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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Oct 20. 2021

도로에서의 평등함

순서를 지키세요

일요일이면 아이와 함께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곳에 방문한다. 오늘 아침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아이를 카시트에 앉히고 운전을 시작했다. 집 앞 도로에서부터 내부순환도로, 올림픽대로에 이르기까지 막히는 구간도 있고 시원하게 달리는 구간도 있다. 그러다 신호등에 막혀 차가 멈췄을 때 내 차 앞에는 포르셰가 있었다. 저런 차 언제 타보나 생각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좋은 차, 금과 다이어를 박아 넣은 차라도 순서대로 가야 한다는 것. 내 차 앞에는 포르셰 그 앞에는 또 다른 국산차가 있지만 포르셰가 무슨 수를 쓰더라도 앞에 있는 그 국산차를 넘어갈 수는 없다. 이것보다 더 평등한 곳이 없다. 앞 차를 추월해서 옆 차선으로 간다 해도 또 다른 차가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제로백이 얼마고 최고 속도가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각자의 다른 삶이 펼쳐질 지라도 일단 지금 도로에서는 순서를 기다릴 뿐이다. 막히지 않는 곳에서는 내 차를 앞질러 달려 나가더라도 나를 이긴 게 아닌 내가 양보했다는 느낌이 들뿐이었다. 그래서 운전을 하는 게 좋다. 도로에서는 계급도 없고 차별도 없고 (물론 비싼차옆은 사고안나게 조심조심 지나가지만), 차 안에서 내 마음대로 노래도 들을 수 있고 소리도 지를 수 있으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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