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Industry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2016 IGF: (1)인터넷 파편화와 망중립성

[인터넷거버넌스포럼] '망 중립성' 관련 토론 지상중계

지난 12월 6~9일 사이 멕시코 과달라하라(Guadalajara)에서 제11회 인터넷 거버넌스 포럼(Ineternet Governance Forum, 이하 "IGF")이 개최됐습니다. IGF는 UN 주도로 인터넷 현안을 논의하는 국제 전문가들의 포럼입니다. 각국 정부, 시민단체, 기업, 학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인터넷 주소관리권 등 인터넷 관리 체계를 논의하는 자리입니다. 정책결정 권한이 없는 자문기구 성격이지만 올해 포럼에서는 망중립성, 잊힐 권리, 프라이버시, 빅데이터 등 인터넷 관련 최신 이슈들이 글로벌 차원에서 다각도로 논의되었습니다. 


인터넷 정책표준협회인 인터넷 소사이어티(ISOC; Internet Society)의 CEO Kathryn Brown는 이번 포럼 기조 연설을 통해 "개방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글로벌 인터넷은 사회, 경제적 기회를 창출해 왔지만 발전의 혜택은 모두에게 평등하게 돌아가지 않고 있으며, 콘텐츠 차단, 프라이버시, 대규모 검열, 사이버범죄, 해킹, 가짜 뉴스 등 새로운 문제들이 인터넷 이용자들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카카오 정책지원팀은 이번 IGF의 여러 토론 세션들 중 (1) 인터넷 파편화와 망중립성, (2) 잊힐 권리와 사적검열, (3) 디지털 시대의 경쟁, (4) 아동의 프라이버시와 표현의 자유 등 4개 주제를 선정해 주요 토론 내용들을 요약 정리했습니다.  


   <글 싣는 순서>

1. 인터넷 파편화: 망 중립성  

2. 잊힐 권리와 사적 검열

3. 디지털 시대의 경쟁: 현상 유지와 미지 사이

4. 아동의 프라이버시, 안전, 표현의 자유


(1) 인터넷 파편화: 망 중립성(Interent fragmentation: Net Neutrality) 


[토론 리뷰]

인터넷 파편화(Internet Fragmentation)란 지역별 연결 제한, 국가 통제, 기술적인 콘텐츠 차별, 디지털 보호주의(digital protectionism) 등으로 인해 인터넷 연결이 막히거나 제한되어 인터넷이 가진 개방성과 연결성이 약화되는 현상을 일컫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제로레이팅, 데이터 후원, 요금에 근거한 접속 속도 차별 등의 비즈니스 관행이 인터넷 원칙에 초래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은 무엇인지, 인터넷 파편화를 피하기 위해 각 주체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망중립성은 인터넷 파현화 현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패널들은 인터넷 파편화로 인해 인터넷의 개방성과 연결성, 이용자들의 접근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영역별(정부, 상업, 기술)로, 국가별로 논의의 초점과 시각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때로는 지역적인 파편화가 전 지구적인 연결성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고, 글로벌 업체들의 제로레이팅 시도가 해당 지역에서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FCC는 ‘혁신의 선순환’을 강조하며, 상업적으로 트래픽을 차별하는 행위들이 인터넷 파편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ISP 들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이어 기업들의 제로 레이팅을 망 중립성 관점에서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인도의 연구단체 전문가는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의 제로레이팅이 빈자(貧者)들을 위한 별도의 인터넷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는 인터넷이 없는 것보다 못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저소득 국가에서는 정부, 기술, 상업적인 요소 외에도 성별, 언어, 경제력, 문맹 여부에 따른 사회적 파편화도 인터넷 파편화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습니다. 제로 레이팅이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헬스케어 앱을 통해 에이즈 예방 등 의학적인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되고 있듯이 교육이나 공익 목적의 제로 레이팅은 따로 떼어내어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워크숍 #173 'Interent fragmentation: Net Neutrality' 토론회 전경


중립성, 제로 레이팅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과 관련해선, 결국 이용자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는 서비스이지 네트워크 자체는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되었습니다.  즉, 최종 이용자 시각에서 인터넷의 망 중립성과 제로 레이팅 이슈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언급이었습니다. 때로는 망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규제나 법제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할 수 있고, 드물기는 하지만 프라이버시 보호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인터넷 파편화도 존재한다는 사실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아울러 강력한 자율 규제를 시행해온 스웨덴이 관련 규제를 법제화하려 노력해온  네덜란드보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성공적이었던 사례를 소개하며 망 중립성 등 인터넷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시도가 꼭 법제화여야 하는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끝으로, 패널들은 그동안 개념 수준에서 논의되어온 망 중립성 이슈들이 이제는 구체적인 데이터와 증거들을 통해 실증적으로 입증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 구체적인 연구들이 이뤄져야 할 때라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워크숍#173 패널 소개>

