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삶의 모든 순간에서, 타인이 아니라 내가 먼저다. "
바닥을 끈적하게 만들던 습도가 떨어지고, 서늘한 밤공기에 창문을 닫게 만드는 계절이 오고 있다. 여름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나였지만 이번 여름은 유독 힘이 들었다. 이유모를 피부염으로 얼굴이 뒤집어졌고, 거울을 보는 게 괴로울 정도의 우울감이 나를 좀먹어갔다. 피부과도 4군데나 돌아다녔다. 의사들이 말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었지만 처방은 비슷했다.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항히스타민제. 먹는 약, 바르는 약 등 이미 그 위험성을 경험한 사람들의 글들이 인터넷에 차고 넘쳤고, 난 어떤 것도 결정하지 못한 채 한 달이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간 병원에서의 진료로 피부는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열감과 건조함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재발의 두려움이었다. 언제든 다시 뒤집힐 수 있다는 불안감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피부질환이 삶의 질을 이렇게나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걸 너무 알아버렸다. 마스크를 가리고 있어도 지나가는 사람들이 내 피부를 보고 있는 듯했고, 가족들에게도 보여주기가 힘들었다. 원인을 모르기에 해결법도 몰랐고, 스트레스받으면 더 악화된 다는 걸 알지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심호흡을 한다. 내일이면 오늘보다 좋아져 있을 거야.
수백 번 생각한다. 비록 달라지지 않더라도 실망하지 말아야지.
수백 번 되뇐다. 아프고 힘들어도, 그래서 삶인 법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