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를 간호하다 감기에 옮아버렸다. 하긴 내 얼굴에 서슴없이 기침을 해대고 24시간 붙어 있으니 안 걸리는 게 이상하다.
아이는 기침과 콧물감기 4일 차, 나는 1일 차. 어제부터 아이는 좀 살 만한 것 같고, 나는 오늘부터 죽을 것 같다. 감기가 고대로 온 게 아니라 몸살 오한 기침 콧물 등을 합해 더 세게 왔다.
나는 아이가 아플 때 삼시세끼 해주고 간식 주고 밤에도 아픈 저를 간호하느라 잠을 잘 못 잤는데 저놈은 내가 아픈 건 안중에도 없다.
저녁으로 해준 날치알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서도 바나나와 우유를 갈아달라, 홍시를 먹기 좋게 내와라, 귤 안 사왔냐 등등 요구사항이 많다(저랑 오일 째 붙어 있는데 내가 언제 사온담). 심지어 내가 저녁으로 먹을 요량으로 꺼내 놓은 누룽지마저 넘보고 있다. 고얀 것.
누워 있어도 아프고 앉아 있어도 아프다. 살갗이 스치기만 해도 쓰라리다. 지독한 몸살이네. 작년에 사놓고 안 쓴 핫팩을 꺼내 품에 지니고 있다. 핫팩을 요리조리 뜯어보더니 그 용도를 알고서는 자기도 춥단다. 아이 정말, 귀찮아서 그냥 줘버릴까 하다가 옷 속에 숨겨버렸다.
"없어!"
"이상하다? 여기 있었는데?(-- )( --) (__ )( __)
(두리번두리번)
네 살 아이가 수사관이 되어 주변을 샅샅이 살핀다. 하루 종일 네 수발드느라 힘들었단다, 쾌재를 부르는데 아이는 싱크대 위까지 올려다 보다가 아까 숨겨 놓은 홍시 반알을 찾아냈다.
"엄마 여기 감이 있네!!!"
핫팩 한번 쥐어줄걸. 괜히 또 홍시 반 알을 먹기 좋게 내가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