De la Parra, Rodrigo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 ICANN)

Monti, Cristina (유럽위원회, European Commission)

Chinmayi Arun (인도 커뮤니케이션거버넌스센터 연구책임자(Centre for Communication Governance, National Law University, Delhi)

William J. Drake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University of Zurich) 교수)

Mignon L. Clyburn(미국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 Commission) 위원)

Victor Martinez (멕시코 Telecommunication Institute)

Mario Fromow (멕시코 Instituto Federal de Telecomunicaciones)


◯ Bill Drake: 인터넷 파편화에 대해 사람들은 각각 다른 관점들을 가지고 있다. 연결성을 막거나 약화시킴으로써 패킷의 내용이나 출처, 목적지와 상관없이 선착순으로 패킷들이 전달되고 전송 중간에 오류 검사나 필터링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인터넷의 이상적인 개념, 즉 ‘단대단(end-to-end)’ 원칙 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인터넷 파편화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나는 네트워크, 통신, 콘텐츠, 거래, 시장, 디지털 공간 등 인터넷을 구성하는 다양한 층위별로 구별해서 이 문제를 생각하려 한다. 기술적 파편화, 정부 주도 파편화, 상업적 파편화로 구별해보자. 기술적 파편화는 때론 의도치 않은 관행들이 얽힌 결과일 때가 많지만, 정부 주도와 상업적 파편화는 단대단 연결과 통신을 가로막으려는 제3자의 의도적인 행위들로 초래된다. 인터넷 파편화는 다차원적인(multi-dimensional) 현상이다. 우리는 파편화 현상이 끼칠 영향과 의도성의 존재  부, 내재된 성격 등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 어떤 면에서는 긍정적인 파편화도 존재할 수 있다.


"인터넷 파편화는 인터넷 개방성과 글로벌 연결성 위협"


◯ Cristian Mont: EU 관점에서 말하면, 정부 주도 파편화는 지역마다 다른 관점을 가지며, 인터넷 파편화를 막기 위해 공공 섹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단 사실을 예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EU는  열린 인터넷에 관한 법률을 갖고 있으며, 유럽 내 디지털 싱글 마켓을 창조하는데 방해되는 걸림돌을 제거하려 한다. 인터넷 파편화의 경우 우리는 여전히 원칙을 정하고 이를 어떻게 이행할지를 논의하는 단계이다. 파편화는 전 지구적인 반향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우리는 어떤 행위를 취하기 전에 매우 신중하게 이 이슈를 다자간 논의를 통해 정의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권들을 존중하고 증진해야 할 것이다.


"美 FCC는 제로 레이팅도 망 중립성 관점에서 예의주시"


◯ Mignon L. Clyburn: 일부 파편화 현상은 인터넷의 다자간 모델을 파괴하거나 국지적이기도 하며, 특정한 콘텐츠 접근을 막거나 전 지구적인 연결성을 제한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례들은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 플랫폼으로서 인터넷, 그리고 경제적, 사회적 발전의 핵심적 인구 동력으로서 인터넷의 개방성과 글로벌 연결성을 위협한다. 미국 FCC 위원으로서 나는 미국이 상업적인 인터넷 파편화를 막기 위해 취하는 조치들을 설명하고자 한다. 우선, 열린 인터넷의 근본 원칙은 정부나 망 사업자들이 아닌 소비자가 온라인을 통해 어떤 것에 접근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FCC의 Mignon L. Clyburn

또한 우리는 ‘혁신의 선순환’을 증진시키고자 한다. 인터넷에 관한 명확한 규칙이 없다면, ISP 들은 트래픽을 차별하는 행위들을 마음껏 할 수 있고이는 결국 인터넷 파편화를 초래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 내 ISP 들은 모바일 기기의 앱들을 차단하는 반경쟁적, 반혁신적이며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행위를 했다. FCC는 제로 레이팅 역시 망 중립성 관점에서 주시하고 있다. 케이스 별로 후원을 받는 데이터들을 들여다보고 있다. 요약하자면 우리의 원칙은 모든 참여자들이 동등한 접근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하나의 인터넷을 구현하는 것이다.


"빈자(貧者)만을 위한 제로레이팅은 인터넷이 없는 것보다 못해" 


◯ Dr. Chinmayi Arun: 참가자 모두에게 World Economic Forum 이 발간한 인터넷 파편화 보고서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인도에서는 정부 주도 파편화가 데이터 국지화(localizatioin) 측면에서 논의되고 있다. 인도에서는 제로 레이팅도 관심사였다. 하지만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별도의 인터넷은 차라리 인터넷이 없는 것만 못하다는 입장이다. 표현의 자유에는 다양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포함됨을 인도 당국에 알려왔다. 인도와 같은 지역에서는 인터넷 파편화에 성별, 언어, 경제적 환경, 문맹 여부에 따른 사회적 파편화도 포함된다는 사실에 유념해주기 바란다.

