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비가 오고 단풍잎이 다 떨어져 버릴 것 같아 급하게 집 근처로 단풍구경을 다녀왔다. 사람들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던지 거리마다 가득가득 인파가 모여있었고 입동임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따뜻한 날씨 덕에 가을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곳 중에서도 제일 단풍잎이 예쁘게 떨어져 있는 곳에 아이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다. 아이는 낙엽을 던지기도 하고 얼굴 옆에 가져다 대기도 하고 마지막 가을을 맘껏 즐기는 모습이었다. 샛노란 은행잎이 무르익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내가 아이가 없었을 때도 단풍구경을 왔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곰곰이 생각했지만 결론은 간 적 없다 이다. 사람 많은 곳은 특히나 싫었고 철되면 모두들 한다는 봄구경 바다 구경 단풍구경 눈 구경은 나와는 다른 그들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고 보니 상황은 달라졌다. #아이의첫바다구경 #첫눈구경 #처음으로낙엽을만져요 이런 해시태그들은 일상이 되었다. sns에서 조금이라도 예쁜 곳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 올라오면 저장해뒀다가 기회가 되면 가보려고 노력했다. 봄이 되면 색색의 꽃을 주워다가 정리도 해보고, 여름이면 바다를 찾아가 모래사장에 아이의 발을 숨겨보기도 했다. 아이는 그때마다 웃었고 즐거워했다. 그 모습을 보는 나는 저절로 행복해졌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보여주려 했던 것들이 정말 내 눈에도 예쁘고 아름다웠다.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되어 힘겹게 피어낸 꽃들이 이렇게나 예쁘고, 바닷가에서 듣는 파도소리가 이렇게 듣기 좋았던 건지 예전에는 미처 몰랐다. 우리네 엄마들이 나이가 드시고 꽃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두는걸 어렴풋이 알게 된 기분이다. 분명 그들도 우리에게 예쁜 것들을 보여주려다 꽃과 사랑에 빠졌음에 틀림없다. 이번 가을은 그랬다. 반짝반짝 빛나는 은행잎을 보러 가고 싶었다.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가 아닌 나도 함께 보려고 말이다. 언젠가 아이가 다 크고 다시 가을이 찾아오면 그땐 아이 없이 나 혼자 단풍을 보러 갈지 모른다. 아이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그 행복했던 아름다웠던 시절을 떠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