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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AI리포트]예술이 AI를 바라보는 시선

미디어 작가 | 송호준

요즘은 융합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시대에 예술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예술가들은 공학자나 과학자들과 달리, 효율성을 추구하지 않으며 주로 혼자 작업한다. 예술가들은 공학자와 과학자들이 바라보지 못한 혹은 바라보려고 하지 않은 다른 무엇인가를 인공지능에서 엿보고 있을까? 아울러 예술가들이 보여주는 인공지능의 세계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카카오 AI 리포트] Vol. 8 (2017년 11월 호)은 다음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AI in Kakao - 기계번역기의 A to Z, 그리고 카카오의 기계번역

01. 김미훈 : 기계번역기의 역사와 발전

02. 배재경 : 신경망 번역 모델의 진화 과정

03. 오형석 : 카카오 번역기가 양질의 대규모 학습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법


[2] hot topic - 카카오미니와 제프리 힌튼 그리고 ICCV

04. 조희주, 김수형 : 카카오미니는 어떻게 스무고개 정답을 맞출까

05. 이수경, 강종호 : 제프리 힌튼의 캡슐망을 풀이하다

06. 이주영, 노명철 : ICCV 2017 참관기 


[3] AI & media art - 예술에 인공지능을 묻다

07. 송호준 : 예술이 AI를 바라보는 시선

08. 최승준 : X의 목적은 통찰이지 Y가 아니다


[4] exercise - 슈퍼마리오 그리고 GAN: 두번째 이야기

09. 송호연 : 강화학습으로 풀어보는 슈퍼마리오 part2.

10. Do you know GAN: (2/2)


[05] information 

11. 석/박사생을 위한 카카오의 상시 연구지원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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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어떻게 정의내릴 것인가?

현재 대중 매체들이 예술을 다루는 방식은 다소 편협하다. 예술가는 아주 일상적이거나 아주 독특한 무언가에 갑자기 영감을 받기도 하고 우울해서 약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동시에 천재이자 비극적 삶의 코드를 적어도 하나씩 가지고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여전히 가장 많이 알려진 예술가의 표현 방식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예술이 다루는 내용이나 표현 방식은 대중 매체가 일컫는 '예술'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오늘날의 예술가들은 가만히 앉아 누구를 바라보기도 하고, 특정 지역의 역사를 조사해서 보여주기도 하며 환경 문제를 이야기 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면서 사진을 찍기도 한다. 지금의 예술은 과거의 예술보다 더 다양한 분야를 이야기하며, 그 표현 방식과 사용하는 재료에 있어서도 이전보다 더 자유롭다고 생각한다. 미술에서도 기술을 주로 사용하는 작가들을 미디어 아티스트 혹은 뉴미디어 아티스트라 분류하고 있긴 하지만 유전자 공학을 사용하건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하건 예술이라 부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 따라서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과학인지에 대한 구분은 아주 불명확해졌으며, 그 둘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과학과 예술을 굳이 구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미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는 보통 기사에서 접하는 여타 다른 기술과 달리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컴퓨터 메모리 구조가 나노(nano), 펨토(femto) 공정으로 만들어졌다는 기사를 보고 흥분하는 사람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대한 기사는 많은 사람들을 흥분시킨다. 그만큼 인공지능에 대한 이야기가 우리의 삶, 그리고 실존에 대한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 생각해보면 예술이 인공지능을 다루는 방식은 예술이 우리의 삶을 다루는 기존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공학, 과학자들 역시 예술 혹은 철학과 상당히 비슷한 모습으로 우리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의도했건 안했건 알파고(AlphaGo)의 예만 보더라도 딥마인드(Deepmind)는 기술의 구현을 통해 삶에 대한 질문을 역설적으로 던지는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굳이 융합이라는 단어를 찾을 필요도 없이 이미 예술과 인공지능 기술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알파고

이 글은 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인공지능에 대해 이야기 한다.하지만 정작 우리가 관심 있는 것은 '왜 이제서야, 그리고 갑자기 예술이 인공지능을 바라보려고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전부터 생각하는 기계, 인공지능을 다룬 소설이나 만화는 상당수가 있었지만,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에 다시금 불을 지피게된 건 '알파고' 때문일 것이다.

