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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Feb 01. 2022

아들의 꿈을 함께 읽으며

중학생 아들과 함께 하는 독서

  우리 아들은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된다. 현재 아들의 꿈은 생물학자가 되는 것이다. 생물학자라니!! 내 아들인데 나와는 너무 다른 성향의 아들이 태어났다. 물론 앞으로 꿈이 바뀔지도 모른다. 아직 중학생일 뿐이니까. 그런데 어쨌든 '생물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나로서는 신기하게 느껴진다.


  엄마인 나는 뼛속까지 문과 성향을 가진 사람이다. 학교 다닐 때 제일 싫어했던 과목을 순서대로 늘어놓으라고 하면 체육, 수학, 과학(특히 물리)을 꼽겠다. 제일 좋아했던 과목은 국어, 영어이다. 우리 남편은 겉으로 보면 문과 같은데(그 결정적인 예는 수학 성적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는 것?) 학교 다닐 때 적성검사를 하면 항상 이과로 나왔다고 한다. 본인도 적성검사 결과를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단다.


  그런데 내가 봐도 우리 남편 공룡 씨는 문과와 이과가 묘하게 겹쳐 있기는 하다. 수학 성적이 아주 우수하지는 않았지만 싫지는 않았다고 하고, 과학도 재미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일본어를 좋아해서 일본어 전공으로 외고까지 갔으니 이건 또 문과적인 성향이고. 아무튼 복잡한 적성의 결정체이다.


  여하튼 그런 우리 부부에게서 태어난 아들이 생물학자가 되고 싶어 한다. 난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직업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 놀랍다. 심지어 친척들이나 지인들 중에도 과학자는 단 한 명도 없는데.


  학교에서 상담을 할 때 아들이 생물학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아신 담임 선생님께서 아들에게 자연과학자인 최재천 교수가 쓴 <과학자의 서재>라는 책을 권해 주셨다. 참고로 이 책에 대해서는 앞서 다른 글('중학생인데 스마트폰이 없다고요?')에서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다.


  아들은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재미있었는지 단숨에 읽고는 소장하고 싶다고 사 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뜸 한다는 말이 "엄마, 나도 대학교 때 미국으로 유학을 가야겠어!"였다.

 


  이 책의 저자인 최재천 교수는 서울대에서 동물학 학사를 받은 뒤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에서 생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자연과학자이다. 미국 미시간대학교 교수로 있다가 서울대 교수를 거쳐, 지금은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과학자의 서재>는 최재천 교수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성장 과정이 잘 담겨 있는 책인데, 아들이 워낙 감명 깊게 읽었다고 하니 나도 흥미가 생겼다.

청소년 자녀들과 부모님들께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만약 우리 아들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평생 이 책을 읽어 보지 못했을 것이다. 일단 제목부터 '과학자의 서재'라니. 제목이 무척 멋있긴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뼛속까지 문과인 나는 절대 먼저 손대지 않았을 책이다. '과학자'만으로도 이미 재미가 없는데 과학자의 '서재'라니 얼마나 지루할까 싶은 선입견 때문에 말이다. 하지만 남편이 아들에 이어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에게도 꼭 읽어 보라고 권했다. 재미도 있고 아들이 관심 있어하는 학문 분야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될 거라는 말과 함께. 그렇게 해서 나도 아들, 남편에 이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을 통해서 나는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과학자'라는 직업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없앨 수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과학자의 이미지는 이랬다.


 매일 실험실에 처박혀 하루 종일 실험만 하고, 복잡한 수학 공식이나 과학 이론에 빠져 세상과는 담을 쌓고 사는 천재들.


  아무래도 영화를 너무 본 듯하고, 그 괴짜 이미지가 머릿속에 박혀 버린 것 같다. 주변에 아는 과학자가 없어서 더욱 나 혼자 과학자의 이미지를 마음대로 상상해서 왜곡하고 있었던 듯하다.


  최재천 교수는 내가 생각하던 그런 과학자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이 분은 문학도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때 시인이 되길 꿈꾸기도 하였다. 이 분은 자신을 가리켜 '시인의 마음을 지닌 과학자'라고 했다. '시인의 마음을 지닌 과학자'라니! 얼마나 멋있고 가슴 뛰는 말인가.


  이 분은 문학뿐만 아니라 미술에도 조예가 깊고 인문학, 경제학과 같은 사회과학 분야에도 관심과 지식이 풍부하신 분이다. 그래서인지 '통섭'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연구실을 '통섭원'이라 이름 붙여 학생들은 물론 다른 대학교수나 연구원들도 찾아와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 토론의 장, 학문의 사랑방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아들이 만약 진짜 생물학자가 된다면 최재천 교수처럼 관련 전공 분야 외에도 다양한 학문에 관심과 애정이 있는,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이 주는 감동도 깊이 느낄 수 있는 가슴이 뜨거운 과학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그동안 아들이 생물학자가 되고 싶다는 말을 할 때마다 "어, 그래."라는 대답만 되풀이해 왔다. 아들의 꿈을 듣고도 딱히 조언해 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생물학'이라는 분야에 대해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전무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깨달은 바가 있다. 부모로서 자녀를 잘 이해하고 교육하려면 자녀가 관심 있어하고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해 100퍼센트까지는 아니어도 상당 부분 이해를 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야 자녀가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 적절한 조언을 해 줄 수도 있고, 자녀가 맞닥뜨리는 여러 어려움과 고민에 대해 공감해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책을 같이 읽고 그것에 대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니 아들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전보다 대화의 화제도 더 풍부해지고 아무래도 가족 모두가 그 분야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지니 대화 내용도 깊어진 것 같다.


  남편과 나는 앞으로 아들이 재미있게 읽는 책들, 흥미 있어하는 분야의 책들을 함께 읽어 보려고 한다. 사랑하는 아들을 더 잘 알기 위해서, 그리고 더 잘 이해해 주기 위해서 말이다. 함께 책을 읽으면서 부모인 우리도 덩달아 새로운 분야에 대한 지식과 교양의 을 넓힐 수 있으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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