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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플랫폼의 집단지성체계, 잘못된 정보를 선별하다

규제 free, 앱이 만든 새로운 중국_2: 즈후

즈후는 중국 내 최대 규모의 지식공유 플랫폼으로서 중국판 ‘Quora’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소셜네트워크 형식의 앱 내에서 이용자들이 서로의 경험과 견해, 전문 지식을 공유함으로써 퀄리티 높은 정보가 끊임없이 생산됩니다. 2011년 서비스를 시작한 즈후는 2017년 12월 기준 1억 2,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활성이용자(DAU)는 3,000만 명에 달합니다.*1



즈후의 서비스는 크게 소셜네트워크 형식의 무료 질문답변 공간과 유료상담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앱의 첫 화면인 메인 탭은 누구나 질문을 올리고 답할 수 있는 포럼 형식의 공간이며 팔로워(关注), 추천(推荐), 핫토픽(热榜) 세 가지로 나뉘어집니다. '팔로우'에서는 이용자가 팔로우한 사람들의 활동내역(질문, 답변, 좋아요)을 보여주며, '추천'은 알고리즘을 통해 이용자의 취향에 맞는 질문을 추천해 줍니다. '핫토픽'에서는 가장 답변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질문의 순위를 보여줍니다.


포럼 공간에 올라오는 질문은 ‘당신이 성장하면서 깨달은 삶의 이치나 교훈은 무엇인가요?’와 같은 개인적인 질문부터 ‘거시경제 연구원은 어떤 경제데이터를 참고하나요?’, ‘10년 후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와 같은 질문까지 다양합니다.


즈후의 메인 탭 화면 (왼쪽부터 팔로워, 추천, 핫토픽)


즈후가 미국의 'Quora',  한국의 '지식in'과 다른 점은 유료상담 서비스를 통해 이용자의 지식과 정보를 수익화했다는 것입니다. 즈후 앱의 세 번째 탭인 시장(市场)은 말 그대로 각종 지식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는 장터입니다. '즈후 라이브'에서는 원하는 분야의 전문가, 유명인과 실시간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을 수 있습니다. '유료상담' 기능을 이용하면 내가 질문하고자 하는 전문가에게 질문을 남기고 72시간 내에 답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즈후 서점'에서는 일반 서적뿐만 아니라 즈후에서 이루어진 질문과 답변을 책으로 엮은 e-book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즈후의 유료상담서비스 (부동산 전문 변호사 '쉬빙'은 비밀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38위안을 받고 있다)



소셜네트워크 기반 서비스의 성공 여부는 이용자 확보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즈후는 초기 이용자 확보를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와 유명인을 모으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즈후는 서비스 정식 출시 이전 40일간의 CBT(closed beta test)를 통해 IT와 네트워크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가입을 요청하여 200명의 이용자를 확보했습니다. 이 최초 200명의 이용자 중에는 전 구글 차이나 사장 리카이푸(李开复), 중국의 검색포털 소후닷컴 CEO인 왕샤오촨(王小川), 텐센트 화장인 마화텅(马化腾)이 속해 있었습니다. 이들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40일 동안 8,000개의 질문과 2만 개의 답변을 만들어냈습니다.*2


서비스 정식 오픈 후에도 즈후는 폐쇄적인 커뮤니티 형태를 유지했습니다. 즈후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즈후팀에 메일을 보내 요청코드를 받아야 했습니다.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검증된 회원들이 퀄리티 높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다는 점이 더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약 2년간 이용자 풀(pool)을 제한적으로 유지하던 즈후는 '즈후 2.0 계획'을 발표하며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오픈 커뮤니티로 탈바꿈합니다. 기존의 요청코드 시스템은 이용자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질문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활발한 답변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즈후는 오픈 커뮤니티 형식으로 바뀐 뒤 유입된 이용자들은 기존의 전문가 유명인들의 활발한 '팔로워'가 됩니다. 질문의 다양화에 따라 답변 역시 더욱 활발하게 이루어졌습니다. 2017년 12월 기준, 즈후에서 오고 간 질문의 주제는 25만 개에 이르며, 총 질문 수는 약 2,100만 개, 답변 수는 약 8,200만 개에 달합니다. 즈후의 이용자는 하루 평균 한 시간을 즈후 앱 내에서 보냅니다.*3


