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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Feb 05. 2022

#3. 남편이 구급차를 타고 떠났다

코로나 일기: 2022.2.3.(목)

  며칠이 걸릴지도 모른다던 생활치료센터에 예상외로 남편의 빠른 입소가 결정되었다.      

 

  양성 확진 결과를 받은 2월 2일 당일 오후 3시경,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이때까지만 해도 입소 날짜는 미정). 그리고 다음 날인 2월 3일 오전에 2시 20분까지 집 앞으로 차가 온다는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 장소는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모 대학교의 기숙사. 방은 2인 1실을 쓰게 된다고 했다.     


  “당신 그러면 구급차 타고 가는 거야??”

  “글쎄, 스타렉스가 온다는 말도 있던데...”


  남편이 골방에서 나와 구급차에 실려 가는 장면을 생각하니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게 웃을 상황이 아닌데 신기하게도 웃음이 나왔다. 심지어 배꼽을 잡고 웃었다.


  그런 나를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아들도 골방에서 듣고 있던 남편도 따라 웃었다. 이게 뭘까. 이 이상한 웃음은? 드라마를 보면 엄청 슬픈 장면에서 울면서 웃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너무 기가 막히면 이렇게 되는 건가?




  “거기서 나올 때 입었던 옷들은 다 태워야 한다니까 옷은 진짜 조금만 가져가야겠어.”

  “뭐? 옷을 다 태운다고??”

  “응...”     


  갑자기 그 이야기를 들으니 웃음이 싹 가셨다. 오싹한 기분도 들고 아무튼 기분이 너무 이상했다.      


  “쇼핑백 하나만 갖다 줘.”     


  남편의 짐은 진짜 간소했다. 쇼핑백 하나에 다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거기서 읽고 버려도 될 책도 한 권 쌌다.      


  “여보, 나 가면 내가 있던 방에 들어가지 마. 물건도 만지지 말고.”

  “그래도 소독하고 환기는 해야지.”

  “그래, 그런데 빨래 같은 것도 하지 말고 그대로 둬. 내가 나중에 와서 처리할 테니까.”     


  섬유에 바이러스가 오래 남는다며 남편은 나한테 골방 문을 닫아 놓고 거기에 있던 이부자리며 옷들을 만지지 말고 그냥 두라고 했다.

    



  2시가 되었다. 차가 오기로 한 시간은 2시 20분. 쇼핑백 하나에 짐을 싼 남편은 집을 나섰다. 남편이 방에서 나와 거실 복도를 지나 현관으로 나가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 복도 진짜 오랜만에 걸어본다.”     


  이틀 정도에 불과했지만 내내 안방 옆 좁은 골방에 갇혀 생활했던 남편은 이제 곧 다른 방에 낯선 누군가와 꼼짝없이 갇혀 일주일간 지내게 된다.


  남편이 나가는데도 나와 아들은 가까이 가서 배웅을 할 수가 없었다. 멀찍이 떨어져서 한 손에 소독 스프레이를 든 채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넸다. 아들은 친구 같은 아빠가 집을 떠나 생활한다니 마음이 아팠던 모양이다. 그 눈에 담긴 걱정과 서운함을 읽을 수 있었다.     


  “여보, 구급차 사진 좀 찍어서 보내 줘.”




  남편은 정말 구급차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다. 자그마한 보건소 구급차였다. 남편 외에도 세 명을 더 태우고 갔다고 한다. 남편을 제외하면 모두들 20대 정도의 젊은 청년들이라고 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확진된다더니 정말 그런가 봐. 다들 젊네.’     


  남편에게서 이런 카톡이 왔다. 그리고 구급차 안이 불편하다고 했다. 구급차이다 보니 제대로 앉을 데가 없어서 불편하게 겨우 걸터앉아서 가고 있다고. 안전벨트 같은 건 맬 수도 없다. 그래도 이렇게 데려다주는 게 어디냐며 위안을 삼았다.

     

  ‘여보, 나 잘 도착했어. 짐 정리하고 다시 연락할게.’     


  남편이 생활치료센터(모 대학 기숙사)에 잘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남편의 연락을 받으니 현실 감각이 돌아왔다. 사실 그동안은 모든 것이 약간 꿈인 양 몽롱하게 느껴졌었다. 소독약을 뿌려 대면서도 골방에 있는 남편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이 현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남편이 떠나가고 나니, 그리고 그 방에 문을 열고 들어가 소독을 하면서 처음으로 실감했다.     


  ‘정말 우리 집에 코로나가 찾아왔구나...!’     


  굳이 초대도 안 했는데 불쑥 찾아온 불청객이 야속했다.


  남편이 보내 준 작은 보건소 구급차 사진을 다시 꺼내 보았다. 코끝이 찡했다. 그리고 아까 크게 웃은 것이 못내 미안했다. 왜 웃음이 나왔을까... 이건 장난이 아닌데.

남편이 타고 간 보건소 구급차.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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