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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카오뱅크 Nov 15. 2022

반도체 불황 속, 삼성전자가 웃는 이유

이슈 돋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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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반도체 경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굴지의 반도체 기업들도 불경기에 살아남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현금을 쌓기 시작했죠. 그런 와중에 패기 넘치는 발표로 모두를 놀라게 한 기업이 있어요. 바로 삼성전자인데요. 반도체 시장은 왜 어려워졌는지, 삼성전자가 말한 돌파 전략은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반도체가 안 팔린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반도체 업계마저 집어삼켰어요. 지난 9월 세계 반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가량 하락했는데요. 3년 가까이 성장에 성장만을 거듭해온 반도체 산업에 브레이크가 걸린 거죠.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 곧 반도체 업계가 본격적인 보릿고개에 접어들 거라는 예측이 나와요.


원인은 IT 산업의 부진.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IT 기업들이 반도체를 사려고 목을 빼며 기다리곤 했는데요. 반도체가 부족해서 전자제품을 만들지 못할 정도였죠.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어요.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전자제품이 팔리지 않아요. 당연히 반도체 재고도 쌓이고 있죠. 반도체 공급은 그대로인데 수요가 팍 줄어든 셈.

이로 인해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졌어요. 지난 10월 반도체의 일종인 D램의 가격이 전월에 비해 약 22.46% 폭락했어요. 낸드플래시의 가격도 지난 7월부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어요. IT기업이 반도체를 사려 하지 않으니 반도체 기업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 D램? 낸드플래시?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반도체의 일종인데요. 우리가 "이 노트북 램 몇 기가야?" 물을 때 그 램이 D램이고, USB나 SSD에 쓰이는 반도체가 낸드플래시죠.

두 반도체 시장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꽉 잡고 있는데요. 둘의 점유율을 합치면 세계 시장의 50%를 넘을 정도죠. 그러니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하락은 두 기업에 뼈아픈 타격일 수밖에 없어요.




반도체 기업들 “겨울잠 준비하자”


상황이 이러니 반도체 업계의 실적이 좋을 리 없죠. 반도체 전통 강자 인텔도 지난 3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20%가량 감소했다고 발표했어요.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의 처지도 비슷한데요.


-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은 7%, 영업이익은 60%나 감소했어요.
-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도 3분기 매출 12.8%, 영업이익 49.1% 감소를 겪었죠.


반도체 불황의 핵심은 반도체 공급에 비해 수요가 부족하다는 것. 자연스러운 대책은 공급을 함께 줄이는 것이겠죠. 지금의 생산량을 유지하면 반도체 가격은 바닥없이 떨어지기만 할 테니까요. 생산과 투자를 줄이고 불황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게 최선이겠죠.


■ 반도체 빅5 기업들의 긴축 전략은...
- 인텔은 올해 초 270억 달러 규모의 설비 투자를 계획했지만, 최근 설비 투자액을 210억 달러로 수정했어요.
- SK하이닉스는 앞으로 투자를 최소화하겠다고 해요. 내년 투자 비용을 올해 대비 절반 이상 감축할 거라 발표했죠.
- 마이크론은 내년의 투자 규모를 원래 계획보다 30% 이상 삭감했어요.
- TSMC도 올해 투자액을 연초 계획한 것보다 10% 이상 줄일 거라 밝혔죠. 최근 전 직원에게 휴가를 장려하는 메일을 보내서 논란이 되기도 했어요.




삼성전자 "I don't care"


그런데, 모두가 긴축을 외치는 분위기에서 삼성전자는 이렇게 발표했어요.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생산을 줄이지 않겠다는 것)엔 변함이 없다. 중장기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적정 수준으로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다들 생산을 줄인다는데 삼성은 그럴 생각이 없다니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죠. 삼성전자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요.

삼성전자의 전략은 바로 ‘치킨게임'. 수요가 줄어드는데 반도체 공급을 줄이지 않으면 가격이 떨어지겠죠. 비용은 변하지 않는데 가격이 떨어지니 반도체 업계의 수익성은 곤두박질칠 거고요. 시간이 지날 수록 버틸 수 없는 반도체 기업이 하나둘 시장에서 퇴장할 거예요. 살아남은 기업은 불황 동안의 출혈을 견딜 수 있는 곳뿐이겠죠.

삼성전자가 가진 자신감의 근거는 월등한 가격 경쟁력이에요.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압도적인 반도체 생산 규모를 자랑해요.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반도체 생산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유리한 조건에 있죠. 더구나 삼성은 현금성 자산을 120조 원 가까이 보유하고 있어요. 다른 기업이 숨 막혀 항복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금액이죠.


■ 삼성전자 "이미 한 번 이겨봤거든"
삼성전자는 2000년대의 피 튀기는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승리한 전적이 있어요. 2000년 삼성의 D램 시장 점유율은 18.9%에 불과했는데요. 경쟁사 마이크론, 키몬다, 엘피다를 꺾으면서 지금은 점유율이 40%를 훌쩍 넘었죠.


삼성전자가 계획대로 겨울을 보낸다면 이후엔 꽃길이 펼쳐질 거예요. 일각에서는 내년 하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회복될 거라 예측하는데요. 그때가 되면 기업은 반도체 공급을 늘려야겠죠. 지금 생산 투자를 줄인 기업은 다시 생산량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릴 거예요. 반면 생산 투자를 유지한 삼성은 경쟁사보다 앞서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어요. 즉, 시장 점유율을 단번에 늘릴 수 있다는 뜻.




 오늘의 돋보기 요약

경기침체로 IT 산업 부진. 덩달아 반도체 시장도 침체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은 투자와 생산 줄여서 불황을 버티겠다는 계획

반면 삼성전자는 오히려 투자/생산을 유지하며 시장 주도권 확보하겠다는 입장


물론 삼성전자의 선택이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선뜻 예측하기 어려워요. 삼성이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인데요.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차이나 리스크'도 극복해야 하고, TSMC와의 파운드리 경쟁에도 온 힘을 다해야 하죠. 본격적인 이재용 회장 체제를 맞이한 삼성전자가 어떻게 난관을 돌파할 지 주목되고 있어요.


※ 이 콘텐츠는 2022년 11월 14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비즈니스/경제 뉴스 미디어 '데일리바이트'에서 제공받아 제작된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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