인도 National Law University의 Chinmayi Arun 교수


◯ Leyton: 멕시코 정부는 통신과 방송 분야에서 인권적인 접근을 하기 위해 2013 년 개혁을 추진했고, 자율심의기구인 IFT를 창설했다. 망중립성과 관련해선, IFT 가 내년 상반기 발간 예정인 가이드라인은 준(quasi) 법률처럼 준수되어야 한다. 우리는 EU 의 규제를 주로 연구해왔는데 네트워크의 일시적 또는 영구적인 혼잡을 막기 위해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 조치를 벗어나는 조치들을 취해야 할지 모른다. 비율성의 원칙은 동등한 트래픽들을 평등하게 다를 것을 요구한다. 일시적인 혼잡은 때때로 일어날 수 있고 정당화될 수 있으나 ISP 의 통제력을 벗어나거나 예측 불가능한 혼잡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일시적 또는 예외적 인 네트워크 혼잡을 벗어나기 위해 취해지는 조치들은 특정 콘텐츠나 서비스를 제한하는 식으로 이뤄져서 안된다. 예외적이지도 않고 일시적이지도 않은 장기간 지속된 네트워크 혼잡은 네트워크 용량 증설로 해결되어야 한다.


"법제화 시도한 네덜란드보다 자율규제 중심 스웨덴이 더 성공적인 결과 거둬"


◯ 청중 질문: 덴마크의 경우, 사업자들은 2011 년 정부의 직접 규제를 거부하고 대신 동등한 접속 등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자율 규제를 선택했다. 반면 네덜란드는 제로 레이팅 규제까지 포함하는 법제화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5 년 덴마크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앱들이 많이 출시돼 매출이나 다운로드 수가 네덜란드 앱들의 실적보다 20 배나 높았다. 스웨덴은 유료 가입자가 많았고 망 사업자들은 콘텐츠 생산자들과 특정 시장을 겨냥한 지역 패키지를 만들었다. 이런 시도는 네덜란드에서는 허락되지 않았다. 덴마크에서는 경제적인 자유가 더 허락된 결과였다. 나는 또한 소프트 룰이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소송이 거의 없다는 현상도 목격할 수 있었다.


"망 중립성 통해 달성코자 하는 사회적인 최종 목표 무엇인가 반문해야" 


◯ Roslyn: 망 중립성을 논의할 때 우리가 가장 중요시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에이즈 환자가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헬스케어 수단은 에이즈 관련 앱이다. 캄보디아 사람들이 의료 관련 질문을 할 수 있는 앱은 제로 레이팅 플랫폼을 통해 제공된다. 따라서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사회적 최종 목표 또한 고려해야 한다.

◯ Mario Fromow: 멕시코에서는 금융이나 교육 등 특정 분야, 특정 상황에서는 제로 레이팅을 허가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실제로 모바일 ISP는 교육 분야 앱을 제로 레이팅으로 제공 중이다. 트위터,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로 제로 레이팅으로 교육용 앱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에 같은 규칙이 적용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 Dr. Chinmayi Arun: 사람들이 수용하는 것은 서비스이지 네트워크가 아니라는 말은 매우 적절한 표현이다. 우리가 혁신의 선순환을 얘기할 때 그 인과 관계를 살펴보면, 만약 이 같은 인터넷 콘텐츠, 앱, 서비스들을 갖지 않고 있다면, 이런 투자나 확산, 희망, 약속들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문제를 처리할 때 기준과 권한에 적용되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망 중립성 논의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데이터나 증거를 수집해야할 때"


◯ Cristina Monti: 미국과 EU 모두 인터넷 개방성을 유지하길 원한다. 한편으론, 망 중립성에 관한 규제가 오히려 혁신을 저해한다는 데이터나 증거들이 존재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망 중립성에 관한 증거와 데이터를 수집하려는 노력들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 청중 의견: 제로 레이팅은 사실 매우 복합적인 개념이다. 제로 레이팅을 실시하는 방법도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우리가 제로 레이팅을 논의할 때는 구체적인 시장 상황, 적용 환경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 망 중립성 논의도 이제는 데이터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IGF 2016의 다른 세션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IGF 2016 Live 홈페이지(http://www.igf2016.mx/multimedia.php)를 통해 주요 세션과 발표 내용 녹화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트럼프 시대, 美 인터넷 기업들의 정책 로드맵 제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