[ 그림 1 ]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1 화면

알파고를 동작시키는 인공지능 알고리듬은 새로운 게 아니다. 하지만 알파고는 이세돌 9단을 이겼고 이 모든 과정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다. 오랫동안 도전하다 많은 사람들이 포기해왔던 인공지능은 이렇게 몇몇 집념있는 사람들의 연구로 빛을 보고 전 세계에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에 기존의 사진을 [그림2]처럼 재해석 해주는 딥드림(deep dream)이 알려지고 테슬라(Tesla)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 그림 2 ] deep dream으로 만든 그림. 원제 : 수영장 속 3명의 사람(photograph ofthree men in a pool)*2

이건 마치 300kg 이상의 역기는 들 수 없다고 마음 속으로 한계를 못박았던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 305kg을 든 이후부터는 300kg 이상을 들 수 있게 된 것과 같다. 잘되지 않을거라 믿었던 인공지능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2005년 MIT 미디어 랩에서 인공지능의 아버지라고 알려진 마빈 민스키(Marvin Minsky)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당시 민스키는 "인공지능에서 더 이상 가능성을 찾기 힘들어 보이고 규칙기반 추론(rule-based reasoning)이 유일한 방법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방식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모든 경우에 따른 답을 미리 입력해놓고 질문이 있으면 해당하는 답을 연결해 주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어떤 추론이나 상상의 여지는 없어 보이는 방식의 인공지능이다. 그저 질문과 답의 쌍을 무수히 많이 저장해놓은 것이다. 10여 년이 지나 알파고는 신의 수라 일컬어 지는 수를 두며 바둑으로 이세돌을 이기기도 했다. 인간의 경험으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수를 두었다고 말한다. 규칙기반 추론에서는불가능한 방식이다. 기계가 의식을 갖을 수 있을 것인가? 의식은 인간고유의 것인가? 영혼이란 실재하는가? 등의 실존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될지도 모르는,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이벤트가 전 세계에 중계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SF에서나 가능하리라 여겼던 영생이나 뇌를 전자 장치의 일종으로 만드는 전뇌화(電腦化)가 이제는 정말 가능할 것 같아 보이기도 하고, 먼 훗날이 아닌 수십년 내에 일어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는 오픈AI(OpenAI)와 기계와 뇌를 이을 뉴럴링크(neurallink)를 만들었고, 뉴욕에서 열린Transion 2016 마케팅 컨퍼런스의 메인 주제도 인공지능이였다. 20년 후엔 인간 뇌의 능력을 가진 컴퓨터가 100만원대가 되고 2040년에는 컴퓨터가 의식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것 역시 2017년 기준인데 인공지능의 발전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인공지능 발전이 훨씬 앞당겨지리라 예측되는 상황이다.


예술에서 화두가 된 인공지능

세상이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예술도 마찬가지였다. 기존 공상과학(SF) 소설에서처럼 미완의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펼치던 예술과 달리 지금의 예술은 조금 더 직접적으로 인공지능을 다룬다. 노버트 위너(NorbertWiener)의 사이버네틱스(cybernetics), 윌리엄 깁슨(WilliamGibson)의 뉴로맨서(neuromancer),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영화매트릭스(The Matrix) 등에서 이야기되는 전뇌화는 나노기술*3 및 생명 공학의 발달과 최근 알파고로 다시 재조명되기 시작한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구현이 가능할 듯한 상황이다. 이렇듯 과거에 상상했었던 것들 중 많은 부분이 구체적으로 실체화 된 상황에서,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지금의 예술은 인공지능 기술 중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을 직접 다루려고 시도하고 있다. 뉴욕대학교(NYU)의 ITP(interactive telecommunications program)에서는 실제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 관련 수업들이 예술가들을 상대로 진행되고 있으며, 진 코건(Gene Kogan)은 예술가들 위한 기계 학습 웹사이트를 운영하며 예술 관련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4. 예술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플랫폼인 프로세싱(processing.org), 오픈프레임웍크스(openframeworks.cc)에서도 인공지능 관련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들이 공개되었고, 실제로 간단하게나마 기계 학습 알고리듬으로 학습한 결과를 바탕으로 프로그래밍한 소프트웨어를 작업으로 선보이는 작가들도 늘어나고 있다.

[ 그림 3 ] 공각기동대 SAC 편 포스터*5


인공지능에서도 화두가 된 예술

최근 작가들이 인공지능 기술을 따라 작업물을 내놓기 전부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슈가 된 사례를 살펴보면, 인공지능 기술을 만든 곳에서 예술 작업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딥 드림의 이미지가 그 대표적인 예였고 램브란트(Van RijnRembrandt)의 기존 작업을 학습하여 새로운 램브란트 풍의 그림을 그려낸 'The Next Rembrandt' 프로젝트도 기술 분야의 주도로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공학, 과학 분야에서 예술을 다루는 방식은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던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직관을 가지고 있다' 라는 지점에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작업과 더불어 설명을 통해 의도를 드러내려는 경향이 있는 예술 작업과 달리 기술 주도로 이뤄지는 예술 관련 작업들의 의도를 해석하기를 쉽지 않지만 위의 예들은 딱히 설명이 없어도 이해가 가능하다. 그림이라는 어찌 보면 너무나 익숙한 예술 형태를 취한 것만 보아도 그 의도를파악하기가 어렵지 않다. 이쯤에서 흥미로운 건 지금의 예술은 오히려 인공지능을 다룰 때 기술에 집착하는 듯 하고, 기술 주도의 프로젝트들은 지난날 예술이 인공지능을 통해 말해 왔던 실존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예술가들은 인공지능 기술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가

