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들려면 ISBN이 필요했다. ISBN이 뭔지는 알았다. 서점에서 산 책 뒤표지에 붙어있는 바코드, 단행본에 부여되는 고유 번호.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막연하게 단행본은 ISBN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ISBN 말고도 ISSN, UCI가 있었다. ISBN은 단행본, ISSN은 잡지나 학술지 같은 연속간행물, UCI는 디지털 콘텐츠에 부여되는 번호였다. 내가 만드는 건 단행본이니 ISBN이 맞았다. 이런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찾아봐야 한다는 걸, 시작하고 나서야 알았다.
다행히 주위에 출판사를 하는 지인이 있었다. 대략의 과정을 설명해 줘서 완전히 맨땅에 헤딩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르는 부분은 넘쳐났다.
ISBN은 국립중앙도서관 서지정보유통지원시스템에서 신청하는데, ISBN을 신청하기 전에 먼저 발행자번호를 취득해야 했다. 발행자번호란 출판사마다 부여되는 고유 번호로, 이게 있어야 비로소 개별 도서에 ISBN을 신청할 수 있다. 보통 2~3일이 걸린다고 했다.
발행자번호를 받고 ISBN 신청으로 넘어갔는데, 여기서 한참 헤맸다. 신청 화면에 개별도서, 일반세트, 다품목 묶음세트 이렇게 세 가지 섹션이 있었다. 세 권을 한 번에 쉽게 신청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터라 어떤 섹션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몰라 GPT에게 물어봤다. 일반세트로 신청하라고 했다. 혹시나 싶어서 세트로 된 서적이 아닌 게 맞냐고 재차 확인까지 했는데도 그렇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하나하나 물어가며 신청했는데 웬걸, 일반세트는 세트로 묶인 도서에 해당하는 거였다. 내가 만드는 건 각각 독립된 단행본이었고, 한 번에 쉽게 신청할 수 있다는 것도 개별도서 섹션에서의 이야기였다. GPT가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한참의 시간을 소비하고서야 처음으로 돌아가 개별도서로 다시 신청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책의 분류번호도 알아야 했는데, 같은 사진집이라도 어떤 분류로 들어가는지, 그림책은 어린이 교재로 들어가는지 다른 카테고리인지, 항목마다 어느 쪽인지 몰라 끙끙대며 찾아봐야 했다. 그리고 ISBN 신청 시 입력한 판형과 페이지 수는 이후에 수정이 불가했다. 책 작업과 동시에 신청하는 경우라면 이 부분은 미리 확정해두어야 한다. 가격, 커버 이미지, 책 소개, 저자 소개 같은 정보는 발행일 전까지 변경이 가능하지만.
ISBN을 받고 나면 납본도 해야 한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책이 완성되면 발행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국립중앙도서관에 책 2부를 보내야 하는데, 한 권은 보존용, 한 권은 열람용이다. 열람용 1부의 정가는 납본 보상금으로 돌려준다.
ISBN 발급은 신청 후 하루 만에 됐다.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아직 책이 완성된 건 아니었는데도, ISBN을 손에 쥐고 나니 책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하고 나면 별것 아니지만, 하기 전에는 일일이 찾아 해야 할 일들을 차근차근 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