을 갚고 싶은 것이 지금의 작은 바람이다. 


'그러려면 꽤 벌아야 할 텐데...'

'더 큰 행운의 여신이 와야 할 텐데...'


글을 더 열심히 써야겠다. 바람이 가까운 현실이 될 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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