음악에서 기본 곡 작업 후 최종으로 소리의 균형을 잡는 작업을 마스터링(mastering)이라 한다. 기계 학습 기반의 LANDR*6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서 마스터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에 마스터링 작업에서 창작자는 그들이 원하는 레퍼런스 음악을 함께 들어 가면서 그 곡과 비슷하게 자신의 앨범을 가다듬게 된다. 반면, LANDR은 원하는 분위기나 장르를 선택하고 작업한 곡을 업로드 하게 되면 기존에 학습된 다양한 곡들을 기반으로 업로드 된 곡의 소리 균형을 잡아준다. 예를 들어 내가 베이스소리가 강한 레게 음악을 좋아한다면 그 곡과 비슷하게 내 곡의 베이스 소리와 인지하지 못한 부분까지 인공지능이 다듬어 준다. 심지어 최근에는 곡을 다듬는 수준을 넘어 곡을 만드는 상황에 이르렀다. AI 작곡 소프트웨어로 곡의 70% 정도를 만드는 사례가 알려지기도 했다.

보통 실험적으로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소설 쓰기, 요리 만들기 등과 달리 음악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이미 응용되어 쓰이고 있다. 미술의 경우 특히 기술을 많이 사용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를 예로 들자면, 조금 더 직접적으로 기술을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이 모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직접 컴퓨터를 학습시키고 , 그 결과 적용되는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주려 한다. 학습된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풍의 사진이나 그림을 그리려는 작가들의 시도는 앞서 말한 기술 주도로 이뤄진 프로젝트에 비해 의미를 찾기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예상되는 인공지능의 쓰임새를 달리하여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카일 맥도날드(Kyle Mcdonald)의 '우린 어떻게 같이 행동하는가(How we act together)' 의 경우, 기계학습을 이용하여 학습된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바탕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비슷한 제스쳐를 취한 사람들끼리 연결해 준다*7.


예술과 인공지능, 그리고 불확실함

우리는 현재 인공지능의 실체화를 목격한 시점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고유한 위대함과 직관에 대한 반증이다. 역사적으로 위대함이라는 요소가 필요한 예술은 과연 불확실성을 받아 들이려고 하는 지금의 인공지능을 어떻게 바라볼까? 우리가 어떻게 한국말을 잘하게 됐는지 아무도 모른다. 알파고도 왜 이세돌을 이겼는지 알수 없다. 다양한 경험과 학습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뇌 혹은 컴퓨터에서 조합된 결과 뿐이다. 창작자의 의도, 계획이 중요한 예술에 있어 불확실한 블랙박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려는 기계학습의 방식은 개인보다 집단, 순간적인 영감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이렇듯 설명이 불가한 인공지능과 영웅이 필요한 예술은 공존하기 힘들어 보인다. 새로운 사고 체계가 요구되는 시점에서 예술가들 역시 알파고에 버금가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까?


글 | 송호준 songhojun@gmail.com


작가 송호준은 극한기술을 이용하고 구현하여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 ‹방사능 보석›, ‹오픈 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그리고 <100년에 한 번 깜박이는 LED>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경험과우연을 중시하는 인공지능을 통하여 위대한 인간과 보통 인간의 구도를 깨트릴 수 있는 작업을구상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1 참고 | http://www.popularmechanics.com/technology/a19863/googles-alphago-ai-wins-second-gamego/ 

*2 참고 | https://en.wikipedia.org/wiki/DeepDream#/media/File:Deep_Dreamscope_(19822170718).jpg 

*3 참고 | nanometer: 1×10-9 m는 세포와 전자 장치가 서로 연결되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필요한 해상도로 알려져있다. 

*4 참고 | https://ml4a.github.io/ 

*5 참고 | https://en.wikipedia.org/wiki/Ghost_in_the_Shell:_Stand_Alone_Complex#/media/File:Gits_SAC_complete_collection_cover.jpg 

*6 참고 | https://www.landr.com/ 

*7 참고 | https://hwat.schirn.de/


*썸네일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jessicamullen/19822170718/


카카오에서 인공지능 우수 인재들을 위해 준비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글을 마칩니다. 

11. 석/박사생을 위한 카카오의 상시 연구지원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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