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게으르다. 산만하기도 하다.
회사를 다닐 때는 업무시간이 주어져있고,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으니 했을 뿐이다.
퇴직을 하고 자유부인이 되어보니 시간이 흘러넘쳐 어쩔 줄 몰랐다.
실컷 자고 실컷 티브이 보는 것도 하루 이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이제 새롭게 시작하는 일이 생길 줄 알았지만 생각과 실천은 남자와 여자처럼 멀고도 멀었다.
주식공부를 해볼까, 아니야 글쓰기를 더 열심히 해볼까,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들이 뒤섞여 결국 한 가지도 제대로 해내는 게 없다.
100가지 아이디어를 가진 작가는 글을 쓰지 못하고, 한 가지 아이디어만 가진 작가는 글을 쓸 수 있다는데
내가 딱 그 꼴이었다.
이번 주에 할 일, 오늘 할 일, 어플에 정성껏 적어 실천해봤지만 일주일을 못 넘겼다.
작심삼일도 10번이면 한 달이라지만 자꾸만 미루고 포기하는 나는 또다시 시작한다는 게 무서울 지경이었다.
이번에도 며칠하고 못할 텐데 그럼 또 나 자신이 한심 할 테니 애초에 하지 말자.
웃기게도 정말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편했고 한편으로는 초조했다.
불안과 느긋함이 함께 공존하다 결국 불안이라는 녀석이 이기고 말았다.
해보자. 미루지 말고 저질러보자.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좀 극단적이다. 그래도 나같이 게으르고 미루기 대장에게 딱 맞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오늘 무언가를 꼭 해야 한다면 반대의 상황을 만든다.
내가 오늘 이걸 하지 않으면 어떠어떠한 일이 생길 거다. 그 어떠어떠한 일에는 나는 주로 아이가 아프다거나, 가족이 아프다거나 등의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을 넣어둔다.
효과는? 말해 뭐하겠는가, 100퍼센트인 것을.
뭐 저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며칠을 반복하면 그것은 곧 습관이 된다.
며칠 동안 부적처럼 사용하고 습관이 된 후에는 쓰지 않을 방법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해냈으니 저런 안 좋은 일은 절대 생기지 않을 거야 라는 믿음까지 생긴다.
성실함은 습관이다.
성실함은 곧 무기이다.
미루고 미루다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 미루지 않고 하루에 한 개씩 무엇이든 저질러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