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선생님이 오래전에 쓴 글들이 있다.
처음 사진을 배울 때도 분명 읽었던 것들이었다. 심지어 내가 단 댓글도 남아있었다. 그런데 사진을 업으로 삼게 되고 나서 다시 그 글들을 찾아 읽었을 때, 전혀 달랐다.
같은 글인데 달랐다.
그사이 나에게도 사진에 대한 경험이 쌓였고, 오래 고민하는 과정에서 생긴 깊이 같은 게 있었을 것이다. 과거에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앗제 사진집을 보며 눈이 트이기 전에, 이미 선생님 글에서 먼저 그 이야기를 만났던 것 같다. 선생님은 오래도록 같은 이야기를 하고 계셨다. 사진에 '나'를 담아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도 아닌 진짜 나를 드러내는 것. 그게 작가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에 가장 큰 힘이 담긴다고. 예전엔 읽어도 몰랐던 말들이었다.
그 글들을 모아두고 싶었다. 웹 여기저기에 올려두신 글들을 하나씩 찾아서 전부 복사했다. 그때그때 쓴 글들이라 정해진 목차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나씩 일일이 읽으며 분류했다. 카메라 메커니즘에 관한 글, 사진 강의에 관한 글, 작업에 관한 글, 단상들. 흩어져 있던 것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 꽤 즐거웠다.
그런데 거기서 멈춰버렸다. 십 년도 전 일이었고, 그때는 지금처럼 독립출판이 성행하던 때가 아니었다. 책을 낸다는 것이 조금은 멀게 느껴졌다.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생각도 없지 않았나 보다. 막연하게 언젠가 책으로 냈으면 좋겠다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삶에 치이다 보니 그냥 묵혀두게 됐다.
그렇게 한참이 지났다.
그러던 중 지인이 전자책 지원사업을 통해 전자책을 냈다는 얘기를 들었다. 순간 기억 속에 묻어두었던 그 글들이 떠올랐다. 이거다 싶었다. 선생님 글을 책으로 내야겠다! 나도 신청해봐야겠다 싶어서 지원 자격 요건을 살펴봤더니, 출판사여야 했다.
그래서 출판사를 내기로 했다.
뜻밖이라면 뜻밖이었다. 사진집을 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선생님의 글을 책으로 엮고 싶어서 출판사를 차리게 됐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