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만나면 탈 나요! 생각보다 상식적이지 않은 사람들
요즘 매주 금요일 방영되었던, 얼마 전 종영된 연애 프로그램인 환승 연애 2에 푹 빠져있었다. 딱히 연애 프로그램에 관심도 없고 흥미도 없어서 안 보고 있다가 한 10회쯤 방영되었을 때인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환승 연애 2로 하도 도배가 되어있어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뭐가 그렇게 재밌길래 이리들 난리람..?
인스타와 유튜브에 짧게 짤들도 많이 돌아다니고, 지인들을 만나도 환승 연애 2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젠 '보지 않으면 대화에 낄 수 없겠다'라는 생각과 '나만 트렌드에 뒤처질 순 없지..'라는 생각이 들어 티빙에서 방영하는 환승 연애를 1화부터 정주행 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보다가도 재미없으면 그냥 중간부터 안 보는데, 환승 연애는 매번 다음 화가 궁금해져서 쭉 보게 되었다. 보면서 '내가 저런 상황이면 어떨까?'라는 만약에 놀이를 혼자 해보고, 중간중간 나오는 출연자들의 불편한 행동들을 보고 방구석에서 혼자 분노하기도 했다가, 해은X규민 서사를 보고 눈물짓기도 했다. 각각의 캐릭터가 되게 입체적이고 현실적이라 방송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유형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초년생부터 직무는 기획, PM, PO로 거의 비슷한 직무로 10년을 넘게 일을 했고, 총 5번의 이직을 했는데 다양한 회사에서 내가 만났던 '이상한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이 글은 누군가를 폄하하기 위해 작성된 글은 아니고, 그냥 너무나도 내 관점에서 '다신 만나고 싶지 않은 유형'에 대해 쓴 글이므로 참고 바란다.
지금으로부터 약 6년 전쯤 재직했던 회사에서 새로운 유형의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난 적이 있었다. 사업, 마케팅, 기획, 개발이 원팀으로 되어있던 회사였고 인원은 20명이 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기존에 크게 관심이 없던 인더스트리여서 사업에 대한 배경지식이나 문화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었다.
입사 첫날, 다 같이 회의실에 모여 새로운 사람이 왔으니 각자 자기소개를 하는 자리를 가졌다. 유쾌하게 자기소개를 했는데 다들 박수는커녕 눈길도 주지 않았다. 환영받지 못한다는 느낌과 이상하게 무거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후 자리에 가서 앉아있는데 아무도 나에게 온보딩을 해주지 않았고 다들 바빠 보였다.
눈치를 조금 보다가 30분쯤 지나가는 시점에 내 바로 옆에 앉은 멘토 과장님에게 말을 걸었다.
나 : "과장님, 바쁘신 것 같아 죄송한데 제가 어떤 업무를 하면 될까요?"
과장 : " ㅡㅡ 바쁘니까 메신저로 해요."
차가운 답변에 머쓱해져서 "네"라고 조용히 답하고 조금 뒤 궁금한 것들을 메신저로 보냈다.
메신저로 보내자마자 그 과장님은 자리에서 일어나 모두가 다 들으라는 듯
"아 왜 옆에 앉아있는데, 메신저를 해 ㅡㅡ"라고 말했다. 처음 겪어보는 이상한 상황과 첫날 입사한 사람을 대하는 상식적이지 않은 태도에 당황했다. 그래서 "네?"라고 하니까 죽일 듯이 노려보다 자리에 앉아 다시 본인 업무를 하셨다. 그러고 퇴근쯤 되니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셨는지 "아가야, 오늘 맥주 마시러 갈래?"라는 맥락 없는 질문을 하셨다. 이후에도 같이 업무를 진행하는데, 대놓고 사무실에서 큰 소리로 쪽을 주고 몇 시간 뒤엔 친한척을 하는 게 반복되었다. 나는 도저히 그분의 감정 기복을 견딜 수 없어 며칠간 눈물로 보내다가, 퇴사를 통보했다.
