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떠 에어컨을 켰다. 더워서 키는 것이 아니라 바닥에 달라붙어 있는 습기를 날려버리기 위해서였다. 부지런히 아이를 등원시킬 준비를 한다. 끈적였던 바닥이 수분을 잃어갈 때쯤, 아이를 차에 태울 시간을 가리키는 시곗바늘. 언제나처럼 부지런히 준비했지만 시간은 늘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딴짓을 하는 아이를 다독이며, 때론 재촉하며, 때론 어르고 달래며 문밖으로 나선다. 아이의 손을 잡고 뛰어간 그곳에는, 어느덧 도착한 아이의 유치원 버스가 우두커니 정차해있다. 미안한 표정을 얼굴에 드러내며 선생님의 손에 아이를 맡기고 뒤로 물러났다. 버스 안 창문을 통해 하염없이 인사를 하는 아이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도 잘 다녀오렴"
아이가 버스를 타고 사라지는 순간, 그때까지 없었던 여유란 녀석이 나에게 등장한다. 종종걸음은 느린 걸음으로 바뀌고, 앞만 봤던 시선은 하늘, 나무로 향한다. 그리고 그제야 느껴지는 여름의 공기. 내가 사랑하는 여름이라는 계절. 손을 피고 다시 주먹을 쥐면 잡힐 것 같은 한여름의 습기와, 초록색이다 못해 반짝반짝 빛이 나는 나뭇잎의 색깔까지. 모두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여름이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짧은 길. 한걸음 한걸음 온몸으로 여름을 느끼며 천천히 걸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