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까르르 거리며 수다를 떠는 걸로 그날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고, 집에 돌아오면 반겨주는 반려동물의 눈 맞춤에 위로를 받기도 했고, 또 언젠가는 나를 위한 맛있는 식사 한 끼가 고생한 하루를 보상하기도 했다.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피난처가 있다.
시절 인연과도 같이 그 피난처는 나이에 따라 때로는 계절에 따라 달라진다. 낙엽이 다 떨어지고 제대로 된 첫눈을 기다리는 지금 즈음에 내 피난처는 따뜻한 난로 앞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아 난로를 켜고 담요를 무릎에 살짝 덮는 순간 하루가 시작됨을 느낀다. 겨울에 오고 있음도 느낀다. 계절에 상관없이 나의 가장 유일한 피난처는 아마도 독서 이리라.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책 속으로 들어가서 잠시나마 나를 잊는다. 내가 처한 상황을 잊고,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다른 세계를 거닌다. 그렇게 잠시 피난처에 몸을 맡겼던 것 만으로 일상에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