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부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꺼지지 않는 알람 소리가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물론 그 알람 소리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정작 일어나야 할 사람은 태연하게 이불속에서 잠을 자고 있고 그 시간에 일어날 필요가 없는 나인데 정신이 말똥 해지고 있다.
결혼 9년 차. 남편의 알람 소리가 신경 쓰이게 된 건 언제부터일까. 신혼 때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 잠에 예민해지고 나서부터일지도 모른다. 한번 신경 쓰이기 시작한 알람은 아침마다 나를 괴롭혔고, 대체 알람을 몇 개를 해 논 거냐고 남편의 핸드폰을 확인하는 순간 이렇게나 나와 다른 사람과 결혼했음을 실감했다. 그가 맞춘 알람 개수는 10개. 5시 30분부터 5분 간격으로 설정되어 있는 알람에 웃음이 날 지경이었다. 내 핸드폰에 설정되어 있는 알람은 1개이다. 1개면 충분하기 때문에 더 이상 수를 늘려야겠단 생각은 해 본 적도 없다. 왜 그렇게 많이 해놓은 거냐고 물어보니 생각보다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 못 일어날까 봐, 대비하려고 그런 거지 "
알람에 못 일어나는 건 새벽 4시에나 잠들었거나, 아주 이른 시간에 일어나야 하는 경우 빼고는 나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라 남편의 말이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내가 그를 이해시킬 수 없을 거라는 것도 쉽게 알았다.
결혼을 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은 많지만 그중 가장 큰 것은 정말 너무 다른 서로가 만나 한 곳에 살며 시간을 공유하고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당연했던 것이 그에게는 당연하지 않았고, 그에게는 당연했던 것이 나에게는 당연하지 않았다. 그 점을 이해하는 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만큼 결혼이라는 것이 둘이 함께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매번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처럼 알게 된다. 30년쯤 지나면 같은 달랐던 두 사람이 접점이 생기려나.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가 싶다가도 어느새 뒷걸음질 치기도 하고 결혼생활은 내 인생 그 무엇보다도 제일 어려운 난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