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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美 인터넷 기업들의 정책 로드맵 제안

美 인터넷협회가 트럼프 당선자에 보낸 IT 정책로드맵: 9대 이슈 분석

지난 11월 14일 미국의 알파벳(구글의 지주회사), 페이스북, 우버, 아마존닷컴, 넷플릭스 등 40개 정보기술(IT) 기업이 가입한 Internet Association(미국인터넷협회, 이하 IA)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 의회를 상대로 정책제안서(Policy Roadmap)를 공개서한 형태로 보냈습니다.


인터넷 산업은 미국 경제의 6%를 책임지고, 2014년 기준 300만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합니다. 지난 5년간 GDP 성장의 21%를 이끈 미국 인터넷 산업계가 차기 대통령과 의회에 보내는 공개서한인만큼 인터넷 업계가 향후 바라는 IT정책 방향들이 대부분 담겨 있습니다. 내용 중에는 강력한 통상정책 등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과 부합하는 정책도 있는 반면 ‘강력한 암호화’와 같이 평소 트럼프 진영이 반대해왔던 내용들도 포함돼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됩니다. 인터넷이 미국의 혁신과 자유, 창의력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은 한국 인터넷 기업들도 다르지 않으며, 정책 로드맵 내용을 소개합니다. 

IA 홈페이지 발췌 이미지. Protecting Internet Freedom

IA는 홈페이지에서 인터넷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11가지 주제를 놓고 정책 방향을 설명해왔습니다. 이번 정책 로드맵에는 9가지 이슈로 다시 정리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I. 인터넷서비스제공자의 책임(INTERMEDIARY LIABILITY) 


IA는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이하 “ISP")에게 이용자 게시물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법률 덕분에 미국 온라인 산업이 과거 20년간 번성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원칙들에서 이탈해  ISP에게 이용자 감시를 강요하거나, 저작권 세이프하버(Safe Harbors) 적용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는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와 혁신, 나아가 미래 투자를 위축시킬 것이라 밝혔습니다. 


명예훼손, 저작권 분야 ISP 면책조항 계속 유지해야

IA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으로는 (1) ‘통신품위법(Communications Decency Act (CDA)) 제230조’의 유지, (2) 저작권 세이프하버(SafeHarbors) 원칙의 유지를 요청했습니다. CDA 제230조는 이른바 '착한 사마리아인 보호조항'(Protection for “Good Samaritan” blocking and screening of offensive material)으로서 제3자가 제공한 정보에 대해 서비스사업자가 선의로 불법정보를 차단할 경우, 그로 인한 법적 책임을 면제해주는 면책조항입니다. IA는 이 조항이 (정부의) 이용자 감시 요구로부터 인터넷 플랫폼을 보호해주며, 표현의 자유에 기반해 사회, 경제, 문화 발전을 가능케 하는 '이용자 컨텐츠 기반 플랫폼 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투자에 필수불가결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밀레니엄저작권법(DMCA) 제521조의 세이프하버 원칙은 저작권 분야에서 ISP에게 적용되는 면책 조항입니다. IA는 이 원칙이 사업자들이 막연한 저작권 침해 우려에서 벗어나 창작자들 요구에 부응하며 동시에 관련 법규를 준수하려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전 세계가 참고하는 저작권 침해 기준을 제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IA는 이 세이프하버 원칙을 약화시키려는 모든 시도는 법적 불안정, 사업자의 인터넷 검열,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와 혁신 저하 등을 초래할것이라 우려했습니다. 


