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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에 40곳 넘는 인터넷 전문은행 운영 중"

해외 인터넷 전문은행의 역사, 현황, 그리고 혁신 사례

한국에도 인터넷 전문은행(internet-only bank)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렸습니다. 2017년 4월 케이 뱅크에 이어, 2017년 7월 카카오뱅크가 출범했습니다. 영업 시작 한 지 단 5일만에 100만개의 신규 계좌를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는 카카오뱅크는 은행업 전반에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굴지의 은행 최고경영자가 종래의 경영 방식도 재고해 볼 것을 지시할 정도로 카카오뱅크로 시발된 충격파는 은행권을 흔들고 있습니다. 


한국을 흔들고 있는 인터넷 전문은행, 우리에게는 신선한 시도이지만, 고개를 바다 밖으로 돌리면 얘기는 조금 다릅니다. 미국, 유럽에서는 40곳이 넘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운영 중이며, 일본과 중국까지 합치면 그 수는 50곳이 넘습니다(2015년 7월 현재). 이번 글에서는 해외 인터넷 전문은행의 주요 역사와 사례를 정리해봤습니다. 


1. 국내 은행에 기술이 접목된 역사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논의에 앞서, 우선 은행 영업에 기술이 접목된 주요 사례의 역사를 알아봤습니다. CD기라는 약어로 불리는 현금지급기(cash dispenser)는 1975년, 현금자동입출기(automatic teller machine, ATM)은 1992년에 국내에 보급됐습니다. 인터넷 뱅킹(internet banking)은 1999년 하반기부터 13개 은행의 개별 홈페이지나 한국통신의 뱅크타운을 경유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넷 뱅킹은 도입 2년 만에 사용자가 1,000만 명(전체 인구의 24.2%)에 이르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금융 소비자의 인터넷 뱅킹 이용 비중은 1995년 5.6%에서 2012년 67.3%로 증가했습니다. 2009년이후 스마트폰의 확산과 더불어 모바일 뱅킹의 이용 규모는 매년 약 50%씩 성장했습니다. 이러한 금융 환경 및 소비 패턴의 변화는 영업망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고, 인터넷만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 전문은행 도입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국내 금융 소비자의 인터넷 뱅킹 이용 비중 변화


2. 전 세계 1호 인터넷 은행은 1995년 출범


세계 1호 인터넷 전문은행은 1995년 10월 영업을 개시했던 미국의 시큐리티 퍼스트 네트워크 은행(Security first network bank)이었습니다. 이 은행은 2002년 자금운영과 고객 확보에 실패해 RBC센츄라 은행에 피인수될 때까지 1호 인터넷 전문은행로서의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전 세계 1호 은행의 등장 배경과 출범 초기의 사업 모델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필요하신 분에게는 아래 논문을 권해 드립니다. Clark, T. H., & Lee, H. G. (1998, January). Security First Network Bank: a case study of an Internet pioneer. In System Sciences, 1998., Proceedings of the Thirty-First Hawaii International Conference on (Vol. 4, pp. 73-82). IEEE.)

시큐리티 퍼스트 네트워크 은행의 홈페이지 화면


퍼스트 네트워크 은행을 시발점으로 2000년 전후로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의 실험적 운영이 시작됐습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2000년대 이후 은행업의 특화된 모델로서 자리매김했습니다. 미국에서는 2000년 미국 상업은행 전체에서 0.6%였던 총 예금액 규모가 2014년 3월 말을기준으로 3.1% 수준으로 증가습니다. 일본에서도 인터넷 전문은행이 점유하는 총 예금액 규모는2001년 0.03%에서 1.1%로 상승했습니다.  시장 내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이처럼 뚜렷한 위상 정립은 금리와 수수료 차원의 경쟁력 결과로 풀이됩니다. 이는 ‘제로(zero)-점포’ 정책으로 인해 소요되지 않은 비용을 금리와 수수료의 경쟁력으로 환원한 결과였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의 은행 형태 별 평균 수신 금리


3. 인터넷 전문은행 별 차별화된 서비스

                

금리 측면의 경쟁력이 점포의 부재로 인한 고정비 부담 소멸에 따른 결과라면, 부가적 혜택은 운영의 주체가 비은행 업체이기에 기대되는 효과입니다. 


