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 Dec 07. 2021

가장 힘든 순간 내 옆에 있던 것은.

우리 집 고양이는 늘 내 베개에서 잠을 청한다. 작은 베개를 고양이와 내가 사이좋게 나눠 베고 자고 있노라면 문득 내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의 8할이 이 녀석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아이가 주는 감정, 남편이 주는 감정과는 또 다른 것이다.


6년 전의 일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100일이 채 되지 않았을 즈음 큰 병원에서 소아난치병 진단을 받았다. 아이에게서 뭔가 이상한 징후를 발견하고 새벽 내내 인터넷으로 뒤져가면서 내 촉이 틀리길 바랬건만 결국 의사의 입으로 맞다고 확인받던 순간은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 하늘이 무너진다, 땅이 꺼진다,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내 아이에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나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다. 보름 정도 입원생활을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와 둘만 함께 있게 되니 아이만 보면 눈물이 났다. 엄마가 미안해 정말 미안해 라고 끝도 없이 내뱉었을 때 옆에서 나를 묵묵히 쳐다보고 있는 녀석이 보였다. 그저 모든 걸 다 안다는 표정으로, 걱정하지 마 다 괜찮아질 거야 라고 나에게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엄마가 슬프면 아이도 슬프다. 엄마가 불안해하면 아이도 불안해한다. 그러니 힘 좀 내보라고 좀 웃어보라고 미래의 걱정은 접어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라고. 그렇게 유난히도 힘들었던 순간 내 옆에 있었던 것은 반려동물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 모두에게는 피난처가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