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를 내기로 마음먹었는데, 막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회사는 이미 있었다. 사진 교육과 촬영을 하는 스튜디오.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사회배려계층을 대상으로 일하다 보니 처음부터 법인으로 설립했다. 사회적 기업을 지향했기 때문이었다. 예비사회적 기업 지정까지 받았다.
그런데 일을 해보니 알겠더라. 사진예술 분야는 성과를 수치로 매기기가 까다로운 일이었다. 발달장애 아동에게 사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 아이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숫자로 증명하는 건 쉽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기준으로는 일자리를 얼마나 창출했느냐가 핵심이었다. 게다가 나는 예술가였고, 혼자 작업하는 걸 편하게 여기는 사람이었다. 조직의 몸집이 커지는 게 솔직히 불편했다. 결국 지금은 사회적 기업 인증 없이도 동일하게 사회배려계층을 대상으로 일하고 있다.
어쨌든, 출판사를 내야 했다. 법인 정관을 들여다보니 인쇄 출판업이 업종에 있었다. 잘됐다 싶었다. 그대로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출판업은 따로 신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출판업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다.
고민이 생겼다. 출판사는 면세인데 나는 영리법인이었다. 이 두 가지를 어떻게 양립하지. 회계 처리는 어떻게 하지. 차라리 개인사업자로 출판사를 따로 만드는 게 나을까. 한동안 그 생각을 맴돌았다. 세무사 사무실에 문의하니, 과세 내역과 비과세 내역을 따로 제출하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쉬운 거였나. 허탈하기도 하고 홀가분하기도 했다.
출판사 신고를 위해 구청 문화체육과를 찾아갔다. 법인등기부등본과 임대차계약서를 챙기고, 신규등록신청서에 법인인감을 날인한 뒤, 서류를 내고 기다렸다. 며칠 안 돼서 출판사 신고필증이 나왔다. 출판사를 내는 게 이렇게 간단한 일이었나 싶을 정도로 쉽고 빠르게 일이 진행됐다.
출판업을 신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자책 제작 지원사업에 신청했다. 선생님 글을 책으로 엮으려던 그 계획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는 건가 싶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출판표준계약이 뭔지도 몰랐고, 지원사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다. 촉박하게 준비했고, 결과는 탈락이었다.
그렇게 기운이 좀 빠졌나 보다. 다른 일들이 밀려왔고, 출판사는 조용히 한편으로 밀려났다. 신고필증은 서랍 어딘가에 있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