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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뱅크 Aug 05. 2022

동문 야구단이 모임통장을 쓰는 법

카카오뱅크 통장이야기 #10

비 내리는 토요일 저녁,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에 야구 선수들이 모였습니다. 대학 동문들이 모여 만든 아마추어 야구단 ‘광야 원더보이즈'인데요. 광야 원더보이즈는 모임통장이 출시된 2018년 겨울부터 모임통장을 사용했다고 해요. 모임통장이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들의 역사도 깊어지고 있죠.



대학 동문들로 구성된 야구단이라고요. 각자 소개 부탁드려요.

김윤원: 안녕하세요. 광야 원더보이즈 1루수 김윤원입니다.
도상원: 2루수 겸 단장 도상원이에요.
김겸: 포수 김겸입니다.


야구단 이름이 ‘광야 원더보이즈’인데요. 어떻게 지어졌나요?

김윤원: ‘광고홍보학과 야구 동아리’의 줄임말이라는 게 정설이에요. 동문 야구단이거든요. 2003년에 야구단이 생겼는데요. 처음부터 이름이 있었던 건 아니고, 2009년에 광야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들었어요.


2003년이면 생긴 지 20년이 다 되어 가네요. 세 분은 언제부터 활동하신 거예요?

김겸: 저는 2016년부터 했고요.
김윤원: 저는 2013년 사회 초년생 때 시작했으니 이제 딱 10년 됐네요.
도상원: 저도 비슷해요. 2015년에 시작했어요. 졸업생들이 주축이라 시작한 시기는 다 비슷한 것 같아요. 대부분 30대인데요. 30대 중반이 가장 많고, 20대는 딱 한 명 있어요.


광야 원더보이즈 도상원


경기도 자주 하시나요?

도상원: 한 달에 한두 번씩 모여 경기해요. 사회인 야구 리그에 정식으로 가입한 야구단이고, 선수 등록도 되어 있고요.

김윤원: 사회인 야구에도 여러 개의 리그가 있는데요. 서울 모처에 있는 4부 리그에서 뛰고 있어요. 리그는 4부부터 1부까지 있는데 4부면 아마추어 야구단이에요. 지금 확인해 보니 오늘을 기점으로 3승 1패를 기록했네요. 승률이 75%예요. 리그 내에서는 상위권이라고 할 수 있죠.


‘키크니 작명 이벤트’에 참여하셨다고요. ‘광야 원더보이즈'라는 이름을 바꾸고 싶었던 건가요?

김윤원: 가수 에스파 때문에 ‘광야'라는 단어가 요즘 핫하잖아요. 핫한 키워드에 키크니의 생각이 더해지면 특별한 이름이 나올 것 같아서 신청했죠.
도상원: 우연히 키크니 작명 이벤트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마침 우리 야구단에서 모임통장을 잘 쓰고 있기도 하고, 당첨되면 치킨을 준다고 해서 신청했어요. (웃음) 이름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치킨은 맛있게 먹었습니다.


광야 원더보이즈 김윤원(좌), 김겸(우)


야구단 단원은 몇 명인가요?

도상원: 등록된 선수는 39명인데요. 실제로 활동하는 사람만 계산하면 30명 정도예요.
김겸: 30명이 다같이 모임통장을 쓰는 건 아니고요. 일명 YB라고 할 수 있는 사람 아홉 명의 계모임 통장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광야 새싹’, ‘광야 주니어’라고 부르기도 하죠.


‘광야 원더보이즈’라는 이름으로 인터뷰하는 건 모두 알고 계시나요? 반응이 궁금해요.

김겸: 소식 듣고 다들 좋아하셨어요. 이 인터뷰를 보고 신입회원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도상원: 다들 ‘유니폼 깨끗이 빨아라', ‘뒤풀이를 준비하겠다'라면서 좋아하셨죠. (웃음)


분위기가 좋아 보여요. ‘광야 원더보이즈’는 각자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김겸: 남자 형제가 없어서 그런지 친형제처럼 느껴질 때도 많아요. 야구 이야기뿐만 아니라 취업 상담이나 결혼, 육아 고민을 가장 부담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모임이고요.
도상원: 실제로 친형제보다 야구단 사람들하고 연락을 자주 해요. 사소한 농담부터 진지한 얘기까지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상의 한 부분이랄까요.
김윤원: 동문회 사람들의 경조사가 있으면 앞다퉈 달려가기도 해요. 얼마 전에 야구단 팀원의 어머님이 편찮으셔서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있었어요. 다들 망설임 없이 수혈하고, 헌혈증을 구해서 전해드렸죠.