이것도 위에 회사를 다닐 때의 일이다. 면접 볼 때부터 종이에 뭘 그리더니, "여기에 제가 뭘 그렸게요?"라는 이상한 질문을 하더니 실제 입사하고 보니 생각보다 정말 처음 겪어보는 타입의 분이었다. 입사하고 며칠 되지 않았을 때 갑자기 큰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사무실이 2개로 나눠져 있었는데, 한 공간은 상무님을 제외한 모든 이들이 업무를 하는 공간이고 한 공간은 상무님 혼자 사용하시는 공간이었다.
상무님 방에서 갑자기 뭐가 부서지는 소리와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깜짝 놀라서 '이게 무슨 일이지?' 하면서 상무님 공간을 봤는데 상무님 방문은 닫혀있었고, 그 안에서 상무님이 누군가를 향해 쌍욕 + 물건을 집어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전에 뉴스에서 본 땅콩 항공 오너가 직원들을 대할 때 소리 지르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리자, 갑자기 누군가 그 소리가 들리지 않게 우리 공간의 문을 닫고 노래를 크게 틀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도 소름이었다. 얼마나 자주, 많이 이런 일이 있었으면 이 분들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행동을 할까 싶어서.
그 이후에 내 업무를 상무님께 보고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갑자기 특정 '키워드'에 꽂혀서 왜 이 '키워드'를 사용했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 한 이유로 이 키워드를 사용했다고 답했는데 갑자기 노트를 바닥에 집어던지면서 '왜 이 키워드를 사용하냐고!!!!!!!!!!!!!!!!!!!!!!' 하면서 나를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다.
너무 깜짝 놀라고 당황스러워서 일단 죄송하다고 하고 자리에 앉았다. 몇 시간이 지나자 그 상무님이 나를 따로 부르셨다. "아까는 내가 미안했다"라고 사과하셨다. "너한테 한 말이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요즘 해이해진 것 같아서 다 들으라고 한말이니 상처받지 마라. 너는 잘하고 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분노조절장애 유형의 사람은 처음 겪어봐서 너무 당황스러웠다. 어린 나이였고 난생처음 겪어본 유형의 사람이라 무섭기도 했다.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냥 마음이 좀 아프셨던 사람이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근데 다음 회사에선 굳이 마음 아픈 사람은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같이 업무를 하다 보면 실무자들과 트러블이 생기거나, 업무 스타일이 안 맞아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서 스스로가 느낀 생각이나 고충들을 동료에게 공유하거나, 전달할 수는 있는데 본인과 맞지 않고, 마음에 안 든다고 '특정인'을 모든 사람에게 폄하하여 말하고 다니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나도 처음에 '특정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분에 대한 편견이 생겼었는데 같이 업무를 하면서 내가 들었던 이야기가 Fact가 아니구나 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근데 그분은 '특정인'에 대한 이야기를 과도하게 부풀려서 이야기하고, 리더, 동료, 후배 할 것 없이 특정인을 비하하고 다녔다. 처음엔 그렇게 말하는 게 '얼마나 스트레스받으면 저럴까' 싶었는데 하도 자주 듣고, 주변에서 그분이 '특정인'을 욕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그분이 하는 말을 믿지 못하게 되고 그분을 멀리하게 되었다.
또, 이 과정에서 만약 그분과 내가 일을 하다가 스타일이 조금이라도 맞지 않으면 나도 충분히 '특정인'이 되어 내 뒤에서 내 욕을 하고 다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니 그 분과의 협업조차 무서워졌다.
