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화재를 모았던 오징어 게임 드라마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뽑자면 줄다리기 씬일 것이다. 무턱대고 힘을 겨루는 것이 아닌, 잘만 머리를 굴리면 약자도 강자를 이길 수 있는 그래서 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게임이었다. 물론 주인공이 속한 쪽이 이기 게 될 것은 자명했지만, 그렇게 만들어가는 과정이 마치 우리네 인생 같아서 더욱 흥미로웠다.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가 있다.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같이 올라오게 되서인지 그때의 인연이 30대 중반을 넘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스타일이 서로 다르기에 늘 일방적인 연락을 하는 건 나였고, 슬슬 그 과정에서 난 지쳐갔다. 특별히 할 말이 없어도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작은 것에 시시덕거리면서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나와 오랜만에 연락해도 어색함 없이 유지되는 게 친구라며, 잦은 연락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친구. 이런 관계는 어느 한쪽이 손을 놓아버리면 유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몇 번이고 이 줄을 놓으려 했다. 하나 알고 지낸 시간이 얼만데, 이 나이 돼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바닥에 놓인 줄을 다시 들어 올려 관계를 유지해나갔다. 알고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나 혼자 줄을 잡고 있었던 건가. 서로 마주 보고 줄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느슨해질 때 신경 쓰고 노력해서 그 줄을 다시 팽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 건 그저 나의 착각이었을지 모른다.
나라는 사람에게는 수많은 줄이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줄다리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와 연결된 그 모든 줄과 겨루지 않는다는 것. 이기려 하지 않는다는 것. 때로는 느슨해졌다가 때로는 땅에 떨어졌다가도 다시 그 줄을 팽팽하게 만들기 위해 유지해나가면서 살아가는 중이다. 가끔은 옆에 서있기도 하고, 가끔은 겨루는 척도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