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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동산 시장에 기대감이 꿈틀거리고 있어요. 정부가 부동산 가격이 급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였거든요. 정부가 발표한 조치가 무엇인지, 정책은 정말 효과적일지 알아볼까요?
금리가 치솟고 경기가 불안해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죠. 올해 9월까지 거래된 주택 매매량은 작년에 비해 49.0% 감소했는데요. 지역으로는 수도권, 주택 유형으로는 아파트의 매매량 감소 폭이 특히 컸어요. 매매량이 작년의 절반도 못 미쳤죠.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으니 집값도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요.
"(20여년 동안) 전국적으로 아파트값이 평균 50% 올랐고, 최근 6%가량 내렸다. 이를 폭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렇게 말했어요. 정부는 현재의 집값 하락이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되는 과정이라고 보는거죠. 오히려 집값을 더 떨어뜨리는 게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어요. 현재 18에 이르는 서울의 PIR을 10~12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이에요.
※ PIR?
PIR(Price to Income Ratio)은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을 뜻해요. 주택 가격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인데요. 서울의 PIR이 18이라는 건 서울 평균 집값이 가구 평균 소득의 18배라는 의미에요. 한마디로 18년을 일해야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거죠.
그랬던 정부도 지금은 집값 떨어지는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보였나 봐요. 집값이 급격히 무너지면 국가 경제 전체가 패닉에 빠질 수도 있거든요. 결국 정부는 지난 10월 27일 부동산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발표했어요. 부동산 수요를 조금이라도 늘려 주택 가격을 천천히 떨어뜨리겠다는 거예요.
※ 집값이 빨리 떨어지면 왜 경제가 위험해지지?
아래 콘텐츠를 보면 알 수 있어요.
▶ 부동산 불패신화는 옛말,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를 검토하는 게 핵심이에요. 한마디로 주택 매입의 부담을 줄여 집을 사려는 사람을 늘리겠다는 뜻인데요. 주택 수요를 늘려 떨어지는 집값에 브레이크를 걸겠다는 거죠.
※ 부동산 규제지역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정부는 일정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설정하고 대출과 세제에 제한을 걸어요. 규제지역의 종류에는 제재가 강한 순서대로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이 있죠.
(1) 규제 지역 LTV, 올려드려요
LTV는 담보가 되는 주택 가격이나 위치에 따라서 달리 정해져요.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기본적으로 LTV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데요. 규제 지역의 주택은 LTV를 제한하고 있어요. 주택 가격이 9억 원을 넘는지, 주택이 투기과열지구에 위치했는지에 따라 LTV가 20%~50%까지 떨어지죠. 하지만, 이번 조치로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규제 지역에서도 주택 가격과 상관없이 50%까지 LTV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어요.
LTV? 주택담보대출비율!
LTV(Loan To Value Ratio)는 주택담보대출비율을 말해요. 주택을 구매할 때 자금이 모자란다면, 매입할 주택을 담보로 걸고 대출을 받는데요.(주택담보대출) 그때 주택 가격의 몇 퍼센트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게 LTV에요. LTV가 50%면 2억 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걸고 1억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어요.
(2) 주택담보대출 가격 제한, 풀어드려요
지금까지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의 15억 원 이상 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 자체를 금지해왔어요. 그런데 이번 조치로 주택담보대출의 가격 제한이 해제됐어요. 무주택자와 1주택자는 15억 원 이상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됐죠.
(3) 부동산 규제 지역도 해제할게요
정부는 11월 중으로 규제지역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어요. 지난 9월의 규제지역 해제에 이어서 추가 해제를 고려하는 건데요. 전문가들은 의정부, 김포 등 수도권 외곽 지역과 인천, 세종 등이 유력 후보라고 점쳐요. 최근 집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았던 지역들이죠.
정부가 큰맘 먹고 발표한 조치지만 시장의 반응은 미적지근해요. 부동산 규제 완화가 목표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인데요. 일각에선 생색만 내고 알맹이는 없는 정책이라 호되게 평할 정도죠.
LTV를 완화해도 DSR(Debt Savings Ratio)라는 걸림돌이 남는데요. DSR은 대출자의 소득에 따라서 빌릴 수 있는 금액에 한계를 두는 비율이에요. 소득이 낮으면 돈을 갚을 능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돈을 많이 빌려주지 않는 거죠.
예를 들어, 1억 원을 가지고 있는 A씨가 2억 원짜리 아파트를 산다고 가정할게요.
규제지역의 LTV가 50%까지 풀렸으니 주택담보대출로 1억 원을 대출받아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A씨의 소득이 적다면 DSR에 걸려서 대출을 받을 수 없어요. 상황이 이러하니 고소득자의 대출 규제만 완화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어요.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해도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이 없다는 지적도 있어요. 끝도 없는 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를 넘어섰기 때문. 앞으로 금리가 얼마나 더 오를지도 모르는 판국에 누가 섣불리 대출을 받겠냐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겠죠.
■ 오늘의 돋보기 요약
정부, 집값 하향 안정화 기조 유지하면서도 집값 급락은 방지하겠다는 입장
이번 조치의 핵심은 부동산 대출 관련 규제 완화와 규제지역 해제 검토
하지만, DSR 규제와 고금리 때문에 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매하려는 수요 없을거란 예측도...
더 무서운 소식이 있어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집값 하락은 아직 시작일 뿐이라는데요. 금리가 오르는 시점과 집값이 떨어지는 시점 사이에는 시차가 있기 때문이에요. 다시 말해, 올해 가파르게 오른 금리로 집값이 떨어진다면, 그건 내년 상반기부터일 거라는 뜻이죠.
과도하게 오른 집값을 잡는 건 꼭 필요한 일이지만, 그러다 국가 경제 전체가 집값과 함께 추락하는 일은 피해야 해요. 부동산 시장을 관리하는 정부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어요.
※ 이 콘텐츠는 2022년 11월 7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비즈니스/경제 뉴스 미디어 '데일리바이트'에서 제공받아 제작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