디지털 음악시장 육성, 유연한 저작권법 적용 보장돼야


2. 저작권(COPYRIGHT)  


IA는 미국의 저작권법이 인터넷 산업의 근간을 이뤄왔으며, 저작권법의 균형 있는 적용은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미국 경제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IA는 저작권법의 유연한 적용을 위협하는 시도들은 스타트업과 창작자, 이용자들의 컨텐츠 접근권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1) 저작권법의 유연한 적용 (2) 디지털 음악시장 육성 (3) 미국 저작권사무소 현대화를 주문했습니다. 특히 ‘공정 이용’과 같은 저작권법의 예외 조항들 덕분에 ISP들은 기사 스니펫(snippet), 사진 썸네일, 머신러닝용 데이터 샘플 분석, 클라우딩 서비스 등을 활용할 수 있었다며, 유연하고 균형잡힌 저작권법 적용은 앞으로 더욱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디지털 음악시장의 육성을 위해선 ‘강제 실시권(compulsory licensing), 동의 명령(consent decree)과 같은 저작권 지원책을 도입해 미국의 음악가, 중소 사업자, 디지털 플랫폼, 소비자들을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미국 인터넷협회 회장 Michael Beckerman (출처 블룸버그 & 게티이미지)  


정부의 백도어 요구까지 무력화시킬 '강력한 암호화' 지지 

3. 개인정보보호 및 데이터 보안(PRIVACY AND DATAPROTECTION) 


미국인터넷 기업들의 정책 목표는 데이터에 기반한 혁신으로 미국 산업의 경쟁 우위를 계속 유지하는 것입니다. IA는 이번 서한에서 ‘데이터 수집에 초점을 맞춘(collection-based)’접근법보다는 ‘실제 발생하는 피해에 초점을 맞춘(harms-based)’ 접근법을 취해야 하며, 데이터 수집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들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IA는 (1) 30년 이상 된 전자통신프라이버시법(Electronic Communications Privacy Act, ECPA)의 개정, (2) 강력한 암호화 정책 도입, (3) 외국기업 등에 적용되는 사찰 관련 법률 개정, (4) 국가간 법 집행을 위한 데이터 접근권 개선 등을 당선인에게 요청했습니다. 특히 암호화의 경우, 애플이 테러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이폰의 암호를 해제해달라는 FBI의 요구를 거절했을 때 트럼프 당선자는 애플 제품 보이콧을 주장했을 정도로 강력한 반대 입장입니다. 반면 IA는  이번 서한을 통해 정부의 백도어 설치 요구는 이용자 프라이버시와 국가 안보에 해를 입힌다는 입장("laws that require companies to engineer vulnerabilities into products and services harm personal privacy and endanger national security")을 분명히 밝힌만큼 향후 양자 간 충돌이 예상되기도 합니다. 이밖에 IA는 NSA가 외국에서 이뤄지는 통신 내용을 영장없이 수집하도록 해주는 해외정보감시법 제702조와 행정명령 12333호의 개정을 요청했습니다. 


4. 무역 및 글로벌 인터넷 정책(TRADE AND GLOBAL INTERNET POLICY) 


IA는 국가간 지식과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을 촉진하는 강력한 디지털 무역 정책의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더욱 긴밀하게 연결된 무역 생태계 조성, 지역 분할 현상 방지, 정보접근권 증진을 이뤄야 하며, 디지털 보호무역주의에 맞서고, 디지털경제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무역 협정과 외교 분야에서 더 많은 인터넷 친화 정책들이 채택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IA의 요청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 ISP에 더 많은 책임을 부과하려는 해외 국가들에게 압력을 행사할 것, (2) 해외서도 미국 국내 수준의 지적재산권 보호를 누릴 수 있도록 해줄 것, (3) 유럽 내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사업을 방해하는 규제 장벽의 제거 (4) 국경을 넘는 자유로운 데이터 흐름의 보장(자국내 데이터 보관 의무에 반대) (5) 디지털 제품, 서비스에 대한 관세 장벽 인하 등으로 요약됩니다.


