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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치 Oct 27. 2021

혹 떼려다 홍시 붙인 이야기

아픈 아이를 간호하다 감기에 옮아버렸다. 하긴 내 얼굴에 서슴없이 기침을 해대고 24시간 붙어 있으니 안 걸리는 게 이상하다.  


아이는 기침과 콧물감기 4일 차, 나는 1일 차. 어제부터 아이는 좀 살 만한 것 같고, 나는 오늘부터 죽을 것 같다. 감기가 고대로 온 게 아니라 몸살 오한 기침 콧물 등을 합해 더 세게 왔다.


나는 아이가 아플 때 삼시세끼 해주고 간식 주고 밤에도 아픈 저를 간호하느라 잠을 잘 못 잤는데 저놈은 내가 아픈 건 안중에도 없다.


저녁으로 해준 날치알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서도 바나나와 우유를 갈아달라, 홍시를 먹기 좋게 내와라, 귤 안 사왔냐 등등 요구사항이 많다(저랑 오일 째 붙어 있는데 내가 언제 사온담). 심지어 내가 저녁으로 먹을 요량으로 꺼내 놓은 누룽지마저 넘보고 있다. 고얀 것.


누워 있어도 아프고 앉아 있어도 아프다. 살갗이 스치기만 해도 쓰라리다. 지독한 몸살이네. 작년에 사놓고 안 쓴 핫팩을 꺼내 품에 지니고 있다. 핫팩을 요리조리 뜯어보더니 그 용도를 알고서는 자기도 춥단다. 아이 정말, 귀찮아서 그냥 줘버릴까 하다가 옷 속에 숨겨버렸다.


"없어!"

"이상하다? 여기 있었는데?(--  )(  --) (__  )(  __)

(두리번두리번)


네 살 아이가 수사관이 되어 주변을 샅샅이 살핀다. 하루 종일  수발드느라 힘들었단다, 쾌재를 부르는데 아이는 싱크대 위까지 올려다 보다가 아까 숨겨 놓은 홍시 반알을 찾아냈다.


"엄마 여기 감이 있네!!!"

 

핫팩 한번 쥐어줄걸. 괜히 또 홍시 반 알을 먹기 좋게 내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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