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면 시리즈
잔치국수는 식욕이 없을 때, 딱히 먹고 먹고 싶은 건 없지만 안 먹고 지나치면 서운할 때, 따뜻한 국물요리가 당길 때 주로 잔치국수를 해 먹는다.
막상 잔치국수를 차려 놓으면 소박한데 이름이 거창하다. 그냥 멸치육수에 면 삶아서 그 위에 김치 올리고, 김 가루 뿌리고, 애호박이 있으면 볶아서 올리면 되는데 '잔치'라는 말까지 쓰는 이유는 뭘까?
잔치국수는 예전부터 환갑잔치, 결혼잔치, 생일잔치의 대표 음식으로 쓰였다. 말 그대로 '잔치 때 먹는 음식'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는데 긴 국수발처럼 오래 살라는 의미도 가지고 있고, 결혼식에서는 신랑 신부의 인연이 오래가기를 기원하는 뜻도 담고 있다.
'언제 결혼할 거야?'라는 표현이 '언제 국수 먹여 줄 거야?'와 동등하게 쓰이는 것이 바로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잔치국수는 잔칫날이 아니면 간단하게 준비해 먹는 것이 정석(잔치 아니니까). 잔칫날에는 쇠고기로 국물을 내고 거기에 잘게 썬 쇠고기, 계란 지단, 당근, 버섯, 호박, 고명 등을 얹어 대접하지만 평범한 날엔 평범하고 소박하게 멸치국물에 호박정도만 올려도 충분하다. 음식은 자고로 쉬워야 귀찮음을 이기고 도전할 수 있으니 간단한 레시피를 소개하려고 한다.
잔치국수 재료:(1~2인분)
멸치 국물용 10 마리면 충분
소면 1~2인분
애호박 반 개(야채를 먹기 위한 노력)
김치 조금
썬 파 조금
김가루 조금
잔치국수 양념장은 간장, 마늘, 파, 고춧가루, 참기름
잔치국수 만드는 법:
1. 냄비 2개를 불에 올리고 하나는 멸치 육수용으로, 하나는 소면을 삶는 용으로 사용.
2. 멸치육수는 찬 물에 멸치 10마리를 넣고 끓인다. 약 5분 정도.
3. 소면 1~2인분을 삶는다. 약 3~5분 정도.
4. 애호박 반 개를 채 썰어 볶는다.
5. 국수사리를 그릇에 담고 멸치장국을 넣은 다음 애호박, 가늘게 채 썬 김치, 김가루를 얹는다.
6. 양념장을 곁들어 상에 차리면 완성!
잔치국수를 맛있게 만드는 중요한 팁이 2가지 있다. 하나는 면을 삶았을 때 찬물에 충분히 헹구고 물기를 빼 두는 것, 또 하나는 국수사리를 그릇에 담았을 때 토렴을 하는 것이다. 토렴이란 국수를 뜨겁게 먹을 수 있도록 뜨거운 국물을 여러 번 넣었다 빼는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해야 잔치국수가 미지근하지 않고 맛있는 국물온도를 유지한다.
잔치국수는 주로 가을이나 겨울, 찬바람이 불면 뜨끈한 국물 때문에 당기기도 하지만, 여름에도 에어컨이 빵빵한 실내에서는 체온 1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음식이다.
뜨거운 국물로 속이 뜨끈하면 세상이 따뜻해 보이는 건 왜? 내가 잔치국수를 좋아하는 소박한 이유다.
오늘의 혼밥 2행시
혼: 혼자라고 끼니를 대충 때우지 말고
밥: 밥 맛이 없더라도 맛난 것을 챙겨 먹는 습관이 잘 사는 습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