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결국 책을 내기로 했다

by 나라

신고필증은 서랍 어딘가에 있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다시 꺼내게 된 건 뜻밖의 이유에서였다.

함께 일하는 강신효 작가님의 예술인 활동 증명 갱신이 필요했다. 사진 분야에서 예술인으로 활동을 증명하려면 개인전을 개최하거나, 저서를 출판하거나, 그룹전이라면 일정 횟수 이상이어야 했다. 그룹전은 몇 차례 했지만 요건을 갖춰 신청했는데도 몇 번씩이나 반려됐던 기억이 있었다.


게다가 예술인복지재단의 일 처리 속도가 무척 느렸다. 기본 3개월 이상. 또 몇 달씩 기다리다가 반려되거나 거절되는 걸 보느니 확실한 방법으로 신청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전시로 증명하는 것보다 사진집 출판이 낫겠다 싶었던 거다. 사진집은 어차피 내려고 했던 것이기도 하니까 이참에 내자.


막상 준비를 시작하려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진을 하면서 내 사진집을 내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사실 이전에 사진집은 몇 차례 내 본 경험이 있다. 서울역 일대, 세운상가, 홍제역 일대에서 마을 주민들과 변해가는 마을의 모습을 기록하는 아카이빙 프로젝트를 했고, 그 결과물로 타 출판사를 통해 사진집을 여러 차례 냈다.


하지만 그건 달랐다. 내 출판사로, 온전히 내 사진으로 만드는 사진집은 아직이었다. 사진가라면 누구나 나를 닮은, 나를 담은, 엄선한 사진들로 이루어진 내 사진집을 내고 싶지 않을까. 그 생각이 늘 마음 한편에 있었다. 그동안 찍어둔 사진들은 충분히 있었다. 어차피 출판사도 있고, 이참에 내 것도 내볼까.


그러다 또 하나가 떠올랐다. 별소녀 이야기.


심플한 그림체로, 머리에 별을 단 소녀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짤막하게 그리고 써온 것들이었다. 십 년도 전에, 울적할 때마다 조금씩 그렸다. 예전부터 책으로 내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언젠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별소녀가 움직이면 얼마나 좋을까. 애니메이션 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도 했는데 작업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게 또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


그런데 지금은 AI로 스틸 이미지를 움직이게 하는 게 가능해졌다. 책도 내고, 애니메이션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싶었다. 이것도 이참에 같이 내자.


세 권이라니, 대단한 결심을 한 것 같지만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냥 할 일이 생겼구나. 오랫동안 하려고 했던 일을 해야겠다. 그 정도였다.

수,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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