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MBTI 가 대세라지만, 나 어렸을 적엔 혈액형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고 지레짐작하곤 했다.
아 네가 A형이어서 소심하구나?
아 네가 AB형이라 완벽주의자네
아 역시 B형일 줄 알았어.
이런 류의 말들을 살면서 한 번은 들어봤을 것이다.
나는 A형이다.
이제 혈액형으로 성격을 말했던 시절은 지나가고, 그것보다 좀 더 복잡한 영어로 판단하는 시절이 왔지만 나는 여전히 A형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소심하지 않고 쿨한 척 나 자신을 포장했다. 쿨한 게 멋있다고 생각하며 누군가의 말에 상처받지 않은 척 살아왔다. 이제 그만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소심하다는 걸.
상처되는 말을 듣고 나면 집에 와서 계속 생각이 났다.
왜 나한테 저렇게 말하지? 무슨 의중으로 말하는 거지?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
그렇게 몇 년이 지나도 마음속에 박혀있는 말들이 있었다. 늘 나를 과거의 그곳으로 불러내 나를 괴롭혔던 말들. 나는 상대방이 상처받을 수 있는 날 선 말들은 하지 않는다. 그런 말에 누군가는 분명 상처를 받을게 분명하다. 내가 소심하기 때문에 그만큼 상대방을 더 배려할 수 있다. 그걸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다. 그리고 나는 이제 집에 와서 속앓이 대신 말하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 그 말에 나 좀 상처받았는데? 너는 아무렇지 않아도 말이야."
" 그렇게 무례하게 말하는 건 우리 사이에 예의가 아니지 "
뭐 그런 걸로 상처받고 그래?라고 대꾸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기 있다고 당당하게 대답해 줄 예정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을 존중하기로 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