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is coming
자다가 문득 팔이 저려서 보면 내 팔을 베개 삼아 베고 자는 우리 집 고양이가 있다. 올 해로 10살이 된 묘르신의 심기를 거스를까 저린 팔을 빼지도 못한 채 끙끙대다 다시 잠이 든다. 사람의 온기를 벗 삼아 자는 건지, 나를 신뢰하고 사랑해서 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아이가 나에게서 떨어져서 바닥에 몸을 눕히는 계절이 있다. 맨바닥에서는 절대 식빵을 굽지 않고 얇은 종이 위에라도 올라가는 녀석이지만 겨울이 되면 맨바닥과 사랑에 빠진다. 보일러가 웅 하고 돌아가는 집에서 가장 따뜻한 바닥을 찾으라면 바로 고양이가 앉아있는 자리이다. 보일러의 따뜻함과 고양이의 온기까지 더해져 그곳은 마치 어린 시절 외할머니 집의 구들장 같다. 한 여름의 더위를 미친 듯이 좋아하는 나로서는 겨울이 오는 게 썩 달갑지 않지만 바닥에 누워 배를 드러낸 채 무장해제된 고양이를 보고 있노라면 그래 너라도 좋아해서 다행이다 싶어 진다. 겨울이 싫다지만 보일러의 뜨뜻함은 좋고 침대위 온수매트의 이불 속은 더 좋은 걸 보니 인생에 단언컨데란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