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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Feb 05. 2022

#4. 남편의 룸메이트

코로나 일기: 2022.2.3.(목)

  남편이 일주일 간 지내게 된 생활치료센터는 모 대학의 기숙사. 아무래도 기숙사이다 보니 시설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다. 그래도 나는 감사했다. 일단 우리 집과 가까운 곳이라서 안심이 되었고 심지어 내가 한국어 강의를 했던 곳이기도 해서 뭔가 친근감도 있었다.          

     

남편이 지내고 있는 방. 정말 기숙사 방다운 모습이다.


  이 대학에 마련된 생활치료센터는 기숙사 주변에 공사장 같은 곳에서나 볼 수 있는 가벽을 세워서 대학교 시설과는 완벽하게 차단을 시켜 놓았다고 했다.      




  남편은 도착하자마자 먼저 폐 사진을 찍고 방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방은 C4XX호. 누가 안내해 주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입소자가 알아서 찾아가야 한다. 남편 말로는 정말 최소한의 인력으로만 운영되는 느낌이라고 했다.     


  방에 도착해서는 생활치료센터 앱을 설치하여 바로 체온, 혈압, 산소포화도, 정신건강상태를 입력했다고 한다. 정신건강상태까지 체크를 하는구나... 그래, 몸은 마음이 지배하는 건데 정신건강상태 체크... 중요하지. 일주일간의 격리를 잘 마치려면. 방 밖을 절대 나갈 수 없고, 창문조차 열 수가 없다고 하니 얼마나 답답할까. 무엇보다 환기가 잘 안 되는 게 문제일 것 같다.    


  ‘여기 오니까 이것저것 많이 주네.’     


  남편이 생활치료센터에서 받은 물품들을 정리한 뒤에 사진을 찍어 보내 주었다. 컵라면, 커피, 티백, 샴푸와 린스, 바디샴푸, 세안제, 물티슈, 롤 휴지, 티슈, 마스크 등. 면도기도 준다고 해서 안 가져갔는데 면도기는 없단다.      


  ‘나 일주일 동안 수염 길러야겠다.’


  그 물품들을 보니까 안도감이 생기면서 동시에 남편이 정말 코로나 확진자가 되어 격리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제공된 물품들

     

제공된 물품들




  ‘룸메이트는 만나 봤어?’

  ‘응, 방문 열고 들어가니까 고등학생 같은 애가 밥을 먹고 있더라. 물어보니까 올해 중3이래.’

  ‘진짜?? 중학생이야?’     


  남편의 룸메이트는 우리 아들과 겨우 한 살 차이밖에 안 나는 중학생이었다. 남편보다 하루 먼저 들어왔다고 한다. 방학이라서 친구네 집에서 하룻밤 같이 잤는데 친구가 확진이 되면서 같이 걸렸단다.     

 

  ‘아들 친구라고 생각하고 잘 대해 줘. 아직 어린데 애가 혼자서 그런 곳에... 씩씩하네.’     


  남편에게 카톡을 보내는데 마음 한 구석이 찡해졌다. 아직 중학생이면 어린데 코로나에 걸려 낯선 곳에서 낯선 아저씨와 지내게 되었으니 얼마나 불편할까. 뭔가 사정이 있으니 재택 치료를 못하고 혼자서 그런 시설에 와 있을 텐데... 그 아이가 무척이나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여기서는 할 게 핸드폰밖에는 없다고 하네.’

  ‘아이 상태는 어때? 괜찮대?’

  ‘응, 가래 정도만 있고 괜찮대.’     



  

  아이의 상태가 양호하다는 말을 들으니 적잖이 안심이 되었다.


  (나름 젊은) 40대 아저씨와 아들 또래의 16살짜리 중학생 룸메이트라... 즐거운 상황에서 만난 것이 아니라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어딘지 모르게 재미있는 조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비록 치료센터이긴 하나 어쨌든 대학교는 대학교니까 기분도 색다르다. 두 사람 모두에게 특별한 기억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힘든 시기에 만났으니 되도록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길 바란다.


  남편도 남편이지만 한창 질풍노도의 시기에 그 답답한 곳에서 지내야 하는 그 중학생 아이가 아무 탈 없이, 그야말로 몸뿐만 아니라 정신과 마음도 건강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남편의 코로나 확진으로부터 생각보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생활치료센터 입소까지. 이제 좀 한시름 놓았나 보다... 했는데 역시 방심은 금물. 이것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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