 1) 계열사를 활용한 부가적 혜택

                

라쿠텐 은행(楽天銀行):은 계열사 물건 구입 시 현금 포인트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함. 라쿠텐 은행은 인터넷 상거래 사업이 주축을 이루는 라쿠텐 그룹의 계열사. 

미국의 얼라이뱅크(Ally bank)와 독일의 BMW 방크: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 모터스와 BMW의 금융 계열사라는 태생적 특징을 활용해, 특화된 자동차 금융 서비스를 제공함.

일본의 이온 은행(イオン銀行)과 세븐뱅크(セブン銀行): 이온 은행은 모기업인 이온 그룹의 상업시설에, 세븐 방크는 계열사가 운영하는 편의점(세븐일레븐)에 고객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ATM기를 설치함.


2) 차별화 된 송금 방식 혹은 상시적 금융 거래 제공


지분(じぶん) 은행: 휴대폰 번호만으로 송금 가능. 이 은행은 2008년 일본의 통신사 KDDI와미츠비시 도쿄 UFJ은행이 공동출자해 설립됨. 

라쿠텐 은행: 이메일 주소와 이름만으로 송금할 수 있게 함.

폴란드의 엠뱅크(mBank): 페이스북 계정을 통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함.

폴란드의 알리오르 은행: 365일 24시간 화상 대화를 통해 고객에게 편의를 제공함.


3) 계열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대출 심사 자료로 활용


중국 위뱅크(WeBank)의 사례

-자산 기반의 신용등급 이외온라인상 경제활동을 근거로 대출 적합성 여부를 판단함. 위뱅크는 계열사인 텐센트가 보유한 메신저, 포털,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확보된 고객 정보를 활용하여, 나름의 기준 하에서 대출 서비스를 진행 중. 
-이러한 접근은 재무 상태에 토대를 둔 신용등급 기반의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하면, 낮은 신용등급의 금융소비자는 고(高) 금리의 대부업체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의 해결책으로 간주됨. 
-실질적 효과를 일으킨 결과: 중국에는 화물차 기사의 위치를 찾아주는 훠처방(貨車幫)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이 있음. 이 앱은 텐센트가 개발해 2014년 4월 출시한 것임. 훠처방을 통해 소비자들은 화물차 기사의 평판을 조회하고, 회물차 기사와 가격 협상을 할 수도 있음. 앱에는 화물차 기사들의 거래 기록들이 남게 되는데, 이를 근거로 위뱅크는 화물차 기사의 성실도와 수입을 추정하고 대출 여부를 판단함. 이전까지 화물차 기사들은 대개 신용등급이 낮아서금리가 높은 사금융이나 개인 간 대출에 의존해 왔음     


4) 고객을 서비스 멘트로 활용한 뒤, 인센티브 제공


독일의 피도르(Fidor) 은행의 사례

-피도르 은행의 고객 커뮤니티에 질문이나 답변을게시한 고객에게 게시글 하나 당 0.1유로를 지급한다. 지인에게 피도르 은행의 서비스를 추천한 고객에게는 5유로를 제공함.  
-고객은 피도르 은행에게 실제 적용 가능한 서비스 아이디어를 제공해 1,000유로를 받을 수도 있음. 이는 소비자가 기업의 홍보와 사업 전략 제안에 아이디어를 제공한 데 대한 보상.
-이는 고객에게 프로슈머(prosumer)의 역할을 부여해 자사와의 관여도를 높이는 유인 전략책인 동시에, 직원이 40여명이기에 부족한 인적자원을 보완하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평가됨. 




※참고: 위 글은 아래 논문의 내용을 발췌, 편집하는 방식으로 작성됐습니다. 


김대원, 김성철 (2017.4), 시중은행에서 인터넷 전문은행으로의 선택 전환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정보사회와 미디어, 18권 1호, 105-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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