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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AI리포트]데이터 기반 정밀 의료와 AI

의학과 AI의 필연적 만남

AI 기술의 발전이 과연 우리 삶을 변화시켜줄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카카오 AI 리포트는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 기술, 활용 가능성 등을 소개해 왔습니다. 이번에는 ‘의학 분야에서의 AI 기술'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된다고 해서 바로 돈을 벌 수 있는 산업분야에 응용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기존에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준다거나, 기존의 비효율을 개선한다면 그 기술은 산업 분야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카카오 AI 리포트] Vol. 5 (2017년 7월호) 는 다음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Industry - AI와 의료

01. 민현석 : 내가 의료 AI를 선택한 이유 

02. 안성민 : 데이터 기반 정밀 의료와 AI (이번글)

03. 황상흠 : 딥러닝 기반 의료영상 기술의 진화

04. 김남국 : 의료와 AI 신기술의 융합 : 과제와 전망

05. 정규환 : AI 의료영상 기술 활용 사례

06. 양광모 : 인공지능 의료, 이제 윤리를 고민하다 


[2] Review - AI의 진화

07. 정부환 : 더욱 똑똑해진 AI 광고 알고리듬

08. 이원형 : AI는 인간과 같은 감정을 가지게 될까?


[3] Information 

09. 하반기 주요 AI 컨퍼런스 소개 


[카카오 AI 리포트] Vol. 5 전체글 다운받기



내용 중간의 [ ]는 뒷부분에 설명 및 관련 문헌의 소개 내용이 있음을 알리는 부호입니다. 예를 들어, [1]에 대한 설명은 '설명 및 참고문헌'의 첫 번째에 해당합니다.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는 “네트워크가 컴퓨터”라는 슬로건과 인터넷의 기반언어라 할 수 있는 자바로 유명하다. 2009년 오라클에 합병되기 전까지 30년 가까이 IT 업계의 강자로 군림한 이 회사는 4명의 창업자에 의해 1982년 설립되었다. 그 중 한 명이자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초대 CEO, 지금도 실리콘 밸리의 IT 구루 중 한 명으로 꼽이는 비노드 코슬라는 2013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앞으로 10년 간은 의학에서 데이터 과학과 소프트웨어의 기여가 생물학 분야 전체의 기여보다 더 클 것이다(In the next 10 years, data science and software will do more for medicine than all of the biological sciences together)[1].” 이 말을 이해하려면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로 대표되는 의학의 큰 변화 및 이와 함께 등장하는 인공지능과의 관계에 대해 파악해볼 필요가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2월 정밀의료 추진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고, 미국 국립보건원 (NIH)은 이에 맞추어 정밀의료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 정밀의료란 유전자, 환경, 생활습관 등의 개인적 차이를 고려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새로운 의학적 접근방법을 말한다”[2].

위의 정의는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정밀의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NIH가 내세운 시기적 타당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NIH는 정밀의료의 시기적 타당성으로 유전체 해독 기술의 발전, 빅데이터 사용 기술의 발전, 의생명 분석 기술의 발전을 들었다. 진단 및 영상검사와 같은 의생명 분석 기술의 발전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사실상 정밀의료를 견인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는 유전체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밀의료란 데이터 기반 의료이다. 데이터 분석은 히포크라테스 이후 모든 의사에게 필수적인 요소이다. 의사는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치료를 위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지난 1세기 동안 질병에 관한 치료법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보다 더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은 환자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과 데이터의 양이다. 데이터 수집 관점에서 볼 때 의학은 지난 1세기 동안 청진기의 시대에서 진단 및 영상의학의 시대를 거쳐 유전체와 빅데이터의 시대에 진입했다. IBM의 분석에 의하면 한 사람은 평생동안 0.4테라바이트(TB)의 임상데이터(병원에서 생산된)와 6TB의 유전체데이터, 1100TB의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생산한다[3]. 이제 의사들은 병원 안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 등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환자 치료에 활용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요컨대 의학은 데이터 과학이고, 정밀의료는 데이터 기반 의료이다.