결국 이런 사람들은 모두의 신뢰를 잃게 되어있고, '특정인'에 대한 욕을 들은 동료들도 '나도 저분에게 특정인이 될 수 있겠다'라는 우려를 해 그분을 멀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유형은 업무를 하다 보면 생각보다 마주치기 쉬운 유형이다. 여러 회사에서 거의 1명 이상은 봤던 것 같다. 이런 사람들은 '내 아이디어가 제일 좋아! 내가 최고야! 네가 한건 별로~'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서비스를 운영하며 특정 유저에게 타깃 메시지를 발송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타깃과 메시지를 작성하여 개발팀에 요청하면 개발팀에서 고객 리스트를 뽑고 발송해주는 프로세스로 업무를 진행했다. 1차로 타깃과 메시지는 내가 작성했고, 2차로 기획 리더가 검토를 하고, 3차로 내가 개발 쪽 담당자에게 발송 요청을 했었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개발 담당자가 타깃과 메시지를 보더니 "왜 이 고객들한테 문자를 보내야 돼요?"라고 물어 답변을 해주자, "저는 이해가 안 되는데요?"라고 추가 질문을 하셨다. 어떤 게 이해가 안 되시냐고 물으니 타깃도 이해되지 않고 메시지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어떤 부분이 이해가 안 되냐고 재차 물으니 "저라면 이렇게 안 할 것 같은데요."라고 하셨다. 그럼 과장님이라면 어떻게 보내실 것 같으세요?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니까 "그냥 별로" 라며 궁시렁거리셨다.(이후 추가로 뭐라 뭐라 하셨던 것 같은데 기억 안 남) 여하튼 내가 듣기엔 그저 일이 귀찮고 하기 싫은 사람이 시비를 거는 것으로 밖에 생각이 되지 않았다. 나는 기획 리더에게 컨펌도 받았고 과장님이 어떤 게 이해되지 않는지도 이해되지 않으니 발송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과장은 굳이 기획팀 리더에게 찾아가 본인의 의견을 추가로 전달했는데, 기획리더 분도 그분의 말을 납득할 수 없으니 저희가 기획한 대로 보내달라고 말씀하셨다. 그제야 개발 담당자는 우리의 요청을 어쩔 수 없이 처리했다.
여러 번 이런 일이 있었고, 그 과장님은 본인의 SNS에 서점에서 찍은 책 사진을 올리며 보란 듯이 나의 저격글을 올리셨다. 나는 페친이 아니라 글을 올린지도 몰랐는데, 그분과 페친을 맺은 동료들이 그의 게시글을 보여주어 알게 되었다.
게시글을 봤을 땐 너무 유치해서 딱히 화도 안 나고 오히려 웃음이 났다. 그동안 대안 없이 비판한 게 그냥 내가 싫어서였던 건지, 본인이 비판한 게 먹히지 않아 내가 싫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 나와 8살 넘게 차이 나던 과장님의 행동을 보며 '나는 과장되면 절대 저러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반면교사로 삼기로 다짐했었다.
업무를 하며 생각보다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만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었다.
한 때 '내 잘못인가'라는 생각에 자책도 많이 하고 회의감도 많이 느꼈었다. 개선을 하려고 커뮤니케이션 관련 책이나 심리학 책도 여러 권 읽었다. 점점 경력이 쌓이고 책을 읽으며 배운 것들도 많아지면서 이런 사람들을 만난 건 나의 잘못이 아니라, 그냥 운이 없었던 것이라는 것으로 결론을 짓게 된 것 같다.
지인들이나 업계 선배, 동료, 후배들을 만나 내가 어떤 회사에서 어떤 유형의 사람들을 만났었는지에 대해 얘기해주면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어요?"라는 반응을 많이 듣곤 했다. 그래서 이제 이상한 사람을 만나면 내가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저 '운이 없어서 이상한 사람을 또 만나고 말았구나.. 최대한 피하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괜히 이런 사람들하고 일하면서 엮이고, 스트레스받을수록 나만 손해이기 때문에 저렇게 생각하고 피하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다.
이직을 할 때 내가 결정할 수 없는 건 '그 팀의 구성,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들이고, 어떤 분위기 속에서 일하는지에 따라 나의 스탠스로 바뀌고, 재직기간도 달라지므로 정말 큰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은 미리 결정할 수 없고, 운에 맡겨야 하는 게 가장 리스크인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건, 나는 점점 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있는 것 같다.
지금까지 운이 나빠 만났던 이상한 사람들은 앞으로는 절대! 다시 만나지 않고 쭉 행복만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