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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상화폐 시장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어요. 분명 몇 주 전만 해도 가상화폐는 끝났다는 분위기였는데요.
그런데 지금은 정반대 모습이에요. 언론은 앞다퉈 가상화폐 시장의 겨울이 끝났다고 보도하고, 전문가들 역시 가상화폐는 죽지 않는다며 밝은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현재 주요 가상화폐의 가격 그래프를 보면 급격한 우상향 곡선을 보이고 있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시계를 돌려 2022년 초반으로 가볼까요? 당시 가상화폐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어요.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테슬라의 일부 상품을 도지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을거라는 소식도 있었죠.
하지만 세상일은 알 수 없는 법. 지나고 보니 2022년은 가상화폐에겐 악몽이었어요. 굵직한 악재가 연달아 터지고, 가상화폐의 뿌리가 흔들렸거든요.
■ 투자자 뒤통수 때린 테라-루나와 FTX
작년 5월, 가상화폐 테라-루나가 무너졌어요. 주요 거래소에서 시가총액 10위 안에 머무르던 유망한 가상화폐가 일주일 만에 상장폐지 된 경악스러운 사건이었죠. 투자자들은 미처 대처할 새도 없이 투자금 전부를 날렸고, 사람들은 가상화폐의 안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곧이어 11월엔 피어오르던 의심에 쐐기를 박는 사건이 벌어졌죠. 세계 3위의 거래량을 뽐내던 공룡 거래소 FTX의 파산. 공룡이 무너지는 데는 불과 열흘도 걸리지 않았어요. 가상화폐 시장은 말 그대로 충격과 공포에 빠졌죠. 그저 가상화폐 하나, 거래소 하나가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가상화폐 시장 전체의 신뢰가 무너지는 계기가 된 거죠.
메이저 거래소가 어떻게 열흘 만에 무너진거지?
FTX 파산, 가상화폐 몰락의 시작?
■ 고금리에 발목 잡힌 가상화폐
테라-루나와 FTX 사태가 스트레이트와 어퍼컷이라면,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은 끊임없는 잽이었어요. 미국은 2022년 한 해 동안 금리를 4.25%P 올렸어요. 가상화폐 시장에 결코 좋은 소식일 수 없었죠. 예금만 들어도 연 5% 이상의 수익이 보장되는 시기에, 위험을 떠안고 가상화폐에 투자하려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악재에 연타를 두들겨 맞은 가상화폐 시장은 무너지다시피 했어요. 2022년 고점 대비 비트코인은 60%, 이더리움은 70% 가까이 가격이 떨어졌죠.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2020년 수준까지 후퇴했어요.
그런데 이 암울한 분위기가 불과 몇 주 만에 반전됐어요. 바닥을 기던 가상화폐 가격이 1월 초부터 갑자기 상승하기 시작했는데요. 일주일 만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20% 이상 올랐고, 가상자산 시가총액도 1조 달러 선을 회복했어요.
■ 직접적인 호재는 금리 정점론
지난 12일 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됐어요. 지난 1년 중 최저 수준인 걸로 나타났는데요. 다른 말로 하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완화하는 중이란 뜻이에요. 이를 보고 사람들은 연준의 긴축 완화를 기대하기 시작했어요. 올해 말쯤이면 연준이 기준금리를 내릴 거라는 예측도 나오죠.
앞서 말했듯 가상화폐는 고위험 자산이고, 그만큼 금리 변동에 아주 민감해요. 작년 한 해 동안 금리 인상으로 인해 가격이 급락했듯,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거란 기대감에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요.
증시보다 민감한 가상화폐
금리가 떨어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에 힘입어 증시 또한 살아나고 있는데요. 미국의 나스닥 지수와 우리나라의 코스피 지수는 연초 10% 이내의 상승세를 보였죠. 이를 보면 가상화폐 시장의 상승세는 파격적인 수준이죠. 증시보다도 가상화폐가 금리에 민감하다는 뜻이죠.
■ 러시아, 브라질이 피워올린 기대감
러시아가 가상화폐로 무역 대금을 결제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는 소식이 있어요. 또, 브라질이 가상화폐를 국내 지불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죠. 물론 이러한 정책이 실제 추진될지는 미지수. 정말 그렇게만 된다면 가상화폐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요. 나아가 가상화폐가 거래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신뢰감도 다시 쌓을 수 있죠.
하지만 가상화폐의 부활에 지나치게 들떠선 안 돼요. 지난 3일 미국의 금융당국 세 곳은 공동 성명을 내서 시중은행에 경고했어요. 작년 가상화폐 시장이 보여준 변동성을 생각하면 “가상화폐와 엮이는 걸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죠.
금융당국의 우려에도 일리가 있어요. FTX 파산이 불러온 여파는 아직도 수습되지 않았거든요. 최근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와 가상화폐 은행에선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어요. 거래소 하나의 몰락에 업계 전반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죠. 가상화폐 시장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 기대감만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건 위험할지도 모르죠. 투자자의 뒤통수를 때리는 사건이 언제 다시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 오늘의 돋보기 요약
작년 고금리 국면과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으로 싸늘하게 식은 가상화폐 시장
하지만 올해 초 금리 인하 기대감이 퍼지면서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데
가상화폐 시장의 안정성이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만큼 신중해야 할 시기
시장은 반신반의하고 있어요. 가상화폐 시장이 법과 제도를 갖추고 지속가능한 투자 시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저 단기적인 호재에 오락가락하는 건지 말이에요. 연초부터 시장이 뜨겁게 달궈지고 있지만, 가급적 신중하게 다가갈 필요가 있겠죠.
※ 이 콘텐츠는 2023년 1월 30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비즈니스/경제 뉴스 미디어 '데일리바이트'에서 제공받아 제작된 콘텐츠입니다.