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집 : 아무도 안 사도 누군가는 만들어야 하는 것들

by 나라

좋은 사진을 찍고 싶었다.


미술사 책을 보고, 사진의 역사를 공부하고, 사진가들을 소개한 책들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좋은 사진을 찍었다고 평가되는 사람들은 실제로 어떤 사진을 찍었을까. 그래서 사진집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외젠 앗제, 워커 에반스, 로버트 프랭크, 윌리엄 클레인, 다이안 아버스, 안셀 아담스 등 해외 유명 사진작가들의 사진집은 고가라 전부 사보기는 어려웠다. 사진집을 많이 소장한 지인에게 빌려 보기도 하고, 도서관을 찾아가기도 하면서 그렇게 한 권 한 권 들여다봤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 가장 여러 번 펼쳐본 작가는 외젠 앗제였다.


처음 사진을 배울 때 사진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 그럼 앗제 사진을 봐."


그 말을 듣고 열심히 봤는데 솔직히 처음에는 아무리 들여다봐도 왜 좋은지 알 수가 없었다. 구도가 좋다는 건가? 뭐가 좋다는 거지? 그냥 모르겠었다.


그런데 모든 일에는 깊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한 가지를 오랫동안 붙들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는 때가 온다. 사진을 시작하고 십 년쯤 됐을 때였나. 어느 날 앗제 사진집을 펼쳤는데 - 눈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수없이 봤던 사진들이지만 그날따라 달라 보였다.


'아, 이거구나! 앗제가 찍은 건 이런 거였구나!'


앗제는 아무것도 아닌 걸 아무렇지도 않게 찍었다. 사진을 오래 찍어 본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사진은 ‘진짜 나'보다 '보이고 싶은 나'를 찍기 쉬운 매체이다.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걸 찍고 주목받는 일.


하지만 작가라면 온전히 자신의 것을 내보여야 한다. 앗제의 사진은 그것을 가장 담백하게 보여준 경우였다. 아무것도 아닌 걸 아무렇지도 않게. 아무것도 아니기에 더 큰 울림을 주는 앗제의 사진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 좋은 사진집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은 것이.


사진집은 잘 안 팔린다. 업계에서 공공연히 하는 말이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진은 모니터 화면으로 볼 때와 인화됐을 때가 다르다. 제대로 만들어진 사진집을 손에 쥐고 넘길 때의 그 감각은 화면으로는 절대 대신할 수 없다. 팔리고 안 팔리고와는 별개로, 누군가는 만들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그렇다면 내가 하면 되지.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