정말 끈끈하네요.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아요.

김윤원: 다들 부러워하죠. 동문들이 야구단의 존재를 다 알아요.
도상원: 졸업하고 자주 보기 어렵잖아요. 그런데 광야 원더 보이즈로 활동하다 보니 자주 보게 되니까 관계가 끈끈해지는 것 같아요. 광야 원더보이즈가 동문회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죠.


야구단 활동 외에 정기적으로 여행도 가신다고요.

김윤원: 모임 통장 멤버들끼리 1년에 한두 번 엠티를 가요.


모임통장도 여행을 위해서 만들었다고 들었어요.

김겸: 원래 다른 통장으로 회비를 모으고 있었는데 카카오뱅크에서 모임통장이 나온 걸 보고 바꿨다고 들었어요. 저희 모임에서 가장 연장자인 형이 제안하셨다고 알고 있는데요. 통장 개설일이 2018년 12월이니 거의 모임통장이 나오자마자 만든 셈이죠.
김윤원: 모임통장을 쓰기 전까지는, 한 사람의 계좌에 돈을 모았어요. 내역을 공유할 수 없어서 총무로서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았는데 모임통장 나오자마자 그런 어려움이 한 번에 해결됐죠.



총무는 어떻게 선정했나요?

김윤원: 특별한 기준은 없고, 가장 활동적인 사람을 꼽았어요.
김겸: MBTI 보면 J인 사람이 계획파잖아요. 저희 총무인 상원이 형이 딱 그렇거든요. 제주도 3박 4일을 가도 시간표를 짜는 분이에요. 총무를 하면서 희열을 얻지 않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해요. 매달 1일이 되면 독촉하고요.


회비는요?

김윤원: 매달 1일에 만 원씩 내는데요. 200만 원까지 모았다가 최근에 여행 가면서 썼죠. 남자 아홉 명이 워터파크가 있는 리조트에 가서 물놀이하고 고기 구워 먹었어요.



코로나가 심해져서 회비를 쓰기도 어려웠을 것 같아요.

김윤원: 한동안 계속 못 썼죠. 그래서 회비를 2만 원에서 만 원으로 줄였어요. 그대로 두느니 조금이라도 이자가 생기면 좋겠다 싶어서 세이프박스에 넣어놨고요. 회식비라도 나오겠지 하면서요.
김겸: 처음에는 회비로 주식을 하자는 말도 나왔는데요. 안 하길 잘한 것 같아요. (웃음)


모임통장으로 바꾸고 나서 특별히 좋았던 점이 있다면요?

도상원: 일단 입출금 내역과 잔액을 모두 공유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단돈 1원의 입출금 내역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으니까요. 총무로서 특히 좋은 건 독촉 기능인데요. 요즘 회비 현황을 체크하면서 입금액이 0원인 사람이 보이면 이름을 빨갛게 칠한 다음 캡처해서 단체 카톡방에 올리고 있어요. 아주 편하고 재미있습니다. (웃음)


앞으로 더 하고 싶은 게 있을 것 같은데요. 계획이 있을까요?

도상원: 여행이죠. 아홉 명 중에 여덟 명이 유부남인데요. 결혼한 남자들끼리 여행 가는 게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다들 1년에 한 번 여행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요. 이날만큼은 허락받고 공식적으로 갈 수 있으니까요. 아직 장소를 정한 건 아니지만, 어디라도 기대할 수밖에 없죠.
김윤원: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같이 나이 먹어가겠죠. 그러다 환갑이나 칠순 기념으로 같이 여행 가지 않을까요? 지팡이 짚으면서요. (웃음)


그때까지 모임통장이 광야 원더보이즈와 꼭 함께했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광야에게 모임통장이란 ______다’라는 문장을 완성한다면요?

도상원: 영원한 재학생으로 만들어 주는 도구요. 이걸 매개로 동문들을 만나게 되니까요.
김겸: '좋은 핑곗거리'인 것 같아요. 모임통장에 모은 회비 때문에라도 만나고, 여행도 가니까 좋은 핑계가 되죠. 내 의지로 사지 않은 여행 티켓이 정기적으로 생기는 느낌이랄까요.
김윤원: 다들 예능감이 없네요. (웃음) 저는 ‘합법적 일탈’이라고 싶어요. 아니면 ‘합법적 방학’도 좋고요.


이 컨텐츠는 2022년 10월 16일(현재) 유효하지 않으며, 게시물 기록 관리 목적으로 유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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