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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 Dec 14. 2021

올 한 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그대에게

올 한 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사람 바로 여기 있다. 바로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 매년 6월쯤부터 sns에서는 이런 글이 올라온다. 벌써 21년이 절반이나 지나갔다고? 이맘때쯤엔 이런 문구. 22년이 한 달 남았다고? 

그리고 12월이 되면 생각한다. 나 올해 뭐했지. 한 것도 없이 시간만 지나고 나이만 한 살 먹게 생겼네. 자존감 무너지기 전에  나노 단위로 쪼개서 내가 올해 한 일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1. 나는 오늘 기준으로 올해 89권의 책을 읽었다. 

1월에 세운 계획은 100권이었다. 연말까지 2주가 남은 시점에 10권을 더 읽는 건 목표를 위한 부질없는 행동이니 원래 내 흐름대로 책을 읽어나간다면 92~3권이 될 것이다. 100권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계획에 실패했다는 기분은 아니다. 100은 그저 숫자일 뿐 책을 읽는걸 꾸준히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다. 

2. 새로운 언어 공부 

뭐든지 새로 시작하는 건 신나고 즐거운 일이다. 맘 한구석에서 들려오는 ' 영어나 잘하지 ' 는 잠시 잊기로 했다. 연초에 봤던 대만 드라마에 풍덩 빠진 게 계기였다. 어려울 것만 같았던 중국어는 생각보다 재밌었고 울면서 들어가서 웃으면서 나온다는 말이 이해가 됐다. 하루에 2장씩 4개월 정도 나름 꾸준히 공부했다. 물론 더 나아가서 중국어 시험을 본다거나 더 고급과정을 공부한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저 새로운 언어를 이 느지막한 나이에 시작했단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두근 거렸으니 그걸로 만족한다. (이제 다시 영어로 복귀..) 

3.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sns에서 우연히 브런치 작가 되기 한 달 챌린지에 참여해서 글을 쓰고 열심히 퇴고하고 그렇게 만든 글로 작가가 되었다. 누군가에게는 별것도 아닌 일이지만 나에게는 정말 감사하고 기쁜 일이었다. 글을 쓴다는 것,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간간히 글을 올리며 잘 뽑은 제목 덕에 만뷰도 찍어봤지만, 아직 여전히 길을 헤매며 글을 쓰는 중이다. 누군가 내 글을 읽어주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그대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생각해보니 위 3가지 말고도 많은 것들을 이루어내면서 한 해를 보냈던 것 같다. 남들이 다 알아주는 것을 해낸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기억하고 기뻤던 일이 올해 이루어낸 것이 아닐까. 당신도 올 한 해 이루어낸 게 없다고 생각하는가. 나처럼 1년을 쪼개 보면 자신에게 올 한 해도 수고했다고 칭찬할 수 있는 일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그리고 얘기할 수 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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