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꾸준히 마른 몸매를 유지 중이다. 처음 봤던 스무 살 때부터 곧 마흔을 바라보는 이 시점까지도. 하지만 말랐다고 하면 정색하며 싫어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날씬하다고 표현하기로 한다. 남편은 안 그래도 날씬한데 요즘 더욱더 살이 빠져서 걱정이라고 한다.
날씬한 남편과 달리 나는 표준 체중을 넘나들며 남편과의 몸무게 격차를 줄이고 있다. 자꾸 살이 빠져 걱정인 남편에게 내가 몸소 증명한 살찌는 방법을 가르쳐주었다.
첫째, 배가 불러도 꾹 참고 한 숟갈 더 먹는다.
살이 찌려면 첫째, 뇌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그만 먹고 싶어도 한 입 더 먹어야 한다. 배 조금 부르다고 그만 먹는 게 말이 되느냐, 넌 지금 절실함이 없다, 식탁을 탕탕 치며 훈수를 둔다. 하지만 남편은 배가 부른데 어떻게 더 먹냐며 숟가락을 놓는다. 계속되는 내 숟가락질만 민망해진다.
둘째, 맵고 짠 음식을 먹어라.
남편은 속이 부대낀다며 맵고 짠 음식을 즐기지 않는다. 슴슴한 간을 찾고 김치도 별로 안 좋아한다. 이래서야 살이 찌겠는가. 맵고 짠 걸 좋아하는 나도 먹고 나면 속이 쓰린다. 하지만 그걸 이겨 내고 먹어야 하는 거다. 내가 옆에서 떡볶이, 주꾸미 볶음, 닭발을 암만 먹어도 남편은 몇 점 먹고는 그만둔다. 너 이래서 쓰겠니, 나는 혀를 쯧쯧 찬다.
셋째, 아무리 바빠도 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어라.
일이 많아 밤 11시, 12시에 올 때도 저녁을 안 먹고 오는 날이 꽤 된다. 야근할 것 같으면 6시나 7시쯤에는 밥을 먹어야 되지 않는가. 야근 때면 못해도 '돈가스&스파게티 세트'는 먹던 사람으로서 도통 이해할 수 없다. 남편은 그냥 쌩으로 굶는 모양이다. 남들은 책상에 앉아만 있으니 살이 찐다는데 남편은 책상에 앉아만 있어서 살이 빠지고 있다.
넷째, 나중은 없다. 있을 때 먹자.
밥 먹고 내가 과자 봉지를 뜯으며 권하면 남편은 사양한다.
"난 됐어."
그래 놓고 몇 달 뒤에 찬장을 뒤지며 군것질 거리를 찾는다.
"그때 과자 사놓은 거 어디 있어? 다 먹었어?"
3개월 전에 사놓은 과자를 마치 어제 산 과자 찾듯이 말한다. 그런 남편에게 고하노니 있을 때 먹자, 나중은 없다.
오늘도 남편은 저녁으로 시킨 치킨을 몇 조각만 먹고 젓가락을 놓는다. 그러면서 자기는 왜 살이 안 찌는지 궁금하단다. 사실 나도 궁금하다. 결혼 생활이 행복한 사람일수록 살이 찐다는 연구 결과가 있던데 왜 나만 살이 찔까, 남편은 점점 빠지는데.
나도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