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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Aug 29. 2023

글쓰기 왜 해? 솔직히 나도 작가가 되고 싶다. 너도?

근데, 작가가 되려면 이런 각오가 필요하데.

배우 오디션에 떨어졌는데 너무 행복했어요.
-남궁민-


어떻게 행복하지? 떨어졌는데...

남궁민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전혀 감이 없었는데 우연히 텔레비전에 배우를 모집한다는 광고를 보고 응시했다가 낙방, 하지만 그 오디션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처음으로 알게 되어 오디션 결과와 상관없이 너무 행복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설마? 했다.)


토요일 오후, 거실에서 남편이 유퀴즈에 출연한 배우 남궁민 편을 보고 있었다. 예전에 남궁민 배우가 나온 드라마를 몇 편 본 적이 있는데 작은 키, 왜소한 외모, 몰입감 있는 연기가 기억이 나서 어떤 사람인지 들어보고 싶었다. 


무명 생활 15년이 지나서야 처음 주인공을 맞게 된 남궁민. 그는 99년에 데뷔해 단역으로 활동하면서도 연기를 지나치게 못해 욕받이였다고 한다. 매번 자신의 연기가 끝나면 감독님이 욕을 하기도 하고 비난을 했는데도 집에 돌아가는 길이 기분이 좋고 행복했다고 말하자 유재석은 묻는다.


"왜 기분이 좋아?"

"(하고 싶은) 연기를 했으니까~"

"서럽지 않았어요?"

"전혀! 너무 행복했어요."


"좋아하는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연기를 하고 있으니까, 좋아하니까..." 

그의 인터뷰는 대부분 연기에 대한 그의 순수한 열정과 사랑이 묻어나는 말들이었다. 배운 것도 아닌데 처음부터 잘하는 게 이상한데도 우리는 처음부터 천재적으로 잘하기를 스스로도 타인도 기대할 때가 많다. 그 기대 속에 조금씩 자라나는 실력과 성장보다는, 결과로 자신을 평가하고 매서운 판단과 비난을 받다 좌절하며 그만두는 것이 조금 더 보편적인 일상이다.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더럽게 글을 못쓰네."라고 비난하고 악플을 단다면 그것을 15년 견딜 재간이 있을까? 그런 비난에 남궁민처럼 "죄송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할 단단함이 있을까? 이렇게까지 혹독하지 않더라도 15년 글을 쓰고 있는데 아무런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과연 지속할 수 있을까? 결국 그는 그 세월을 욕먹는 것으로 흘려보낸 것이 아니라 탄탄한 연기력으로 채워 좋은 배우가 되었다. 



글쓰기의 출발점은 배우 남궁민과 비슷하다.

우연히 브런치 작가를 알게 되었고, 글을 쓰면서 작가는 아니지만 즐겁다. 하고 싶었던 일이었나 보다. 글을 쓰고 아직 "더럽게 글을 못쓰네."라는 욕을 먹지는 않았다. (앞으로 먹으려나? 하지 마세요. 저 소심해요.) 브런치에는 '라이킷'은 있어도 '헤잇(hate it)'은 없어 얼마나 다행인지 이제라도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브런치 작가는 5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왜 다들 글쓰기를 지속할까? 어쩌다 행운을 바라고? 그 행운은 출판을 하고 돈을 버는 상상일까? 아니면 단순히 스트레스해소나 명예일까? 솔직히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내가 쓴 글들이 언젠가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 



작가 프로젝트에 떨어졌는데 너무 행복해요.
-레몬 엘에이-




이런 각오!!

글쓰기로 작가가 되려면 욕을 먹어도 포기하지 않을 마음, 금방 작가가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지속할 마음, 계속 배우고 성장할 마음, 순수하게 글쓰기를 즐길 수 있는 마음, 15년이라는 세월 속에 빛을 보지 못하더라도 희망을 가지고 살아낼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알았다. 


앞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남궁민이 나오면 "더럽게 연기 못하네"라고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를 알고 그는 나를 모르지만 화면 너머로 '존경'이라는 주파수와 응원을 보낼 것이다.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꿈을 이루려면 적어도 이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사람 관찰은 이래서 좋다. 뒤져보고 캐보면 배울 게 반드시 하나 이상 있으니까.   


"파이팅!"


딱 15년 써보려고 한다. 그때쯤은 유명 작가는 아니더라도 '작가'는 되어있으리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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