정밀의료의 구성 요소들


의학이 데이터 과학이라면, 데이터 과학의 도구인 인공지능과 의학의 결합은 필연적이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1.  인공지능 내시경 마취 솔루션

우리나라에서도 위내시경이나 대장내시경검사를 할 때 소위 수면내시경이 선호된다. 세계 최대의 바이오-제약기업인 존슨앤드존슨은 2009년 수면유도 마취로봇인 세더시스(Sedasys)를 개발했고 201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아 미국, 캐나다, 호주 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사용한 바 있다. 세더시스는 내장된 인공지능을 이용해 환자의 혈중 산소 함량, 심장박동 수 등의 신체 징후를 모니터링하면서 투약량을 조절한다. 세더시스를 이용하면 마취 비용을 1/10로 대폭 줄일 수 있다. 불행히도 존슨앤존슨은 마취전문의협회 등의 반발 때문에 2016년 3월 세더시스의 생산 및 판매를 중단했다[4]


2. 인공지능 영상판독 지원 솔루션

영상의학 발전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현대 IT 기술 측면으로만 볼 때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분야가 바로 영상판독이다. 현대 병원에서 다루어지는 영상이미지는 모두 디지털 이미지이다. 그리고,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디지털 이미지를 눈으로 들여다보면서 아날로그적으로 분석한다. 물론, 여기에는 의사의 지식과 경험, 통찰력이 종합적으로 가미된다. 인공지능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영상판독에는 완전히 새로운 장이 열리고 있다. 

1)유방 엑스선 검사는 유방암 조기 진단을 위해 널리 사용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두 명의 영상의학전문의가 유방엑스선 사진을 검토하도록 정해져 있지만, 이미 오래전 부터 인공지능 솔루션이 영상의학 전문의 한 명을 대치할 수 있다. 실리콘 밸리의 투자전문가인 앤디 케슬러가 10년 전에 출판한 "의사가 사라진다(The End of Medicine)"라는 책에 이와 관련한 내용이 생생하게 소개되어 있다[5]. 

2)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노력들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의료진은 뷰노코리아와 함께 골 연령 판독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뼈의 엑스선 영상을 가지고 소아과 환자의 뼈 나이를 판독하는 것이다. 평균 5분 걸리는 판독 시간이 20초로 줄일 수 있다[6].

 

3. 인공지능 중환자실 솔루션

중환자실은 병원에서 가장 데이터가 많이 생산되는 곳이다. 중환자실에서는 환자에게 다양한 센서를 부착한 뒤 각종 징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고 따라서 어떤 사건이 발생할 경우 의료진이 신속하게 대처하는 일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인공지능의 도입이 이러한 풍경을 완전히 바꾸어 놓고 있다.

아주대 의대와 아주대병원은 응급, 중환자 생체 정보를 통합 저장 및 분석하는 인프라 구축을 2016년 11월 완료했고, 인공지능 기반의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환자의 응급 상황을 최대 3시간 전에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환자 관리가 가능다. 또한 하나의 인공지능 기반 모니터링 센터가 다수의 중환자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하다[7].    


4. 인공지능 암진료 지원 솔루션(IBM Watson for Oncology, WfO)

의료계에서는 2016년 가천대 길병원에 처음 도입된 IBM 왓슨포온콜로지라는 인공지능 솔루션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IBM 왓슨은 IBM이 개발한 인지컴퓨팅(cognitive computing) 플랫폼을 말한다. 왓슨은 IBM 창업자의 이름이다. WfO를 개발하기 위해 IBM은 인지컴퓨팅 플랫폼에 암치료와 관련한 방대한 자료를 학습시켰고, 최종적으로는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MSKCC)의 암치료 데이터에 최적화시켰다. 요컨대, WfO는 MSKCC에서 내리는 치료의사결정과 동일한 결정을 내리도록 훈련된 인공지능 솔루션이며, 새로운 연구결과와 약물, 치료방침 도입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MSKCC의 암치료가 전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수준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최근 국내 여러 신문에 WfO에 관해 “인공지능과 의사”간의 차이를 부각한 글들이 실린 바 있다. 이는 근본적으로 이 WfO가 작동하는 방식과 암치료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기인한 것이다. WfO는 특정 암환자가 MSKCC에 갔을 때 그곳에서 받을 수 있는 치료 옵션을 추천한다. IBM에 따르면 WfO의 추천 옵션과 MSKCC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치료는 99.9% 일치한다. 2017년 4월 6일 중앙일보에 실린 것처럼 인도 마니팔 병원과 WfO의 일치율 비교 데이터를 “실력”의 간접적 평가로 접근하는 것은 큰 오해의 소지가 있다[8]. 인도 마니팔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암치료 옵션과 WfO의 추천을 비교하는 것은 “의사 대 인공지능”의 비교가 아니라 마니팔 병원 특이 치료 패턴과 MSKCC의 치료 패턴을 비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폐암의 경우 미국은 물론 우리나라도 고가의 표적치료제가 다수 사용되고 있지만, 이를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나라에서는 효과는 떨어지지만 기존의 세포독성항암제를 사용하고 있다. 이런 경우 당연히 WfO의 추천 옵션과 해당 병원 암치료 옵션과의 일치율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마니팔 병원에서는 폐암의 경우 WfO와 일치율 17.8%). 가천대 길병원도 다양한 암종에서 이러한 일치율 분석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WfO의 길병원내 사용을 최적화하고 있다. 일치율은 WfO의 실력의 기준이 될 수 없을뿐더러 WfO의 사용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도입은 의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병원에도 소위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현대의학과 전문성, 인공지능의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현대의학과 병원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모더니즘적인 발전을 통해 현재의 체제로 분화해왔다. 예를 들어, 외과와 내과로, 다시 내과가 신장내과, 류마티스내과, 종양내과, 심장내과,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등으로. 이러한 모더니즘적 분화의 중심에는 “전문성”이 자리잡고 있다. 즉, 종양내과와 심장내과 사이에는 차별화된 전문성이 존재하며,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수련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현대병원은 차별화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 분과가 개별 환자를 보면서 동시에 협업하는 모더니즘적 건축물이다.