자국 내 데이터 보관 의무 반대, 자유로운 국가간 데이터 이동 보장해야

5. 특허 개혁(PATENT REFORM) 


IA는 트롤(Troll)이라 불리는 특허 괴물들 탓에 막대한 비용을 불필요하게 지불하고 있다며, 모호하고 질 낮은 특허를 생산하는 미국의 특허 시스템에 그 원인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반적인 특허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IA는 (1) 특허 사건 관할 법원을 정하는 법정지 기준의 개혁 (2) (특허 괴물들을 약화시킬 수 있는) 전반적인 소송 시스템의 개혁 (3) 저작권법 제101조에 기초하고 연방대법원 Alice v. CLS Bank 판결에서 재확인된 소프트웨어나 서버 관련 특허청구 인정 원칙을 유지 (4) 특허청의 특허품질향상계획(EnhancedPatent Quality Initiatives)의 충실한 이행 (5) (신속한 특허등록을 위한) '등록 후 재심사' 제도 유지 (6) 지적재산권 수익에 대한 세제 감면 혜택 등을 주문했습니다. 



6. 온디맨드 또는 공유경제(ON DEMAND OR SHARING ECONOMY) 


IA는 전 세계적 공유 경제의 규모가 2013년 150억 달러에서 2025년 3,35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공유경제 분야는 미국 내 일부 지역의 파편적 규제 접근 방식으로 인해 소비자와 종사자에게 부담이 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20세기적 규제가 21세기의 새로운 기회를 가로막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IA는 온디맨드와 공유 경제 영역의 성장을 위해 일관되고 스마트한 규제 접근법을 적용할 것, 그리고 유연함과 경제적 기회를 보장해줄 것 등을 요청했습니다.

 

7. 신규 기술(EMERGING TECHNOLOGIES) 


인터넷은 언제나 새롭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활용됩니다. 5년 여전 등장한 공유 경제 플랫폼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 경쟁 증대,  이용자 선택 폭 확대 등 많은 혜택을 가져온 동시에 수많은 정책적 과제들도 제기했습니다. IA는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 향후 새롭게 부상할 신규 기술들 역시 새로운 기회와 새로운 정책 이슈들을 함께 가져올 것이라 전망했습니다. IA는 신규 기술들을 위한 최고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선 프라이버시, 보안, 표준화, 기타 공공 정책 등에 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미국이 전세계 혁신을 주도하는 역할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규제 모델의 대대적 변화는 불필요하다는 주장입니다.  


8. 개방성과 접근성이 보장된 인터넷(OPEN & ACCESSIBLE INTERNET) 


IA는 공공의 이익과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은 인터넷의 지속적인 접근성과 개방성에서 혜택을 받아왔으며, 그러한 접근성과 개방성은 승자와 패자를 미리 결정하는 방식이 아닌 상향식 거버넌스, 여러 이해관계자가 함께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를 통해 번창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IA는 (1) 망중립성에 기초한 ‘열린 인터넷’ 보장 (2) 광대역 접속망 확대 (3) 인터넷 연결성 확대 등을 정책에 반영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특히 IA는 망 중립성과 관련해선 “오직 하나의 인터넷이 존재하며, 소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접속하더라도 규칙들은 일관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인터넷 연결성 확대’와 관련해선 "모든 미국인들이 디지털 경제로부터 혜택을 받기 위해선 인터넷 연결성을 확대해야" 하며 "‘제로 레이팅’과 같이 비독점적, 개방적이며, 망중립성 원칙을 뒷받침하는 비즈니스 모델들을 연결성 촉진 노력에서 배제해선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연결성 관련 내용은 지난 10월 페이스북이 미국 저소득층에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는 방안을 미국 정부와 검토 중이라는 워싱턴포스트 기사와 맞물려 페이스북의 입김이 일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9. 21세기 노동력(A 21ST CENTURY WORKFORCE)


끝으로 IA는 기술 분야 인재 확보를 위해 (1)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와 컴퓨터 공학 교육을 더욱 늘려줄 것, (2) 해외 고급인력을 수혈하기 위한 이민 제도의 개혁, (3) 소외계층 기술교육 지원을 비롯해 다양성 제고 정책 등을 추가로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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