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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신화 속 곰이랑 호랑이가 마늘, 쑥을 먹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일 60만 원을 써도 고작 이자만 쓸 뿐, 원금 1조 원은 건들지도 못한다는 이야기. 1조 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실감하게 하는 농담이죠.
그런데 최근 UAE(아랍에미리트)가 우리나라에 300억 달러(약 37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고 해요. 1조 원도 엄청난데 37조 원은 얼마나 큰 돈인 걸까요? 대한민국 올해 국정 예산의 5%가 넘고, 작년 우리나라가 세계로부터 끌어온 투자액 전체와 비슷하다고 해요. 도대체 UAE는 왜 우리나라에 이만큼의 큰 돈을 선뜻 투자한다는 걸까요?
UAE는 2020년 기준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5.8%, 천연가스 매장량의 4%를 가진 국가예요. 세계에서 7번째로 기름과 가스가 많은 나라죠. UAE는 이런 풍부한 자원을 수출해서 나라 경제를 떠받쳐요. GDP의 약 30%가 석유와 천연가스에서 나오죠.
하지만 UAE도 고민이 없는 건 아니에요. 국가 경제가 자원 수출에만 기대는 건 장기적으로 안전한 선택은 아니거든요. 갑자기 세계 유가가 급락하면 나라 전체가 휘청할지도 모르죠. 실제로 2014년 유가가 40%가량 떨어졌을 때 UAE를 비롯한 산유국은 재정과 경제성장률에 큰 피해를 입기도 했어요.
그래서 UAE의 목표 1순위는 원유 및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 주로 관광업과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국가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커다란 과업을 홀로 해내기는 버겁겠죠. UAE가 국제 협력에 관심이 많은 이유예요. 해외의 산업 강국에 투자하거나 유망 기술을 수입하는 등 여러모로 협력을 모색하고 있죠.
그 파트너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KR
2017년을 기점으로 UAE의 한국 투자액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요. 해마다 오르내림이 있긴 하지만, 매년 2억 달러(약 2,500억 원)에서 5억 달러(약 6,200억 원) 사이의 투자액이 유지되고 있죠.
무엇보다 원전 사업에서 주된 협력이 이어지고 있어요. 우리나라는 2012년부터 UAE의 수주를 받아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를 짓고 있죠. 사업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산업 역량과 협력 태도에 신뢰가 쌓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신뢰감이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UAE 순방에서 깜짝 투자 약속으로 이어졌죠.
무려 37조 원.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UAE에서 유치한 투자액과 비교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인데요. UAE가 우리나라 아닌 다른 국가에 투자한 금액과 비교해도 그래요. 중국과 프랑스에 투자한 금액은 10조 원을 채 넘기지 않은데다, 지금까지 UAE가 가장 크게 투자했다고 알려진 영국에도 15조 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으니까요.
그렇다면 이 거금은 어떤 산업에 투자되는 걸까요? 체결된 MOU가 48건에 이를 만큼 다양한 산업에서 협력이 약속됐어요. 자세히 살펴보면, UAE가 주로 어떤 산업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죠.
■ MOU란?
우리말로 하면 양해각서(Memorandum of Understanding)인데요. 계약 당사자가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큰 틀에서 합의 내용을 정해둔 문서를 말해요. 실제로 본 계약까지 체결된 건 아니라 법적인 효력은 없어요. 다만 앞으로 본 계약이 체결될 때까지 이 합의 내용을 서로 준수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죠.
핵심 투자처는 에너지와 방산 분야에요. 우리나라와 UAE의 정상회담에서 체결된 MOU 13건 중 절반이 에너지 산업과 관련되어 있죠. 석유, 원자력과 같은 전통 에너지는 물론 수소 및 탄소중립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에 관한 협력도 약속했죠.
UAE는 우리나라의 방위 산업에도 관심이 많아요. UAE는 2021년과 2022년, 우리나라의 대공 미사일 '천궁Ⅱ'를 수입하는 계약을 체결했죠.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전략적 방위산업 협력 MOU'를 체결해 양국이 방위 산업 투자와 연구에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했어요. 이 밖에도 바이오, 문화, 우주, 스마트팜 등 다양한 산업에서 MOU가 체결됐어요.
주식시장은 에너지와 원자력, 방산 산업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어요. 기대감에 벌써부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죠.
원자력과 방산 관련주는 윤대통령의 UAE 순방 계획이 알려졌을 때부터 들썩이기 시작했어요. 1월 초부터 10% 가까운 상승폭을 보였는데요. MOU 체결 직후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소폭 하락은 있었지만, 그럼에도 해당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증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분명해요.
수소 관련주도 각광 받고 있어요. 두산퓨얼셀, 에스퓨얼셀, 범한퓨얼셀 등 주요 수소 관련 기업의 주가가 올 초부터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UAE의 투자도 한몫했지만, 우리 정부가 수소 에너지 산업 진흥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 만큼 더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했죠.
■ 오늘의 돋보기 요약
원유 및 가스에 대한 경제 의존도 낮추기 위해 신재생에너지와 관광 산업에 관심 갖는 UAE
에너지와 원자력, 방산을 비롯해 우리나라에 약 37조 원가량의 투자 약속
UAE와 협력 기대감으로 관련 기업의 주가는 상승세
우리나라는 21세기 들어 점점 경제 활력이 꺾이고 있어요. 성장률도 둔화하고 주력 산업의 경쟁력도 위태로워지고 있죠. 그래서 어쩌면 저 먼 중동에서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작년 연말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했고, 당시에도 한국 기업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수십조 원 규모의 MOU가 체결되기도 했거든요. 오일 머니를 쥐고 적극적으로 신산업 투자에 나선 산유국, 그들과의 협력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유죠.
※ 이 콘텐츠는 2023년 1월 20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비즈니스/경제 뉴스 미디어 '데일리바이트'에서 제공받아 제작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