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소모

by 원준


이 글은 명절을 앞두고 쓴 글이다. 이번 명절은 토요일부터 시작해서 수요일까지 된다. 아마 금요일 저녁부터 차차 막히고 토요일은 더 할 것이다. 우리는 차 안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언제 도착하나 하면서 꽉 막힌 고속도로에 있을 것이다. 차에서 운전하는 이들은 점점 눈이 무거워지는데 내비게이션는 도착예정을 몇 시간 뒤로 말한다. 옆에 보조석에 있는 이는 운전자에게 미안해서라도 막 떠들다가 지쳐서 눈을 잠시 붙일 것이다. 뒤에 앉은 사람이 있다면 보통 아이들일 텐데 그 아이들은 언제 도착하냐고 아우성을 할 것이다.


왜 다들 이리 고생고생하면서 까지 가족들을 보려고 하는 것일까?

나는 그 답을 우리는 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부모를 보고 싶어 하거나, 부모가 자신을 보고 싶어 하거나, 조부모가 손자, 손녀를 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모여서 수다를 떨고 밥을 먹고 북적북적해야지 명절이구나 한다. 물론 요즘은 추세가 제사를 없애는 집들이 늘어나고 자녀들이 명절이라고 무조건 본가에 가야 한다는 개념이 깨진 지는 조금 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는 명절이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시골로 내려가서 찾아봬야 한다는 생각이 대다수이다.


그런데 웃긴 것은 막상 그리 어렵게 가도 싸우는 집안들이 많다. 그 힘든 길을 뚫고 왔는데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옛날얘기 하다가도 싸우고, 자녀들 얘기하다가도 싸우고, 정치얘기 하다가도 싸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서로를 욕하고 화를 씩씩 부린다.


우리 집안 또 한 그러했다. 구체적으로 얘기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어린 나의 눈에는 좋게 보이지 않았다. 이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조금 들고 보니까. 더욱 아쉽다. 아니 그 행복해야 할 시간에 서로 으르렁 거리다니 그게 무슨 시간소모, 감정소모, 추억소모인가?


내가 마지막에 말한 추억소모라는 것은 충분히 행복한 추억으로 남길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분 나쁜 추억으로 만든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었다. 이번 연휴가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것이 아니라 그리운 연휴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시간은 생각보다 정말 빠르기 때문이다. 공깃밥 2,3개를 밥그릇하나에 담은 그 밥,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반찬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안나는 과일들이 시간이 지나면 당연한 게 안될 수 있다. 무엇보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정 가득한 그 잔소리가 다시는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슬플지 가늠이 안 간다.


그러니 그 행복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즐기기를 바란다. 그래서 시간이 지난 훗날에 자신의 명절은 웃음만 가득했다고 얘기할 수 있으니 말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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