인공지능은 전문성을 제공한다. 전문성을 설명하는 모델만 7가지 이상이 되고, 전문성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전문지식이다. 전문지식은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적용 가능한 실용적 지식과 능력을 포함한다[9]. 예를 들어, 외과의사는 특정 수술에 관한 이론적 지식을 완벽하게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실용적 지식과 능력이 없다면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의학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전문성을 완벽하게 대치하는 것은 어려우며 인공지능과 인간 과의 적극적인 협업모델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이 나은가 인간이 나은가를 질문하고 있다. 분야에 따라 진행 속도는 다르겠지만 이미 이런 질문 자체에 큰 가치는 없으며, 알파고의 바둑 은퇴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적어도 의학에서 우리가 해야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이  의사의 전문성을 적어도 부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반대로, 의사가 인공지능을 통해 추가적인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전문성에 기초한 현대의학의 구조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질문에 답을 시도해보면 다음과 같다. 모더니즘적으로 분화해온 의학 분과의 전문성을 인공지능을 통해 적어도 부분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분과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분과 역할의 재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며, 개별 의사의 역량은 확대될 것이다(추가적 전문성 확보를 통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구조의 병원 및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현대의학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가 열리고 이는 헬스케어의 4차 산업혁명과 연결될 것이다.  




글 | 안성민  smahn@gachon.ac.kr
가천대 길병원 종양내과, 의과대학 유전체의과학교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멜번 대학에서 유전단백체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데이터 기반 연구인 유전체 연구와 이를 임상 분야에 중개하는 역할에 힘써왔습니다. 데이터를 다루고 거기에서 의미를 찾는 데이터 과학자로서 발전해 왔으며 데이터 과학의 도구로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일에 관심이 있습니다.  



[1] 참고 : TechCrunch Disrupt SF 2013. https://techcrunch.com/2013/09/11/vinod-khosla-in-the-next-10-years-data-science-will-do-more-for-medicine-than-all-biological-sciences-combined/

[2] 참고 : Precision Medicine Initiative. https://obamawhitehouse.archives.gov/blog/2015/01/30/precision-medicine-initiative-data-driven-treatments-unique-your-own-body

[3] 참고 : 2014 IBM Health and Social Programs Summit

[4] 참고 : 매일경제, '절대甲' 일자리는 로봇에 뺏기지 않는다, 2016.3.30. http://news.mk.co.kr/newsRead.php?year=2016&no=235945

[5] 참고 : 앤디 케슬러 저/김승욱 역. “의사가 사라진다”. 프로네시스, 2006.

[6] 참고 : 조선비즈, [4차혁명 생생현장]① “5분 걸리던 영상판독 20초로 줄였죠”...딥러닝 기반 X-레이 판독 공동연구 서울아산병원을 가다, 2017.1.1.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2/30/2016123000684.html

[7] 참고 : Science Times 2017.7.14. http://www.sciencetimes.co.kr/?news=중환자-상태-예측도-ai로

[8] 참고 : 중앙일보, 중환자 상태 예측도 AI로, 2017.4.6. http://news.joins.com/article/21445412

[9] 참고 : 리처드 서스킨드 및 대니얼 서스킨드 저/위대선 역.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직의 미래”. 와이즈베리,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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