즈후를 비롯한 지식 콘텐츠 플랫폼의 인기에는 두 가지 배경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중국의 모바일환경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정보가 무분별하게 쏟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 다른 유료 지식 콘텐츠 플랫폼인 '펀다'의 창업자는 '인터넷에서 가짜 지식과 진짜 지식을 판별하는 시간을 들이는 것이 아깝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즈후, 펀다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플랫폼은 유료 지식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들이 선별된 지식을 소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한국에서도 미디어 플랫폼은 잘못된 정보의 자율적 정화 체계로서 실효적인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소셜미디어상에서 떠돌아다니는 뉴스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널리 활용되고 있는 방식이 포털의 검색 서비스입니다. 국내 포털의 뉴스 서비스로는 공인된 언론사의 뉴스만 유통됩니다. 포털 이용자들은 이 점에 착안하여, 자신이 들은 정보가 진짜(genuine)인지 아닌지를 판별합니다. 이 과정에서 뉴스 검색에 사용되는 빈도가 높은 특정 키워드는 '현재 온라인상에서 이슈가 되는 거리'로서 취재 대상이 되어, 자연스럽게 언론사의 검증 대상에 오릅니다.


즈후의 두 번째 인기 배경에는 중국 중산층의 교육과 자기계발에 대한 수요 증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중국의 대표 IT기업 알리바바에서 발표한 '2017년 2분기 콘텐츠업계 보고서'에서는 설문에 응답한 중국인의 약 72%가 '퀄리티 높은 지식 콘텐츠에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4. 해당 보고서는 중국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향후에는 특히 공공, 문화예술 분야의 지식콘텐츠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즈후 역시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출시해왔습니다. 오픈 커뮤니티 초기의 즈후는 누구나 질문을 올리고 답변을 할 수 있었으며, 만족스러운 답변에는 다상(赏)이라는 이름의 팁을 지불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소셜네트워크 형식을 취하고 있었던 덕에 따브이(大V), 즉 팔로워가 많은 SNS스타가 만들어지자 즈후는 2016년 5월 '즈후 라이브(live)'를 통해 이들의 지식 콘텐츠를 유료화합니다. 라이브 입장권을 내고 들어간 이용자들은 평균 65분간 진행되는 방송 시간 동안 전문가에게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라이브 기능 출시 이후 1년간 약 3,000회 이상의 방송이 진행되었으며, 종료된 라이브의 다시보기 기능은 라이브 총 수익의 20%를 차지합니다. 유명인의 라이브는 다회차로 구성하여 특집 강연 형태로 판매하기도 합니다.*5


즈후는 따브이의 콘텐츠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이 남긴 질문까지 유료화했습니다. 이용자가 전문가에게 공개질문을 남기면 다른 이용자들은 '배우기' 기능을 통해 1위안을 지불하고 답변을 엿들을 수 있습니다. 이 1위안 중 절반은 질문자에게 돌아가 플랫폼 내에서 더욱 활발한 질문이 오가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즈후의 '배우기' 기능과 동일한 기능이 펀다에서는 한 달 뒤 '훔쳐듣기'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어 대박을 터뜨립니다.)


이용자의 질문과 답변을 활용한 콘텐츠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즈후는 2016년 9월 '즈후 서점'을 통해 플랫폼에서 활발하게 논의된 질문과 답변들을 e-book으로 출판합니다. 2016년 즈후 서점이 생긴 후 1년간 즈후가 출판한 전자책 다운량은 5,000만 건을 넘겼습니다*6.


즈후는 하나의 라이브 모델에서 지속적인 수익모델을 만들고, 전문가의 답변뿐만 아니라 일반 이용자의 질문까지 수익화하고, 주고받은 답변을 서적으로 출판하기까지 하며 '지식'이라는 무형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식으로 상품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1 http://www.donews.com/news/detail/4/2981774.html

*2 http://www.yangqiu.cn/ipublishing/3162120.html

*3 http://www.donews.com/news/detail/4/2981774.html 

*4 http://www.sohu.com/a/163509372_461222

*5 http://www.qdaily.com/articles/40592.html

*6 http://prnews.techweb.com.cn/qiyenews/archives/450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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