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_도쿄
16년 전, 내 첫 해외여행.
도쿄로 가는 비행기 값은 왕복 50만 원이었다. 처음이란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뇌리에 박혀서 지워지질 않는 것인지,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과정들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배낭을 짊어지고 설렘 반 긴장 반 표정을 지은 갓 스무 살이 된 내가 그곳에 있다.
코로나가 터지고,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많이 잃었다. 그리고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일들이 당연한 게 아니게 되는 일들을 경험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여행을 가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막상 이런 식으로 물리적으로 갈 수 없는 상황이 되니 더 예전 여행이 생각난다. 몇 번을 가도 모자라는 홍콩, 한밤의 야시장이 생각나는 라오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있다고? 의 네팔, 신혼여행으로 플렉스 했던 칸쿤, 한번 가보면 누구라도 반하게 되는 포르투갈 등등. 내 사진첩 속의 그곳 내 기억 속의 그곳들 중 단언컨대 가장 선명한 기억은 첫 해외여행이다.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도착한 순간 직감했다. 여행이란 게 이렇게 행복하고 즐겁고 설레는 일이라니.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을 알았다. 돈이 생기면 비행기 티켓을 사고, 구글 맵으로 가려고 하는 곳을 둘러보고, 스카이스캐너에서 '어디든지'라고 검색하는 게 취미가 되었다. 도쿄에서의 첫 여행은 근사한 숙소에서 자지도, 비싼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지도, 날씨가 끝내주게 좋지도 않았다. 그래도 너무 행복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도쿄 가이드북의 지도가 너덜너덜 해질 정도로 보고 또 보고 잘 알지도 못하는 일본어로 된 지하철 지도를 하염없이 들여다보았다. 길을 잘못 들어도, 원하는 역에 내리지 못해도, 갑자기 비가 내려도 괜찮았다. 그것도 다 추억이 될 거라는 걸 그때도 알았으니까 말이다. 필름 카메라로 친구와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인화해서 친구와 절반씩 나눠가졌다. 스마트폰으로 찍었던 사진들보다, 그 필름 카메라로 인화된 사진의 추억이 더 쨍하다. 정해져 있는 필름수만큼 고르고 고른 장소에서 찍었으니 기억이 안 날수가 없을 테지.
마지막으로 간 여행에서 벌써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모든 게 정상화되고 다시 입국장에 서는 날이 되면 첫 해외여행의 느낌이 날 것만 같다. 어쩌면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마 주변 사람들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어서 빨리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