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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섰어요. 속보가 울리고 외환 당국이 바빠지더니 급기야 외환위기라는 흉흉한 말까지 나돌고 있죠.
“환율이 오른다고? 여행 갈 때 돈 좀 더 쓰는 거 아닌가?”
안타깝게도 문제가 그리 단순하지 않아요. 환율이 오르는 것만으로 경제 전체가 휘청일 수 있거든요. 왜 지금 환율이 오르고 있는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대처는 잘하고 있는지 하나씩 알아볼까요?
■ 여기서 잠깐!
원/달러 환율은 1달러를 사기 위해 몇 원을 내야 하는지 말해주는 지표예요. 작년 초만 해도 1달러를 살 때 1,100원 정도면 충분했지만, 이제 1달러를 사려면 1,400원도 부족해요.
달러를 비싸게 산다는 건 달러의 인기가 올랐다는 뜻. 너도나도 원화를 팔고 달러를 구하고 있다는 말인데요. 주된 이유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에요. 미국이 기준금리를 연달아 인상하면서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졌어요. 즉, 원화를 우리나라 은행에 맡기는 것보다 달러로 바꿔 미국 은행에 맡겼을 때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는 거죠.
환율이 1,400원을 넘긴 건 예삿일이 아니에요. 흔히 1,400원을 경제 위기를 가늠하는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말하기 때문이에요. 보통 경제 위기가 올 때마다 환율도 고점을 찍었었는데요. 1,400원은 1997년 외환위기(IMF) 그리고 2008년 미국 발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봤던 수치거든요. 다들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죠.
높은 환율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쳐요. 실생활부터 기업의 실적까지 몸에 와닿는 변화가 많죠. 물론 썩 반가운 변화는 아닌데요.
1) 물가도 함께 올라요
수입 우유 한 통이 5달러라고 생각해볼까요? 작년엔 5,500원으로 살 수 있던 걸 이제는 7,000원 주고 사야 해요. 환율이 오르니 수입 물가도 오를 수 밖에 없는 거죠. 문제는 수입 물가가 소비자 물가 전반을 끌어올린다는 사실. 곡물이나 원유 같은 재료의 값이 오르면 완성품 가격도 오르는데요. 얼마 전 농심, 팔도, 오뚜기가 라면 가격을 인상한다고 발표한 것도 수입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에요.
2) 외국인이 주식 시장을 떠나요
환율이 오르면 한국 증시도 위험해요. 현재 코스피가 2년여 만에 2,200 아래로 떨어졌고, 코스닥도 매일 연저점을 갱신하고 있어요. 외국인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게 주요 원인. 외국인 투자자로선 한국 증시에서 수익을 내도 달러로 바꿀 때 손실이 생기니 투자가 꺼려질 수밖에 없겠죠.
■ 코스피 시가총액 기준 외국인 투자 비율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만에 최저점을 기록했어요.
3) 기업도 휘청이게 돼요
정유, 철강, 항공업처럼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은 날벼락을 맞은 기분일 거예요. 느닷없이 생산 비용이 늘어난 셈이니까요. 생산비에 맞춰 가격을 올리자니 경쟁력이 떨어지고, 가격을 유지하자니 수익성이 떨어지는 난감한 상황이죠.
자동차, 반도체 기업은 그나마 처지가 나아요. 수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환율이 높아지면 실적이 좋아지거든요. 상품을 똑같이 10달러에 팔아도 환전하면 원화 기준으론 매출액이 커지니까요. 하지만 수출 기업도 원자재 중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마냥 좋아할 수는 없겠죠. 환율을 따라 물류비가 오르는 것도 걱정거리고요.
환율이 오를 때마다 정부 대응도 더 적극적으로 변하고 있어요. 외환 당국은 곧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경고로 투기 심리를 억누르는 ‘구두 개입’뿐 아니라, 외환 보유고를 사용하는 ‘실개입(직접 개입)’에도 나서고 있어요.
외환 당국이 외환시장에 직접 달러를 매도하기도 했는데요. 최근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억 달러를 시장에 풀었다고 해요. 달러 공급을 늘려 가격을 낮추고자 한 거죠.
최근 발표한 국민연금공단과 한국은행의 외환스와프도 외환 보유고를 이용하는 방법이에요. 국민연금공단이 해외에 투자할 때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매입하면 환율이 오르는데요. 그러지 말고 한국은행이 보유한 달러를 바꿔주겠다고 한 거죠. 하지만 외환 보유고마저 고갈되면 정말로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어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에요.
결국엔 한·미 통화스와프를 맺어야 한다는 의견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죠.
■ 여기서 잠깐!
한·미 통화스와프란 우리나라가 원화를 담보로 맡기고 미국으로부터 지금보다 낮은 환율로 달러를 빌려올 수 있는 계약을 말해요.
통화스와프는 2008년의 금융위기 때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보여준 방법인데요. 정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통화스와프를 논의하고 있다고 했어요.
■ 오늘의 돋보기 요약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1,400원 마지노선 뚫린 환율
물가 인상, 증시 하락, 기업 악재 등 경제 전체에 영향
정부 대응 점점 적극적으로 변화, 한·미 통화스와프도 논의 중
내년까지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질 거라는 예측이 나오는 지금, 달러 강세는 더욱 강해질 전망이에요. 과도한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지만, 주가 하락과 물가 상승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은 고민해야 할 시점이에요.
※ 이 콘텐츠는 2022년 10월 3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비즈니스/경제 뉴스 미디어 '데일리바이트'에서 제공받아 제작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